♡피나얀™♡【건강】

중독 "나는 아니야” ☜ 이러시면 못 고쳐요

피나얀 2007. 7. 4. 20:30

 

출처-중앙일보 2007-07-04 05:40

 

따분한 일상을 흔들어 놓는 흥미와 쾌락, 그리고 다양한 자극. 이는 분명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최고의 향신료다. 자극을 경험한 뒤 얻는 만족감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달콤한 유혹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같은 경험이 뇌리에 각인되면서 중독증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다양성의 사회에서 제공되는 각종 중독증의 실체와 탈출구는 무엇일까.
 
 
◆물질 중독자 양산하는 관용적 태도=
 
‘끊어야지’, 결심하지만 저녁 때만 되면 자연스레 술에 손이 가는 A씨(41). 타고난 좋은 성품과 술 좋아하는 상사 덕에 아직은 직장생활을 유지한다. 하지만 아내는 늘 남편이 위태롭기만 하다. 술 마시다 정신을 잃거나, 다음날 지각하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추운 날엔 동사(冬死)까지 걱정되는 판이다. 급기야 부인 손에 이끌려 입원까지 했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은 상사다. 병문안을 와서 의사에게 “ 이 사람, 술을 좋아해서 그렇지 알콜중독자는 아니다”란 해명까지 하고 갔다. 술과 취중 행동에 대한 관대한 문화가 A씨를 알콜 중독자로 몰아가는 것이다.
 
비단 알콜 뿐 아니다. 아편·코카인·환각제·니코틴·대마초·필로폰·남성 호르몬제(근력 강화 등을 위해 남용)등은 모두 중독 유발물질이다. 술·담배 사용이 합법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마약류보다 중독성이 약해서가 아니다. 오랜 세월 광범위하게 사용돼 현실적으로 금지하기 힘들기 때문. 실제 대마초나 헤로인 중독은 담배보다 약하다. 또 금주 문화에선 음주 역시 마약중독자 취급을 받는다.
 
◆중독을 이끄는 뇌의 보상회로=
 
중독은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다. 뇌가 보상회로를 작동하는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 즉 흡수된 알콜·니코틴·마약 등 각종 물질이 뇌에서 감지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기분을 들뜨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 바로 이때 뇌는 이 좋은 느낌을 저장했다가 동일한 경험을 계속 갈망하게 만든다. 이처럼 보상회로가 일단 작동하면 중독증 환자로 전락한다.
 
중독의 특징은 내성과 금단증상이다. 동일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점점 강한 자극이 필요하고, 중독 대상을 끊으면 불안·초조감을 보인다. 의지만으론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 실제 살빼는 약으로 오인하고 입에 댄 마약도 중독되면 헤어나지 못한다. 중독 초기에 강력한 자제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체질적인 요인도 크다. 자꾸 접하다보니 내성이 생겨 중독자가 되기도 하지만 중독성 소인이 강한 사람은 단 한번 경험으로 중독자 대열에 낀다. 따라서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인 가계력이 있다면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는게 좋다.
 
◆늘어만 가는 ‘행동중독’=
 
‘바다이야기’사태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도박판의 존재는 행동중독의 대표적인 예다. 개인생활이 파괴되고 패가 망신을 당해도 끊지 못한다.
 
최근엔 게임중독·인터넷 중독·쇼핑 중독 등도 만연한다. 자유경쟁 사회에서 돈·권력·지위·돈 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행동 중독증도 많다. 금뱃지를 달겠다며 가산을 탕진한 정치가, 지위와 돈을 탐내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는 경제사범, 개인파산을 한 뒤에도 쇼핑에 매달리는 여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행동중독은 물질중독보다 한 단계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물질중독은 중독 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곧바로 뇌간의 도파민 중추가 자극되고, 그 결과 도파민이 분비된다. 반면 행동중독은 대뇌의 감각 피질과 감정을 기억하는 편도체를 거친 뒤에야 도파민 중추가 자극된다. 행동 중독은 물질 중독보다 좀 더 긴 학습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 중독 상태에 빠지면 의지만으로 헤어나기 힘들다는 점에선 물질중독과 마찬가지다.
 
◆치료의 첫걸음은 문제 인식=
 
중독증 치료의 첫걸음은 ‘본인의 문제 인식’에 달려 있다. “나는 술을 좋아할 뿐, 중독은 아니다”라고 믿는 알콜 중독자, 돈(권력)을 끊임없이 추구하다 문제를 일으키고도 “돈(권력)을 좋아하는게 뭐가 문제냐”라는 사람, 또 일상생활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이러니 돈(권력)을 얻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일단 문제를 인식한 뒤에도 갈 길은 멀다. 정신과 치료로 뇌에 변화가 필요한 데다 행동 수정을 위해선 몇 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재발을 막기 위해 봉사·취미 활동 등 다른 수단으로 쾌락을 찾는 방법을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