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스위스① 알프스 하이디를 찾아가는 7일간 여정

피나얀 2007. 7. 9. 20:04

 

출처-연합르페르 2007-07-09 11:32

 


스위스 여행을 위해 '유럽 5개국 10일 299만 원' 여행사 상품을 선택했다면 과감히 잡지를 덮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행지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서둘러 전세 관광버스에 오르는 패키지여행자들에게 이 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러 나라의 명승지를 '수박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게 아니라 여행의 깊은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유레일패스' 대신 '스위스패스'만 구입하기를 권유한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은 포기해야겠지만, 스위스 여행의 실루엣은 머릿속에 자리 잡아 평생 그리움을 만든다.
 

 
 
◆스위스 여행의 백미인 산악관광의 출발지
 
인터라켄에서 볼 수 있는 여행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대형관광버스로 이동하면서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단체여행객과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천천히 둘러보는 개인여행자로 구분된다. 단체여행이든, 개인여행이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스위스 여행에 있어서 단체여행은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에다 스위스를 끼워 넣은 '유럽 단체 관광'을 통해서는 스위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
 
여름휴가가 1∼2달 이상 되는 여행자라면 느긋하게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1주일 남짓한 휴가도 겨우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유럽여행을 앞두고 서너 국가를 대충 둘러보느냐 스위스만이라도 제대로 보느냐, 하는 곤혹스런 고민에 빠진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차후에는 유럽을 다시 못가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번 여름휴가에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포기하고 스위스에만 집중하자. 1주일이라는 기간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느끼고 발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가슴에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주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 단체여행이든 개인여행이든 항공권, 숙식비, 교통비 등 최소한의 비용은 필요하다. 수백만 원 들여서 가는 여행인데 돌아와서 추억은 없고 남은 것이라고는 유럽의 비슷비슷한 거리에서 찍은 사진밖에 없다면 억울하지 아니한가.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여행 블로그에서는 스위스 여행에 있어서 인터라켄을 지나가는 곳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스위스 여행의 목적이 화려한 도심을 보거나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행 일정 중 절반을 인터라켄에 투자해도 좋다. 스위스에서 꼭 보아야 하는 융프라우와 그린델발트, 피르스트, 라우터브루넨, 쉬니게플라테, 쉴트호른, 뮈렌 여행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인터라켄 양쪽 끝에는 오스트 역과 베스트 역이 있다. 오스트 역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테제베나 인터시티 등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오는 열차들이 정차한다. 스위스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오스트와 베스트 역에서 모두 가능하다. 오스트 역에서 베스트 역까지는 도보로 30분 정도 소요되며 회에거리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회에거리는 인터라켄의 중심 도로다.
 
도로 사이로 한쪽에는 회에마테 공원이 있으며 건너편에는 호텔, 바, 레스토랑, 상점이 줄지어 있다. 회에마테 공원은 원래 수도원 소유였지만 지난 1860년 일반인에게 매각된 후 현재는 공연장이나 패러글라이딩 착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공원에 늘어서 있는 벤치에 앉아서 시선을 조금만 올려보면 그동안 책이나 TV에서 보았던 낯익은 융프라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스위스 여행의 감동이 시작된다. 융프라우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시각적 포만감을 가슴으로도 느껴보자. 성급하게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필요도 없다. 앞으로 펼쳐질 감동의 서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회에거리를 천천히 걸으면 먼저 길가에 줄지어 있는 기념품, 시계 상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스위스를 갔다 오면 한 개씩은 구입한다는 스위스 칼은 물론 시계, 초콜릿 등이 여행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스위스 국기의 배경색인 적색과 흰색이 적절하게 들어간 상품들은 무척 고혹적이다. 스위스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은 철저히 정찰제다.
 
어느 상점이나 가격이 같으며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없다. 상점마다 구매 금액에 따라서 어느 정도 할인을 해주지만 이것도 모든 상점의 공통사항이다. 오메가와 같은 명품 시계를 구입할 여건이 안 된다고 주눅을 들 필요도 없다. 가격이 저렴한 '스위스 밀리터리'부터 '티쏘'까지 가격대별로 모든 스위스 시계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구입하지는 않더라도 눈요기하기에 좋다.
 
초콜릿 상점에서도 굳이 비싼 수제 초콜릿까지 구입할 이유는 없다. 현지 공장에서 나오는 저렴한 초콜릿도 맛이 좋다. 아무리 맛있는 수제 초콜릿이라고 해도 일반 초콜릿의 10배가 넘는 돈을 주고 미각의 사치를 부리기에는 아직 이곳에서 할 것도 볼 것도 너무나 많다.
 

 
회에거리를 모두 보았다면 아침에 자전거를 빌려 호텔을 나서보자. 서늘한 산 공기를 마시며 회에거리 뒤편의 한적한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다보면 일반 여행자보다는 한 발짝 더 자세히 스위스를 훔쳐봤다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인터라켄을 전체적으로 보고 싶다면 인터라켄의 오스트 역 부근에 있는 하더 쿨름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산악열차로 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8분 정도 소요되며 45도가 넘는 급경사를 오르기 때문에 열차를 타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재미다. 전망대에서는 인터라켄 시내와 융프라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자연의 감동을 음미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