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자녀대화 3박자 그랬구나,정말! 그래서?

피나얀 2007. 7. 11. 21:31

 

출처-2007년 7월 8일(일) 오후 3:35 [한겨레신문]

 

적극적으로 듣기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 심심해.” 하면 자동으로 답이 나왔다. “그래? 형 방에 재미있는 책들 많아.” 혹은 “그럼, 레고 해.” 혹은 “음, 과일 깎아 줄까?” 그런데 어느날 깨달았다. 심심하다는 말이 꼭 나를 어떻게 해달라는 말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대답 대신 물어봤다.

 
“그래? 뭐 하고 싶은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게임 좀 하면 안 돼요?” 라거나 “밖에 나가 놀게요.”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일부러는 아닐지 모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오히려 아이는 “심심해”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부모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 가서 하는 척 하다가 또 와서 묻는다. “엄마, 그래도 심심해.”
아이가 초등 2학년 때 한 친구 때문에 힘들다고 종종 말했다. 그 친구가 화를 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든지, 심한 말에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끼리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고, 나도 자주 보는 아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흔히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예전에는 형제도 많고 별별 성격의 친구, 친척들 사이에서도 잘만 컸는데, 뭘.’ 하고 생각했다. ‘오히려 힘든 관계를 스스로 해결해가면서 사회성도 발달하는 거지.’ 그래서 아이에게 “원래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른 거야.”하거나 “너도 하기 싫은 건 거절해. 그래도 괜찮아.” 라는 식으로 짧게 충고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먹고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아이가 억울한 듯이 친구 얘기를 시작했을 때 “어, 그랬구나.” “정말! 엄마라도 화났겠다. 그래서?” 하며 공감하고 지지해주면서 끝까지 다 말하도록 허용해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아이는 한 시간이 넘게 자기 감정을 쏟아냈다.

 
티슈 통을 가져와서 눈물 콧물을 닦으면서 말하는데, 나중엔 나까지 눈물이 났다. 이게 특별한 상황일까? 평범한 초등 2학년 남자아이 얘기다. 다 듣고 나니 과거의 조언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주의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 그 자체가 귀한 선물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도록 해주는 상대방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조언을 들을 여유도 생겨난다. 다 듣지도 않고 쏟아내는 일방적인 조언은 그 사람의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자녀와의 대화에도 어떤 패턴과 습성이 있다. 우리의 대화 습관을 들여다 보자. 얼마나 충분히 들어주고 있는가? 혹시 중간에 말을 끊거나 가로채고 내 할 말만 하고 있진 않은가? 그러진 않더라도 그냥 혼자 말하게 놓아두어 제풀에 흥이 없어지도록 수동적으로 경청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부터는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을 내려놓고, 아이의 감정과 욕구, 의도 등을 귀 기울여 들어보자. 어떤 얘기든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다 보면 부모도 몰랐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