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단순함이 아름답다

피나얀 2005. 12. 19. 00:00

 


 

 

 


 

[스타일] 프라다 `네오 미니멀리즘`으로 명예회복선언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럭셔리 패션업체들이 매시즌 가장 피를 말리며 신경을 쏟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최고 화제를 모으는 ‘바로 그 백’, 일명 ‘잇 백’(It Bag)을 만드는 것이다. 한번 ‘잇 백’으로 히트를 치면 적어도 2~3년은 업체가 너끈하게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방이야말로 명품업체의 전체매출을 리드하는 핵심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명맥이 미미했던 발렌시아가, 멀버리 등이 ‘잇백’으로 명성을 회복한 게 그 예. 또 브랜드 인지도를 극대화하는데 가방만큼 효자아이템도 없다. 특히 요즘같은 불황에는 더욱 그렇다. 명품옷을 사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우니, 백이라도 들어주면서(?) 명품대열에 합류한 기분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잇’이라고 해서 영원한 ‘잇’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만큼 이 황금시장을 놓고 업체간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피를 튀길 정도다.

그 대표적인 브랜드가 ‘프라다(PRADA)’다. 프라다는 전세계적으로 10여년 넘게 빅 히트를 친 나일론 소재 토트백(일명 ‘프라다 백’)으로 성시를 누렸다.

 

구찌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으로 급성장한 것. 그러나 최근 2~3년간은 ‘넥스트가 없다’ ‘너무 정체돼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저조함을 면치 못했다. 검은색 나일론백은 너무 흔해져 지루하고, 여타 백들도 칙칙하거나 튀어서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의상 역시 프라다의 핵심기조인 미니멀리즘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는 바람에 매출이 부진했었다. 여기에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짝퉁이 너무 나도는 것도 부진을 부채질했다. 그런 나머지 ‘프라다의 전성시대는 이대로 끝난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왔다.

 

 


그런 프라다가 올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꿈틀대고 있다. 프라다는 최근 밀라노에서 열린 2006 춘하컬렉션에서 ‘헤리티지 컬렉션’이란 이름의 새로운 핸드백 라인을 선보이며 재도약을 예고했다.

 

가뿐하면서도 미니멀한 이 백은 기대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모았다. 의상부문도 기존의 미니멀리즘을 보다 세련되게 극대화한 ‘네오 미니멀리즘’으로 선회해 전문가및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 ‘헤리티지 컬렉션’이 최근 청담동 프라다 본매장에서 선보여졌는데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정신과 미우치아 프라다의 남다른 창의력이 잘 배합됐다는 평이 모아졌다.

 

1913년 이탈리아왕가에 가죽제품을 납품하던 프라다의 전통을 살려 왕가문장이 배합된 ‘밀라노 로고’를 사용한 이 백은 자카드(올록볼록 처리된 헝겊)라는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소재로 현대여성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보다 모던한 감성으로 재해석된 이 새 라인은 전통을 젊은 감각으로 산뜻하게 재해석한 것이 매력. 따라서 세계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1980년대 나일론 백의 영화를 다시 이어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패션괴짜’ 미우치아 프라다는 누구?= 프라다의 오너인 미우치아(56)는 ‘패션괴짜’로 통한다. 밀라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연극활동에 매료돼 있던 미우치아는 1978년 할아버지(마리오 파라다)의 가업인 가죽사업을 이어받으면서 패션계에 몸담았다.

 

그녀는 남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값싼 소재인 포코노 나일론으로 토트백을 내놓으면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소규모 전통기업을 일약 럭셔리브랜드로 급성장시킨 것.

 

 


 

원래 미우치아는 패션사업보다는 진보적 문화활동에 관심이 컸으나 가업을 떠맡자 곧 ‘열혈(?) 패션인’으로 변신했다. 항상 남과 다르게 생각하길 좋아하는 ‘안티’체질의 그녀는 ‘핸드백이 꼭 가죽이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가볍고 튼튼하고,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는 나일론백을 내놓았다.

 

소재는 값이 싸지만 마무리와 마케팅만은 일급으로 했는데, 이 실용적인 백은 미국과 일본을 필두로 전세계서 무지막지(?)한 성공을 거뒀다. 이 백은 ‘고급패션은 꼭 근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엎고, 패션의 역사를 다시 쓴 것.

 

이에 힘입어 프라다는 1989년부터는 숙녀복 사업을 시작했고 1993년에는 젊은층을 겨냥한 미우미우(Miu Miu), 1994년에는 남성복을 내놓으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미우치아의 디자인은 평범하지만 세련된 미니멀리즘을 보여준다.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지적 분위기를 풍긴다. 누구나 좇는 패션계 유행 경향과는 아랑곳않는 안티룩(anti look)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

한편 미우치아 프라다는 현대예술에도 관심이 많다.

 

현대예술이 현대 사회의 특성을 표출시키는 힘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라다재단을 운영중인 그녀는 밀라노 본사에 독특한 갤러리를 만들고 데이비드 스미스, 루이스 부르주아 같은 초특급 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해왔다. 재단은 또 트라이베카영화제를 후원하는등 영화부문 지원도 펼치고 있다.

 

이영란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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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5-12-17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