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오락프로그램들이 웃음의 생산방식과 방향을 대폭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 연예인들이 개인적으로 밤에 놀았던 경험담을 소재 삼아 술자리 집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지금의 오락프로그램들이 점차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요즘 오락프로그램은 게스트들끼리도 사적 친분이 두터워야 농담이 잘 먹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평소 이들과 친하지 않는 연예인은 출연자들에게 면박을 주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순발력이 없다면 왕따 분위기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해 대중의 호감도를 높인 스타들도 많기는 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효리와 김제동 등이다. 솔직하게 털어놔 털털하고 소탈한, 그래서 인간적인 모습을 한 스타로 대중에게 인식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강도가 약해져버린 이효리식 잡담과 신변잡기로는 안 통한다. 갈수록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사생활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오락프로그램 제작진이나 여기에 출연한 연예인 모두 평범해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강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 흐를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가지, 화장실 황당 에피소드나 성적인 얘기를 대단한 것인양 털어놓는 것이다.
지난 16일 SBS ‘야심만만’에는 ‘남자로서 너무 쪽(?)팔린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출연자들의 경험을 늘어놨다. 이런 비속어를 버젓이 자막으로 올린 것도 문제지만 다들 소변을 참았던 기억을 원색적으로 공개해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
김상중 정준호 정운택 등은 진행자와 “소변 량이 5ℓ다”, “거의 불을 끌 수 있는 수준이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그 중 한사람은 버스안에서 소변을 본 경험담을 얘기하기도 했다. 최윤영은 꿈인줄 알고 마려웠던 소변을 봤는데 현실이더라는 얘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한글의 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준다는 KBS ‘상상플러스’에서 출연자들이 대화 도중 노루표(포르노 비디오), 쌕쌕이(음서) 등의 비속어를 남발하고, ‘상하 움직임이 있는 베드신’이라는 성 관련 표현을 써 물의를 일으켰다.
물론 오락 프로그램을 교양의 잣대로 비판하는 엄숙주의는 절대 반대한다. 모든 오락프로그램들이 전 국민에게 책을 읽어라고 외치고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을 만나게 해줄 필요는 없다. 대중오락으로서 TV 오락이 교훈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고, 다소간의 저질은 용납돼야 한다. 오락의 재미는 저속한 통속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오락프로그램은 저질과 선정이 획일화로 치딛고 있다. 지상파에서 저질의 언어가 파편처럼 흘러다니는 건 문제가 있다.
지금 오락프로그램의 웃음은 부조리와 비합리로 가득찬 사회를 도발하고 전복할 수 있는 신선함(미하일 바흐친)을 지닌 것도 아니고 , 역전과 전복, 위반을 통해 약자들간에 ‘우정의 관계’에 기초한 ‘발랄한 반란’을 발동시키는 것(전규찬 교수)도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종휘가 제시한 오락프로그램의 수준을 결정짓는 방식인 오락의 다원화(개인마다 다른 오락의 취향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의 문제), 민주화(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 고도화(오락의 미학적 형식)를 달성하는 데도 미흡하다.
오락 프로그램의 문제를 담당 PD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현재의 오락프로그램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을 우선시 하는 방송사 간부들, 오락 프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의 문제, 스타 출연자들의 거대화된 권력, 방송사 내부 예능PD 인정의 실패 등 오락 프로그램 환경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요한다.
그런데도 단순한 인상 비평 차원에서 엘리트주의에 입각한 오락 프로그램 때려잡기가 반복돼 오락PD들간에 냉소적인 자기 방어를 키워주는 결과만 낳았던 것이다.
우선 오락PD들에게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수 있도록 풀어줘 오락 본령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풍토부터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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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6-01-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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