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AYARN™♡ 【이성(연애)】

내가 너한테 받은 건 머리핀 하나?

피나얀 2006. 1. 22. 21:28

 


 

 

 

헤어지고 나니 정작 아쉬운 건, 이별 그 자체가 아니다. 선물 하나 받은 게 없다니! 불쑥 화가 난다면? 선물 하나에 담긴 의미, 대체 얼마나 될까?

그녀를 울게 한 선물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부부싸움마다 빠지지 않는 엄마의 레퍼토리는 참 식상하게 여겨졌다. 뭘 그리 받고 싶은 게 많으셨는지 저리 한이 맺힐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연애를 하다 보니 그게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응, 이거? 울 오빠가 사준 시계야" "이번에 커플링 했어" "싫다는데도 휴대폰을 바꿔준다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오죽 사랑스러웠으면 친구들은 휘황찬란한 '그의 선물'을 휘감고 다녔다.

가격에 따라 달리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친구들은 사랑의 징표를 받은 셈이므로 더욱 의기양양해 보였다.

우스운 기준 같지만 ‘선물=애정도’라는 공식이 암암리에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다. 큰 걸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남들처럼 크리스마스나 기념일에 선물 주고 받는 재미를 누리고 싶다. 가끔은 뜻하지 않은 선물로 놀래고 싶다. 다만 선물로라도 애정을 확인 받고 싶었는데. 뒤돌아보니 짧지 않은 연애기간 동안 받은 거라곤 달랑 머리핀 하나. 그를 추억하며 궁상 떨만한 물건 조차 없다니! 통탄을 금치 못한다.

선물? 안 주는 데 이유 있다~

"마음이야 굴뚝 같죠. 그런데 돈이 없는 걸 어쩐답니까. 남들처럼 선물하지 못 하는 제 맘도 그녀가 알아줬음 좋겠네요" "저라고 선물 안 해 본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건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급기야 자기가 가서 선물을 바꿔오는데 실망했어요. 그 후론 선물 같은 거 아닙니다. 받는 마음이 고와야 주는 마음도 기쁘지 않겠습니까?", "선물 한 가득 사줘 놓고 뒤에선 바람 피는 남자, 많~이 봤습니다. 선물이 다가 아니라고요. 맘이 중요하지. 그런 거 다 필요 없다니까요"

때론 변명처럼, 때론 수긍이 가게 들린다. 남자들은 생각한다. 선물은 선물일 뿐,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적어도 대중가요 가사처럼, '그녀의 생일에 돈 없어 부담되고 전화까지 피하다가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며 편지라도 쓴다는 남자'는 낫다.

사랑을 하면 세상이 환해 보이듯이, 모든 것을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사물을 봐도 여러 가지 의미로 와 닿을 수 있으며, 선물 하나에도 온갖 감정과 상황이 담길 수 있다. 평면적인 남자, 입체적인 여자, 둘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은 끝을 예감케 한다. 서로 좀더 이해하며 사랑할 수는 없을까?

사랑하는 데 필요한 건……

라면을 끓일 때는 라면과 물과 냄비와 불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김치와 계란, 파, 찬밥까지 등장하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라면이 된다.

사랑할 때는 둘만 있으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함께 해야만 사랑은 더 발전한다. 선물은 라면의 김치와도 같다. 비싼 선물을 한다고 해서 애정도가 수직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예쁜 목걸이와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는 여자 마음에는 이 선물을 사려고 노력했을 남자의 모습과 그 모습 속에 담긴 마음이 떠올려진다.

사랑에 있어 선물이 의미하는 건 애정이며, 추억이며, 둘만의 교감이며, 연결끈이다. 비록 이별 후에 해치워야 할 선물들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선물들이 남겨지지만 그만큼 추억과 애정이 담겨있다. 굳이 비쌀 필요도 없다. 마음만 전해진다면.

지나고 보니 고작 둘 사이를 이어준 연결끈이 ‘머리핀 하나’라면 쓸쓸한 마음이 더해진다. 선물의 질이나 양은 중요치 않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선물을 할 정도로 사랑한다면 무엇에 비교하겠는가. 주는 이의 진실함, 받는 이의 이해심,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그 마음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선물이란 말씀.


 
기사제공 : 여성포탈사이트 젝시인러브(www.xy.co.kr) / 임기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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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2006년 1월 21일(토) 11:53 [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