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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가 구룡포를 들어올렸다

피나얀 2006. 1. 26. 17:56

 


 

 

 

 



올겨울 수익 500억 예상… 구룡포 예산 16배
과메기 거리엔 17일만에 10만명 다녀가

 

[조선일보 최재훈 기자]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삼정2리의 ‘우럭돌 과메기’ 덕장. 햇볕에 반짝이는 과메기 수천마리가 대나무 꼬치에 주렁주렁 매달린 채 동해의 파도를 배경으로 함께 넘실거린다.

 

어민 4명이 덕장과 세면장을 오가며 쉴새 없이 냉동꽁치를 씻고, 매달고, 옮긴다. 컨테이너 박스에서는 70대 할머니 3명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게 꽁치 배를 가르고 있다.


 

“배를 가른 꽁치를 깨끗이 씻어 바닷바람에 사나흘을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면 겨울철 별미 과메기로 재탄생하는 거죠.” 기름이 뚝뚝 떨어질 듯한 과메기 한 마리를 들어 보이는 덕장 주인 정상식(45)씨는 손이 부르텄다.

 

올 겨울 정씨네 덕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5000여만원. 안주인 김정애(40)씨는 “추운 날씨에 하루 15시간 넘게 일하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겨울 서너 달 일해 번 돈이 우리 가족의 1년 생활비나 다름없다”고 했다. 10여명 종업원도 월 평균 150만∼200만원을 받는다.

 

종업원 정두리(75) 할머니는 “적적한 겨울날 과메기는 노인한테 용돈까지 벌게 해 주는 기막힌 소일거리”라고 했다.

과메기는 구룡포가 주산지. 구룡포를 번쩍 들어올리는 핵심 산물이다. 경북 동해안 일대 어민들이 즐겨먹던 과메기는 눈을 뚫어 말렸다는 의미의 ‘관목(貫目)’이란 말이 변형된 것.


 

구룡포는 겨울철 밤낮의 적당한 온도 차(영하 4∼5도에서 영상 10도)와 50% 가량인 습도, 그리고 영일만 해풍이 밤낮없이 불어와 과메기 생산에 천혜의 적지(適地)이다. 전국 생산량의 80%가 이곳에서 난다.

 

올 겨울(11월∼2월) 예상수익은 총 500억원. 구룡포읍 1년 예산(30억원)의 16배가 넘는다. 작년보다 30% 넘게 늘었다. 과메기 생산 덕장만 450여곳이고, 종사자는 하루 800명. 1만2000명 구룡포 읍민 대부분이 과메기 덕에 먹고 산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구룡포 과메기는 매년 8월쯤 북태평양에 나가 잡아오는 꽁치로 만든다. 과거에는 청어로 만들었지만 기름이 많고 비린내가 심한 데다 많이 잡히지도 않아 요즘은 꽁치를 쓴다.

 

어획량이 부족했던 지난해에는 대만산 꽁치를 쓰기도 했다. 올해는 어획량도 많고, 판매량도 늘어 무려 7000만 마리를 사들였다.


 

과메기는 이미 전국적 먹을거리로 ‘떴다’. 구룡포읍은 지난 8일 구룡포리에 ‘과메기 거리’를 조성했고, 30여개의 판매점이 들어왔다. 17일 만에 1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매년 연말에는 포항시 호미곶에서 ‘과메기 축제’가 열리고, 작년 12월에는 ‘과메기 서울나들이 축제’가 열려 서울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과메기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도 50개에 이르고, 대부분의 덕장에서 택배로 전국으로 판매한다. 진공 포장해 1년 내내 생산·판매하는 곳도 생겼다. 포항시는 구룡포리 1만4800평을 ‘과메기특구’로 개발할 예정. 다음달 사업자 선정에 나서, 6월에는 재경부에 정식으로 특구 신청을 낼 계획이다.


 

과메기는 배를 갈라 말리는 ‘배지기’와 통째 말리는 ‘통마리’로 나뉜다. 예전에는 통마리뿐이었지만, 1990년 초반 이후로는 먹기 좋게 다듬은 배지기가 주류이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쫀득한 맛이 배지기의 특징이라면, 통마리는 내장과 함께 보름 정도 말리기 때문에 특유의 향기가 배어 있다.

 

과메기 전문식당 주인 김순화(여·48)씨는 “대개는 말끔하게 다듬은 배지기를 선호하지만, 포항 사람들은 어릴 적 먹던 옛 맛이 그리워 통마리를 즐긴다”고 했다. 그는 “과메기는 미역·다시마·배추·파·김과 곁들여 먹으면 각각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과메기는 성인병에 좋은 불포화지방산과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돼 주당에게는 술 안주로, 일반인에게는 겨울 별미로 사랑 받는다.

 


 

(구룡포=최재훈기자 [ acrob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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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1-26 0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