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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대통령 제임스 브라운, 무대를 녹이다

피나얀 2006. 2. 28. 18:22

 

'솔의 대부(Godfather of soul)', '펑키 대통령(Funky president)' 이제 팝의 전설이 된 제임스 브라운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그의 첫 내한 공연은 그의 나이가 73세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였다.

 

 

▲ 2월 24일 서울 공연 모습. 전혀 녹슬지 않은 목소리로 열창하고 있는 제임스 브라운.
ⓒ2006 엑세스엔터테인먼트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붉은 색 화려한 옷차림으로 등장한 제임스 브라운. <메이크 잇 펑키>(Make it Funky)로 문을 열자 객석 여기저기는 순식간에 무도회장으로 돌변했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이 날 공연에서 제임스 브라운은 특유의 다리 떨기, 마이크 스탠드 쓰러트리고 다시 낚아채기 등 그만의 전매 특허 퍼포먼스를 그대로 보여주었고 목소리는 전혀 녹슬지 않은 채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졌다.

무대 위에서는 매력적인 코러스와 무희들이 역동적인 몸짓을 발산해 글자 그대로 '버라이어티 쇼'가 됐다. 대표적인 히트곡인 <잇츠 어 맨스 월드>(It's a man's world), <콜드 스웨트>(Cold sweat), <리빙 인 어메리카>(Living in America)로 이어지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절정으로 향했다.

이날 공연 중 브라운은 지난해 타계한 레이 찰스의 <아이 갓 어 워먼>(I got a woman)을 직접 키보드를 연주해 부르며 헌정과 추모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공연 후반 그의 대표곡 <아이 필 굿>(I Feel Good)' 연주되자 공연장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어 마지막 곡이자 대형 히트곡 중 하나인 <섹스 머신>(Sex Machine)이 이어졌다.

제임스 브라운과 함께 무대에 오른 밴드 사회자는 "이 보잘것없는 제임스 브라운이 '하는' 걸 보고 싶어요?"라고 물으며 <섹스 머신>의 전조를 알리자 관객들의 환호는 그칠 줄 모르고 무대를 가득 메웠다. 제임스 브라운은 노래 '섹스 머신'의 가사 대로 "일어나라(get on up)"고 외치며 무대를 휘젓기 시작하자 공연장은 관객과 무대 연주자들 모두 하나가 되었다.

제임스 브라운과 밴드가 퇴장한 뒤 관객들은 조금도 자리를 뜨지 않으며 발을 구르고 박수치고 "제임스 브라운"을 연호했지만, 아쉽게도 앙코르는 이어지지 않았다.

 

▲ 밴드, 댄서, 코러스 등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화려한 쇼의 전형을 보여준 제임스 브라운의 공연.
ⓒ2006 엑세스엔터테인먼트
제임스 브라운이 보여준 춤과 음악에서 나이는 사라졌고, 반세기 동안의 음악 여정이 그대로 녹아 내렸다. 마이클 잭슨이 영향 받은 바 있는 춤 동작, 힙합 음악인들에게 수 없이 샘플링로 사용되는 음악과 손동작들, 또한 미국 흑인들이 삶이 서린 미국 남부 교회의 종교적 음악 색채 등 제임스 브라운의 반세기가 짧은 시간 속에 모두 응축되어 무대 위에 펼쳐졌다.

30여 년 전인 1968년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밝힌 제임스 브라운은 "그때 보다 훨씬 멋지고, 오늘 공연에서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다. 매우 기분 좋다"며 인사했다.

공연을 기획한 액세스엔터테인먼트측은 "관객 3500명이 공연을 찾았다"며 "20~30대 젊은 관객층이 많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열정적인 공연이었다"고 전했다.

제임스 브라운은 어떤 음악인인가
반세기 동안 팝 음악계에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평가

1933년 미국 태생으로 1956년 < Please Please Please >로 데뷔한 후 반세기 동안 시공을 초월해 존경과 사랑을 받은 전설적인 음악인.

솔(Soul), 펑크(Funk), 알앤비(R&B) 장르의 선구자로 불리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음악에 까지 그 영향력은 지대하다. 마이클 잭슨의 화려한 춤도 그의 몸짓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와 비교할 만한 음악적 능력을 가진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많다고 해도 영향력에서 만큼은 그를 따라올 수 없다고 평가 받는다.

1969년 < Say It Loud, I’m Black And I’m Proud >를 발표해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실의에 빠진 흑인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부터 10여년 간 디스코 붐에 밀리고 개인적 슬럼프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86년 영화 <록키4>에 삽입된 < Living In America >가 빌보드 싱글차트 4위를 기록해 화려하게 재기했고, 그 해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곧 이어 아내 폭행과 총기 소지 혐의로 구속 수감되며 또 다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이어 1992년 그래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며 전설적인 음악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인했다.

여러 영화에도 출연하바 있으며, 제임스 브라운이 부흥회 목사로 연기했던 유명한 음악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에서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국경을 초월해 사랑을 받은 히트곡으로는 < I Feel Good >< Sex Machine > 등이 있다.

1998년 새 앨범 < I'm Back >을 발표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현재도 세계 투어를 돌며 팬들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제임스 브라운의 나이를 고려할 때, 첫 내한 공연이었던 이번 공연이 우리나라에서 직접 그를 볼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박성진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영국)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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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2-28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