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먹거리와 볼거리 풍성했던 빙어축제

피나얀 2006. 2. 7. 22:34

 

 
 
 
 

 

▲ 막둥이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를 부여잡고 신나게 자연눈으로 만든 미끄럼틀을 타는 어른의 표정이 즐거워만 보인다.
ⓒ2006 유영수
오전 7시40분경 일행을 태운 차는 고속도로를 한창 달렸다. 이른 아침 출발한 덕에 정체 없이 목적지인 강원도 인제를 향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는 준비해 온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김밥이 대단한 식사가 될 줄이야...

어스름한 하늘에 예쁘게 피어오른 구름을 뚫고 해오름의 장관이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한 자리에서 일출의 진행과정을 지켜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해뜨는 과정을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목도하기는 처음이다. 황홀한 기분으로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아침식사를 즐긴 셈이다.

 

▲ 빙어를 재료로 만든 젓갈(좌)과 그 젓갈에 양념을 한 상태(가운데), 그리고 다시 빙어젓갈을 이용해 배추김치를 만든 모습(우)
ⓒ2006 유영수


 

 

▲ 빙어로 만든 음식들. 왼쪽부터 빙어동그랑땡, 빙어탕수어와 빙어튀김이 맛깔스럽게 선을 보이고 있다.
ⓒ2006 유영수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해 약 2시간 반 정도가 지난 오전 9시 반경 인제빙어축제가 열리는 인제군 남면 소양강 상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진동호회 회원과 지인까지 포함해 모두 4명이 동행한 이날(5일) 출사는 원래 개썰매경주대회가 목적이었다.

현장에 도달해 보니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얼음판 위에 빙어낚시할 구멍을 뚫어놓고 빙어잡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에선 각종 얼음썰매를 타고 얼음지치기를 즐기는가 하면, 각자 준비해 온 다양한 먹거리들을 펼쳐놓고 요기를 하기도 했다.

 

▲ 오래 기다린 끝에 포착한 빙어 잡아올리는 순간(좌)과 주전부리체험장에서 가래떡을 구워먹는 정감있는 모습
ⓒ2006 유영수


 

 

▲ 재밌는 체험행사들 때문인지 이날 행사장에서는 맑은 웃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2006 유영수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구입한 빙어낚시 도구를 이용해 두텁게 언 강에 구멍을 뚫고, 낚시줄에 떡밥을 매단 채 빙어가 입질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빙어를 많이 잡아 그것으로 가족들의 점심식사를 해결해 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긴 했으나, 빙어가 생각보다 많이 잡히지 않아 희망사항에 그칠 듯싶었다.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빙어낚시에 마냥 신난 듯 추위도 잊은 채 아빠의 낚시줄을 쳐다보고 있었고, 아빠들은 가장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빙어낚는 데에 몰두하는 눈치였다.

 

▲ 엄마와 함께 얼음을 지치는 딸(좌)과 삼대가 한 얼음썰매에 올라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아봤다(우)
ⓒ2006 유영수


 

 

▲ 도구를 이용해 얼음판에 낚시할 구멍을 만드는 모습(좌)과 아빠가 빙어 낚기만을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우)
ⓒ2006 유영수
서울에서 온 가족은 물론 울산과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가족들은 대부분 빙어축제가 처음이 아닌 듯, 김밥은 기본이요 생굴을 사가지고 와 즉석에서 숯불에 구워먹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 추운 날씨에 주린 배를 달래는 모습이었다.

올해로 9번째를 맞는 인제빙어축제는 화천산천어축제와 함께 강원도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겨울철 지역축제로 자리잡아가는 듯 보였다. 주차를 하고 행사장에 들어서면 먼저 눈조각과 얼음놀이터 등이 여행객들은 반기고, 그 옆으로는 빙어요리시식과 산촌웰빙음식을 판매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빠와 딸이 눈썰매장에서 인간볼링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순차적으로 담아봤다.
ⓒ2006 유영수
행사장은 크게 자연존과 레포츠존, 웰빙존에 가족존으로 나뉘어 테마별로 다양한 동계레포츠와 먹거리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짜여져 있었다. 또한 개썰매 선수권대회와 눈싸움대회와 스노우 모터사이클 대회 등의 이색적인 부대행사도 준비돼 있어 행사장을 찾은 내방객들에게 여러가지 눈요깃거리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눈썰매장 한편에서 커다란 튜브를 타고 사람이 볼링공이 되어 언덕 아래에 설치된 볼링핀을 직접 쓰러뜨리는 '인간볼링게임'과, 갓 뽑아낸 가래떡과 감자며 고구마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숯불에 구워먹으며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주전부리 체험장'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 얼음구멍에서 얼음찌꺼기를 떠내는 망을 직접 만들어 오신 아저씨(좌)와 주전부리체험장에서 친절한 서비스로 관광객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은 아르바이트 청년(우)
ⓒ2006 유영수
인간볼링게임은 스트라이크를 치거나 스페어처리를 한 사람에게는 별도의 지역농산물상품권을 나눠주고, 행사장 내에 마련된 인제군의 먹거리들로 교환해갈 수 있게 해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모습이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축제가 열린 기간(2일~5일) 동안 80여 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외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한 듯하나, 여러가지로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보였다. 우선 다채롭게 진행되는 많은 행사를 일목요연하게 관람객들이 이해하고 시간대별, 장소별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안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입구에 있는 안내소에서 전체 프로그램 일정이 적힌 리플렛을 나눠주긴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상세히 행사내용을 알기 힘들어 보인다.

 

▲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입심좋은 각설이 공연의 주인공(좌)과 생굴을 사들고 와 숯불에 직접 구워먹는 대단한 준비성을 보여주신 이천에서 오셨다는 아저씨(우)
ⓒ2006 유영수
여러 행사가 시작되기 전 방송을 통해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는 시스템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또한 극심한 주차난과 몰지각한 일부 관람객들의 얌체짓이 맞아 떨어졌는지, 소양강의 얼음판 위에까지 차량들이 들어와 주차를 하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후에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귀경길은 서울까지 5시간 정도 걸렸다. 하지만 행사장을 나설 때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줄서서 '내년에도 또 놀러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모습은 여행을 다녀온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정경이었고, 막히는 도로에서 살포시 웃음짓게 만드는 귀중한 선물이었다.



덧붙이는 글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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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2006년 2월 7일(화) 10:15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