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게임중독이 심각하다. 은둔형 외톨이를 거쳐 심각하면 패륜까지 서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해 ‘전자 마약’이라고도 지칭되는 게임중독. 아이를 어떻게 게임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지 제대로 한번
알아보자.
case 1
우등생 아들이 게임중독
걸려 홍역을 치렀던 정혜선씨
“아빠와의 진지한 대화가
아이 마음을 돌리는 계기
됐어요”
겨울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정우는 학원 근처의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고 자연히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방학이 반 정도 지난 즈음 정씨는 학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정우한테 무슨 일이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
최근 들어 학원을 무단으로 조퇴하거나 늦게 올 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졸고 숙제도 안 해온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물으니 PC방을 다닌다는데, 알고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그제야
아이의 달라진 행동이 이해가 되더군요. 아침, 저녁마다 집에서 식사하고 꼭 집에서 잠자던 아이가 밤에도 독서실에서 공부하겠다며 들어오지 않을
때만 해도 입시를 앞두고 열심히 하는 걸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어쩌다 집에 와서는 전에 없이 눈도 잘 안 마주치고 잠만
자곤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가 ‘왜 아이를 의심하느냐, 그럼 독서실에 가서 같이 살라’는 핀잔만
들었어요. 마침 시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자주 다니느라 아이에게 신경도 못 썼구요.”
그동안 온라인 게임에 빠져
PC방에서 살다시피 했던 정우는 정씨가 찾아가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던 정혜선씨는
그것이 곧 착각이었음을 깨달아야 했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아이는 이미 자기 절제를 넘어선 상황.
학원을 밥
먹듯이 빠지던 아이는 급기야 새벽에 몰래 집에 들어오고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사기 위해 휴대폰 결제하는 금액도 많아졌다. 개학을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를 달래도 보고 겁을 주기도 하고 급기야 때리기도 여러 번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입을 꾹 다물고 맞기만 하는 아이를
보면서 속이 타들어갔다.
아이는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면 잠시 게임을 안 했으나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을
반복했다. 한번은 새벽에 들어온 아이를 보고 소리소리 질러서 내쫓았더니 진짜로 집에 들어오지 않은 적도 있다.
그때는 너무 놀라 남편과 함께 수소문한 끝에 새벽녘에 담배연기
자욱한 PC방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그곳에서 정우는 컴퓨터 앞에 앉아 눈을 번득이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억장이 무너져서 눈물이 쏟아지더라구요. 도대체 얘가 왜 이러는지, 뭐가 잘못된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좋은 대학 보내려고 열심히
뒷바라지했고, 아이도 잘 따라주었는데….
아이의 성적도 자연히 뚝뚝 떨어졌죠. 그렇게 말 잘 듣고 착하던
아이가 제가 뭘 물어봐도 아예 대답을 안 하더라구요. 그러다 언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죠.”
그나마 대화가 가능한 건
남편이었다. 정우는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학을 가지 않고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단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는
없냐고, 집을 나가서 혼자 살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자 남편은 정우 대신 정혜선씨를 설득했다.
“그냥 한번 놔둬보자고 하더군요.
못하게 하니까 아이가 더 빠져드는 것 같다고, 실컷 하게 하고 본인이 그만해야겠다고 하면 그때 도와주자고요. 아직 2학년이고 다행히 국·영·수
성적은 나쁘지 않으니까 기회를 줘보자고요. 끝까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하면 밀어주자는 남편에게 화가 났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대신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학교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하루 5시간 이상 반드시 잔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아이에게 게임의 자유를 주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정우는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고,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혼자서 게임만 하는 자신이 낙오자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 후 정혜선씨는 아이가 등하교를
하거나 학원에 갈 때 승용차로 데려다 주고,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함께 등산을 다니는 습관을 들였다. 가능한 한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없애려고 애썼고 몸을 움직이는 운동도 꾸준히 시켰다.
이제 정우는 게임을 잊은 듯하다. 아직 성적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도 원만해졌고 성격도 예전보다 밝아졌다.
“알고 보니 훨씬 증상이 심각해서 전문적인 기관의 치료를 받는 아이들도
많더군요. 아이가 스스로 이겨냈으니 이 정도면 행운이죠. 그런 일을 겪고 보니 저도 부쩍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case 2
게임중독 걸린 중학생 아들, 대화 통해 ‘구해낸’ 이현선씨
“가족들의 관심과 대화가
가장 좋은 처방이에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게임에 빠지면 ‘내 아이가 설마?’,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가 게임중독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좀더 일찍
아이에 대해 깨닫지 못한 것이 계속 후회로 남아요.”
아들 현수가 게임에 너무 집착한다고 느낀 것은 중학교 1학년이던 2년 전.
이현선(48세· 가명)씨는 아이가 점점 말라가더니 어느 날 아침에는 학교에도 못 갈 정도로 피곤해하더란다.
“정말 활발하고 잘 웃는
아이였어요. 평소 친구들하고 축구도 즐겼는데 그것마저도 하지 않았어요. 조용히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반에서 5등 하던 성적이 39등으로
떨어졌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은 되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며칠 동안 가만히 지켜본 끝에, 이현선씨는 아들이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너무 기가 차서 아이를 크게 꾸짖었더니 그 뒤론 더 이상 밤늦게까지 현수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기에 안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새벽에 일어났다가 현수 방을 들여다보았더니
이불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이대로 놔두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의논해 내린 결론은 ‘대화’였다. 아이가 게임에 너무 빠져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못 하게 강요하기만 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기로 했고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 것인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앞에 앉혀 놓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제하고 싶지만 잘 안 된다는 아이의 솔직한 고백에 그녀와 남편은 아이에게 스스로 끊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동안 아이 혼자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었는지 ‘혼자 해봤더니 안 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 뒤로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새로운 계획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컴퓨터를 아들 방에서 빼내 거실로 옮겼고, 컴퓨터 하는 시간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퇴근 후에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가 즐겨 하던 축구를 함께하며 대화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컴퓨터 게임과 성적 얘기 대신, 학교생활이나 친구들, 운동 얘기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었다.
그러나 게임을 끊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컴퓨터를 거실로 옮긴 후에도 엄마, 아빠가 잠든 사이에 게임을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다. 할 수 없이 컴퓨터를 안방으로 옮겼다. 금단현상이 심해지는 아이의 짜증도 받아줘야 했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어느 정도 스스로 컴퓨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지금도 컴퓨터는 안방에 있고 아직도 게임을 하면 2시간을 넘긴다. 그래도 이제는 아이 스스로 게임시간을 조절할 힘이
생겼다. 성적도 향상되어 예전의 우수했던 성적을 유지할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아들의 게임중독을 고치는 1여 년 동안의
과정에서 이씨는 거의 전문가가 다 되어 있었다.
“요즘은 아주 어린 학생들도 무분별하게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무조건 ‘안
된다’고 강압적으로 누르기보다 아이 스스로 처음부터 규칙을 만들어 지키도록 옆에서 돌봐주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들은 자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case 3
가출까지 하며
게임에 몰두했던 아들 ‘치료’한 김진영씨
“게임중독에 우울증까지 겹쳐
많이 힘들었어요”
지난 여름방학 직전에 김진영(44세·가명)씨는 큰아들 민철이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민철이가 수업시간에 산만하게 굴어 주위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을 못 하겠다고 항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곧 수험생이 되는 같은 반 친구들은 산만하고 시끄러운 민철이와
공부를 못 하겠다며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민철이를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잘 어울리는 친구에게 물으니 민철이가 게임중독이라고
했다.
“이해가 안 갔어요. 성적은 나빠도 차분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던 아이였거든요. 혼자 키운 탓에 아빠의 손길을 못 받고 자라
내성적이 되면 어쩌나 싶어 걱정되던 아이였는데. 전혀 상상도 못했죠.”
그동안 엄마도 모르게 컴퓨터 게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던
민철이의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씨가 아들의 게임 아이디를 알아내어 몰래 접속해본 게임 속 아이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이의 아이디
뒤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붙어 있었던 것.
사이트를 한참 뒤지면서 그녀는 아이가 야간자율학습과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PC방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현실과 달리 게임 속의 아들은 제멋대로인데다 건방진 아이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선
여름방학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아이는 열흘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김씨는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민철이를 겨우 찾아냈다. 아들은 PC방에서 퀭한 눈으로 게임에 열중해 있었다.
배가 고프면 컵라면을 사서 먹고, 졸리면 PC방 안의 소파에 앉아
선잠을 자면서. 그녀는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혼자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 소리소리 쳤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지닦달하듯 물어봤죠. 아이는 자신이 게임에 중독됐다고 말했어요. 열흘 동안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도 느꼈었나 봐요. 게임을 그만
하고 집에 오려는 노력을 몇 번이나 해봤지만 허사였다고 하더군요.”
김씨는 아이를 게임중독 전문 클리닉에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가 우울증이 있다고 하더군요. 민철이가 우울증을
게임으로 해소하려 했다는 거예요.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죠. 선생님께 울면서 말씀드렸어요. 아이를 꼭 정상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그랬더니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근본적인 우울증 치료라고 하더군요.”
클리닉에 다니는 3달 동안 아이는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금단증상을 보였다. 게임 외의 일들에는 무기력 증세까지 보이며 일상생활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니고 있던 회사를 잠시 쉬고 방학동안 아이 옆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3달 동안 밤낮으로 민철군과 함께 보내며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발길을 끊었던 교회도 다시 데리고 나가고, 심지어는 여자친구도 ‘만들어’ 주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좋아하는 음악 CD를 사러 외출하기도 했다. 다행히 민철군에게는 스스로 고치려는 의지가 있어서 금단증상을 잘 견뎌냈다. 엄마가 만들어준 환경 때문에 게임에 대한 유혹을 컨트록하기 시작했고 결국 우울증도 완전히 해결됐다.
취재 김소영·사진 이병준·도움말 김봉수(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출처-2006년 2월 6일(월) 11:20 [우먼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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