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제주는 봄 봄 봄] 숨겨진 비경

피나얀 2006. 2. 25. 18:11

 

 


“제주가 좋다는 걸 누가 모르나. 멀고 비싸니까 자주 못 가는 거지.” 16만 원대의 왕복 항공료에다 숙박비, 음식값 등을 치르다 보면 수 십만 원이 쉽게 사라지는 게 제주 여행.

게다가 관광지마다 몇 천원, 몇 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려면 지갑 든 손이 떨려오고, 가슴이 쓰려온다. 하지만 제주에도 잘 찾으면 무료나 아주 저렴한 돈으로 관광할 수 있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입장료를 받는 명승 관광지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제주의 비경과 관광지를 안내한다.

● 서귀포 쇠소깍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 중 하나가 효돈천. 서귀포의 동쪽 끝 하효마을을 지나 바다를 만난다. 바다와 접점 지역에 용암과 물이 빚는 비경이 숨어있으니 바로 ‘쇠소깍’이다.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있는 계곡은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장관을 이루며 울창한 수풀과 어울리는 옥빛의 호수를 담고있다. 기암 계곡의 폭은 10~30m, 길이는 120m나 된다. 옥빛의 호수를 쇠소라 부르는데 마을 주민들이 여름이면 피서를 즐기는 곳이다.

효돈천 물길은 바다 앞에서 딱 멈춘다. 화산재 같은 새까만 모래가 바다와 물을 가르고 있다. 바다로 용암의 흔적은 계속 이어져 해변에 이제 막 식어버린 것 같은 바위 덩어리들이 널려져 있다. 파도에 뻥하니 구멍이 뚫린 것에서부터 공룡의 등뼈마냥 길게 마디져 이어진 거대한 바위도 있다. 아이들은 이 바위 틈새에서 게를 잡고 소라를 캔다.

마을 주민들만 알던 이 쇠소깍은 최근 유명세를 타고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 마을 옆으로 계곡을 따라 쇠소깍 진입로가 조성됐고 지금은 계곡 옆으로 나무 회랑으로 된 산책로 공사가 한창이다. 아직까지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 금능석물원

협재해수욕장 인근의 금능석물원은 돌로 그려낸 제주의 민속, 민화집이다. 정과 끌로 다듬어진 조각들은 우리네 이웃같이 투박하면서도 친근하다. 밭일 나가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선 아이, 낮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정담을 나누는 아낙네, 옷 벗고 있는 여인을 몰래 쳐다보는 남정네 등에서 옛 제주 사람들의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입 벌리고 올려다 보는 돼지 위에서 큰 일을 보고 있는 아낙상과 노비의 딸을 불러내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넣은 도련님 상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돌하르방의 명장인 장공익(75)씨가 혼자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장 명장은 지금도 석물원 한쪽 구석에서 정과 끌로 돌을 깎아내고 있다. 쉽게 웃으며 지나치는 작품들이지만 가슴 속에 잔잔히 제주민들의 지난했던 삶에 대해 애틋함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입장료는 1,000원. (064)796-3360

● 혼인지와 환해장성

섭지코지 인근의 성산면 온평리 마을 숲에는 혼인지라는 500평 규모의 연못이 있다. 고(高)ㆍ양(梁)ㆍ부(夫) 삼신인(三神人)이 삼공주(三公主)와 혼인한 장소로 전해지는 곳이다.

아득한 옛날 삼성혈에서 태어난 탐라의 시조 삼신인이 수렵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가 한라산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니 동쪽 바다 위에서 오색 찬란한 궤짝이 떠 내려와 해안가에 머물렀다.

삼신인이 내려와서 궤를 열어보니 벽랑(碧浪)국에서 온 15~16세 가량의 공주 3명과 송아지, 망아지 오곡의 씨앗이 있었다. 세 신인은 나이 순에 따라 세 공주를 배필로 정하고 혼인지에서 혼례를 올리고 궤에서 나온 소와 말을 기르고 오곡의 종자를 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국제결혼 장소이고 제주의 문명을 연 곳이다.

혼인지 바로 옆에는 삼신인이 혼례를 치르고 신방을 차렸던 조그만 굴이 있다. 그 굴은 입구에서 세갈래로 갈라져 있어 혼인지의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입장료는 없다.

●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

남제주군 안덕면의 서광리에 16만 평의 차밭이 펼쳐져 있다. ㈜태평양이 운영하는 서광다원이다. 차밭 입구의 설록차 뮤지엄 전망대에 오르면 한라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드넓은 차밭의 풍경을 완상할 수 있다.

설록차 뮤지엄 내에는 차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차의 다양한 종류와 함께 찻잔 등 차를 끓이는 도구들을 구경할 수 있다.

박물관 한쪽에 마련된 다점에서는 따뜻한 차 한잔이나 녹차 아이스크림 등을 곁들이며 나들이에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064)794-5312






 

제주=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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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일보 2006-02-23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