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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척이다. 돌고 도는 패션 경향, 올 봄 패션계의 화두
역시 복고가 힘을 얻고 있다. 1960년대 세계 패션계를 물들였던 팝아트적 요소와 70년대 유행했던 미니멀리즘이 고개를 들고, 지난해 대두했던
로맨티시즘도 여전히 강세.
봄이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져 다양한 그래픽과 화려한 색상이 패션계를 물들이고 있다. 좀더 단순히 말하자면 캔버스에 낙서한 듯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성 있는 문양은 물론 리히텐슈타인이나 앤디 워홀이 그렸음 직한 프린트가 티셔츠를 중심으로 여러 아이템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그래피티(graffiti:스프레이 낙서 같은 디자인)를 내세운 섀도와 기본 프린트라 할 수 있는 극도로 단순화한 꽃 프린트를 품은 향수까지 화장품 업계에서도 여기저기 프린트가 출렁인다.
# 왜 프린트인가
패션 경향을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최근 각 브랜드들의 프린트 열광은 지난해 말 프레타포르테 부산을 찾은 바소앤브룩의 컬렉션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만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프린트로 갤러리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이들은 팝아트적인 프린트를 이브닝드레스는 물론 재킷과 바지에 그려 넣었다.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으로 프린트를 맡은 브루노 바소와 디자인을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브룩, 남성 2인조인 이들은 자신들의 인기 요인을 ‘참신성’과 ‘유머 감각’으로 설명했다. 참신성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유머 감각은 옷을 고르고 사 입는 고객에 맞춰진 셈.
다시 말하면 디자인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프린트의 기본 특성과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벼운 웃음을 띠게 할 수 있는 원 포인트 디자인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 이와 함께 예술과 패션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웬만한 젊은 층이 예술을 일상으로 여기는 요즘, 패션 경향에 예술적 감각이 다양하고 자유롭게 반영되는 것도 그 이유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프린트 바람은 2004년 시작됐다. 디자이너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프린트는 2005년이 되자 유명 디자이너는 물론 신진 디자이너들도 다루기 시작했다. 원색의 색감과 기본적인 꽃 프린트 등은 지난해를 달궜던 로맨티시즘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한 번씩은 거치고 간 프린트는 올해 거의 모든 대중 브랜드들이 다루기 시작했다. 아니,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다양한 형태를 띠며….
sadi 패션디자인과 채수경 학과장은 “예전에는 새로운 스타일 개발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패션 스타일도 돌고 돌 만큼 모든 스타일이 나온 셈”이라며 “최근 들어 새로운 프린트를 만드는 것은 물론 원단의 질감을 달리하려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프린트 열풍은 화장품 업계까지 파고들 태세. 올봄 메이크업의 주제를 그래피티라고 소개한 태평양 헤라의 구애란 브랜드 매니저는 “충동적이며 장난스럽고 상상력이 넘치는 거리예술인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받아, 선명한 옐로 블루 퍼플 오렌지 등 강력하고 트렌디한 컬러로 자유분방한 메이크업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 프린트, 프린트, 프린트
단순화하긴 했지만 프린트는 그래픽, 애니메이션, 추상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프라다가 지난 가을부터 선보이고 있는 ‘언스포큰 다이얼로그’ 라인.
1993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의 ‘폰다치오네(Fondazione) 프라다’에서 신예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는 프라다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자사 티셔츠 위에 재구성함으로써 재해석한 프라다 브랜드를 보여주려 고심하고 있다.
올 봄여름 라인에서 프랑스 아티스트인 HNT는 이미지와 심벌을 위주로 한 디자인을, 미국 브루클린 출신인 비니 레이는 흔히 쓰는 단어와 연관된 이미지를 지극히 단순하게 표현했다. 프라다 남성복 MD인 이준석 과장은 “문화라는 큰 틀에서 패션과 예술은 한 맥락”이라며 “개성적이고 개별적인 스타일 자체가 예술적 표현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듯, 하나의 예술적 표현은 개성적인 스타일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프린트들은 대개 젊은 아티스트들이 그려 추상적이면서도 다소 현대적인 것들이 많다. 프린트 디자인도 일상적인 것들에서 많이 빌려와 익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프라다가 강조하는 것처럼, ‘어떤 한 패션 브랜드(프라다)의 문화적 대화의 시작’에서 그치지는 않을 듯하다. 오래전부터 극히 개인적이고 개성적으로 변화하는 패션 마니아들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지기 때문.
최근 몇 해 동안 가장 보편화한 프린트는 팝아트적인 경향을 한껏 담은 것들이다. 지난해 배트맨·슈퍼맨 등 카툰 위주의 프린트가 인기를 끌었고, 바소앤브룩이 그랬던 것처럼 유쾌함을 가득 담은 프린트가 주류다. 좀더 예술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 올해 패션계에 녹아든 팝아트의 특징이다.
옷에 재미를 심는 것과 함께 문화예술에 한껏 눈이 트인 패션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 올해 ‘팝아트’를 컨셉트로 잡은 국내 리바이스 타입원 진과 앤디 워홀 라인을 출시할 예정인 미국 리바이스만 봐도 그렇다. 리바이스 담당자 역시 이런 경향에 대해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기본적인 프린트는 꽃이나 동물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지극히 단순화시킨 것들. 모스키노나 스와치를 비롯한 웬만한 브랜드들이 내놓는 꽃무늬나 동물 모양을 담은 아이템들은 물론 에스티 로더가 새로 내놓은 향수 ‘플레저 엑조틱’ 병에 새겨진 꽃무늬 등도 이에 해당한다.
에스티 로더는 “오리지널 플레저보다 열대의 향으로 신선하고 빛나며 달콤한 느낌의 향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봄의 느낌은 물론 지난해 여름부터 불기 시작한 ‘지중해를 모티브로 한 패션 경향’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설명인 셈이다.
글 정재영, 사진 황정아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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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2006-02-23 17:30]![](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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