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트레이닝복 색깔에도 계급이라뇨

피나얀 2006. 3. 2. 22:25

 

 

오제형의 Oh!스타일

[조선일보]

대부분의 패션 피플을 살펴보면 특이한 행동양식들을 몇 발견할 수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항상 거기에 맞는 옷을 장만하는 것이다.
 
게을렀던 과거에 테러당한 몸매를 수복하겠다는 나 역시 필라테스 수강신청을 마치자마자 가까운 숍에 들러 광택이 흐르는 초록색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을 구매했다.

잠깐, 여기서 당신이 얼굴을 찌푸리기 전에 나의 변을 들어주기 바란다. 명백한 사치처럼 보이는 이런 행동관습에는 명백한,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멋진 운동복에 맞는 멋진 몸매를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투자했으니 어떻게든 운동을 하게 되어 새로운 생활의 일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를 굳히는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트레이닝 복을 입고 첫 수업에 나간 나는 나의 선택을 곧바로 후회하게 되었다.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검은색과 회색 내지는 하얀색의 옷을 입고 있는데다가, 까마귀 떼 사이에 개구리가 된 나는 수업시간 내내 그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다음날 친한 패션 디자이너와 식사를 하게 된 나는 그때의 당황스러웠던 상황을 재연하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한 피트니스 센터를 꾸준히 다니고 있는 그녀는 박장대소를 하며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운동을 할 때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려 하거든. 특히 몸에 자신이 없을수록 더욱 어두운 색을 택하게 되는데 더 날씬해 보이고 남의 시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지.”

후에 나는 심지어 트레이닝 복에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매의-혹은 몸매에 대한 자신감- 레벨 별로 색깔의 밝기가 점점 화려해지고 원색에 가깝게 되며 노출 부위 역시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 트레이닝 드레스 코드에 견주어보았을 때 나는 가장 어두운 컬러의 긴 팔 옷과 출처를 알 수 없는 바지를 입었어야 했던 걸까? 그렇다면 최근 각 브랜드에서 카림 라시드나 스텔라 매카트니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내놓은 화려한 디테일과 컬러의 트레이닝 복은 어느 수준에 올라선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스타일링적으로 보았을 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먼저 상체에 살이 많은 사람은 가슴 선이 깊은 티셔츠를 입는 것이 좋고, 어깨에 살이 많은 여성의 경우는 티셔츠의 어깨 부분이 짧을수록 좋다.
 
하체가 두꺼운 경우는 옆에 스트라이프가 있고 그 컬러가 바탕 컬러와 차이가 많이 나는 바지를 입어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이라는 밝고 맑은 미래를 향한 활동인 운동을 하면서 칙칙하고 어두운 컬러를 입는 것보다는 화사한 색깔을 입는 것이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절대! 넉넉한 사이즈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를 사서 거기에 맞는 몸을 목표로 하는 게 낫다. 참고로 나는 한 사이즈 작은 광택 초록색 트레이닝 복을 끝까지 고집한 결과, 시작한지 6회 만에 3kg를 감량했다. 하하!



 
 
 
(홍보업체 ‘J컴퍼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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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3-02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