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따스한 봄날 냉이 캐러 갑시다

피나얀 2006. 3. 6. 20:21

아침에 창문을 여니 따뜻한 바람이 전해졌다. 구름이 따뜻한 햇빛을 가리기도 했지만 햇살이 비칠 때면 살랑이는 바람조차도 따뜻함이 와 닿는다.

 

▲ 옹기종기 모인 작고 푸릇한 냉이들.
ⓒ2006 경현경
아이가 심심했는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놀이터에 가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일요일이라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태워주겠다며 주섬주섬 옷을 꺼내입는다. 밖에 나간 아이와 남편은 집으로 전화를 해 밖을 내다보라고 했다. 혼자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날씨도 따뜻하니 냉이나 캐러가지고 아이와 남편을 꼬였다.

 

▲ 군데군데 있었던 냉이.
ⓒ2006 경현경
과연 지금도 냉이가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완연한 봄날같은 하루를 그냥 집에서 썩히기엔 아까웠다.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형산강이 흐르는 밭둑으로 갔다.

다행히 아직 냉이들은 우리를 반겨주었다. 밭은 벌써 가래질을 한 곳도 있었고,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들 사이에 냉이들이 고개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의 손길이 있었던지라 군데군데 조금씩만 남아 있었다.

 

▲ 냉이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2006 경현경
지난 달에 왔을 때를 회상해 보면, 그때는 찬바람과 땅이 얼어 냉이를 캐기가 무척 어려웠고, 아주 작은 냉이들만 많았었지만, 오늘은 꽤 큰놈들이 눈에 띄였고, 뿌리까지 캘 수 있었다.

 

▲ 냉이꽃이 이렇게 예뻤던가요?
ⓒ2006 경현경
냉이를 캐는 동안 아이는 흙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남편은 '이거 냉이 맞아?'라며 계속 물었다.

냉이를 캐는 도중에 만난 빨간색의 무당벌레는 또 다른 눈요기감이 되었다.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다보니 이런 자연에서 주는 식물, 동물, 곤충들을 볼 때면 먼저 환호하고 신기해 한다. 아이에게 무당벌레를 보여주며 만져보라고 권했지만 무섭다고 도망을 갔다. 하지만 아이의 눈과 머릿속에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다.

 

▲ 냉이위에서 노는 무당벌레 두마리.
ⓒ2006 경현경
냉이를 캐고는 형산강둑 잔디밭에 앉아 냉이를 다듬었다. 푸른 강줄기와 일렁이는 따스한 바람결에 냉이향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집에 오자마자 냉이를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살짝 데쳤다. 아무래도 두 번에 걸쳐서 먹어야 할 듯한 양이다. 주부들은 늘 오늘은 뭘 해먹을지 고심을 한다. 오늘은 뜻하지 않게 그런 고민을 털게 해주었다.

 

▲ 다듬어진 냉이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사르르.
ⓒ2006 경현경
어머니가 직접 담그신 토종된장을 풀고, 삶은 냉이랑 두부를 넣고, 파, 마늘, 청양고추를 넣었다. 어머니 말씀에 된장찌개는 매콤해야 제 맛이라고 하셨다.

 

▲ 냉이 된장찌개 완성.
ⓒ2006 경현경
땀이 뻘뻘 나도록 맛있게 밥을 먹은 남편은 밥을 더 달라고 했다. 다시 밥을 지었다. 그리곤 밥이 다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밥을 먹기까지 했다. 원래 음식은 먹을 때 먹어야지 중단한 후 먹게 되면 먹기 힘들어지는 법이지만, 냉이의 풋풋한 향과 부드럽게 씹히는 감촉이 식욕을 계속 돋구었다.

냉이 하나로 한 끼 식사는 가족의 포만감과 즐거움을 선사했고, 이렇게 자연에서 자란 냉이를 캐서 음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한 것인가. 도시에서는 할 수 없는, 논이 있고 밭이 있는 곳에서만이 가능한 자연이 주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축복임을, 기쁨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내년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오마이뉴스 2006-03-06 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