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봄나물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고 졸음을 쫓아 준다.
봄나물에 몸에 좋은 장을 곁들여 요리해 보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침이 넘어가지 않는가.
“엄마가 해주던 돌나물 무침이 얼마나 맛있던지, 이맘때면 그 맛이 생각난다니까요.” 아직 엄마의 손맛이 그립다는 강순재(26·회사원)씨는 지난해 10월 결혼한 신혼 직장인이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다 보니 주방 일이 그리 많지 않아 요리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그가 봄나물 배우기에 나섰다. 다가오는 봄, 피로해 보이는 남편을 위해 봄나물 요리를 한번 해주려는 생각에서다.
지난 15일 김씨가 서울 여의도 아파트에서 대상식품연구소 신수경 조리사에게 봄나물과 장을 이용한 요리를 배워 보았다.
“봄나물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야 맛과 향이 날아가지 않아요. 양념도 강하지 않게 해야죠. 나물 본래의 맛을 해치선 안 되거든요.” 신 조리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강씨의 얼굴은 진지한 표정이다. 요리를 몇 번 해본 사람이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봄나물 요리지만 강씨에게는 하나하나가 새롭다.
“신혼이라서 그런가, 아직 힘들다고는 안 하지만 직장 생활 하면 다 스트레스 받잖아요. 지금까지는 외식하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운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강씨는 그래서 더 열의를 가지고 배우는 모양이다. 엄마가 무쳤던 나물 맛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요리를 해내는 것이 강씨의 목표다.
데친 냉이는 찬물에 헹궈 체에 건져 두고 된장, 다진 마늘, 멸치 육수 등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을 넣고 냉이를 무친다. 너무 힘이 들어간 걸까. 강씨가 냉이를 무치는 데 뭉쳐지는 느낌이 들자, 신수경 조리사가 “살짝만 비벼주면 된다”고 조언해 준다.
봄나물은 자체로도 맛이 좋지만 된장으로 버무리면 구수한 맛이 더해져 쌉쌀한 맛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신 조리사는 “일본 된장은 소맥분이 들어가 단맛이 난다며, 묵은 된장일수록 봄나물 맛을 살려주고, 아미노산과 펩티드 등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설명한다.
냉이를 된장에 버무린 후 그릇에 담으면 요리가 완성. 강씨는 “해보니까 쉽다”면서 “앞으로는 해먹어야겠다”고 말하곤 이내 작은 소리로 “왜 내가 하면 맛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 된장과 나물을 이용한 봄 요리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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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한 봄나물 요리가 식욕을 자극한다. 봄나물 된장비빔밥, 냉이된장무침, 달래된장찌개, 두릅새우초회(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
냉이 된장 무침
▷재료:냉이 200g, 양파 1/4개, 양념장 (된장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멸치 육수 1큰술, 다진 파 1큰술, 깨소금 1큰술, 물엿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냉이는 잔털을 없애고 깨끗하게 다듬어 흐르는 물에 씻어 건진다.
② 팔팔 끓는 소금물에 냉이를 재빨리 데쳐 내어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③ 양파는 채 썰어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없애고 물기를 뺀다.
④ 양념은 분량대로 잘 섞어 만들어 둔다.
⑤ 물기를 완전히 뺀 냉이와 양파에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다.
두릅 새우 초회
▷재료:두릅 8∼10개, 새우 6∼8마리, 소금 조금, 양념장(고추장 3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물엿 1/2큰술, 레몬즙 1/2큰술, 통깨 1작은술,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① 두릅은 밑동에 붙어 있는 겉껍질을 떼고 깨끗이 손질하여 씻는다.
② 끓는 소금물에 데친 후(밑동부터 넣는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③ 새우는 등 쪽의 내장을 빼내고 껍질을 벗긴 뒤 끓는 물에 데친 후 반으로 갈라 둔다.
④ 새우 데치는 물에 통마늘 1∼2개, 대파 3cm, 통후추 3∼5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새우의 맛이 훨씬 좋아진다.
⑤ 초고추장은 분량대로 섞어 만들어 둔다.
⑥ 접시에 준비해둔 두릅과 새우를 보기 좋게 담고 초고추장을 곁들여 낸다.
달래 된장찌개
▷재료:달래 80g, 맛살조개 100g, 두부 1/3모, 풋고추·붉은고추 1개씩, 굵은 파 1대, 된장 3큰술, 소금 조금, 다진 마늘 1/2큰술, 물(또는 쌀뜨물) 2컵.
▷만드는 법:
① 뚝배기에 물이나 쌀뜨물 2컵을 붓고 된장을 체에 걸러 푼 후 불에 올린다.
② 국물이 끓어 오르면 해감을 뺀 맛살과 두부를 넣는다.
③ 다시 국물이 끓어 오르면 달래와 고추, 파를 얹고 다진 마늘과 소금으로 양념하여 달래 향이 나도록만 살짝 끓인다.
봄나물 된장비빔밥
▷재료:취나물 15∼20g, 곰취·냉이·달래·돌나물·숙주나물·봄동 15∼20g씩, 햅쌀 1공기, 강된장 소스(멸치 1/2컵, 된장 4큰술, 다시마 5×5cm 1장, 청고추 2개, 홍고추 1개, 다진 마늘 1큰술, 맛술 2큰술, 고추장 1/2큰술, 다진 대파·참기름 2작은술씩, 깨소금·참기름 1작은술씩)
▷만드는 법:
① 햅쌀은 물에 충분히 불린다. 뚝배기에 물과 햅쌀을 넣고 중간 불에 끓인다. 국물이 잦아들면 불을 끄고 뜸 들인다.
②밥을 짓는 동안 취나물과 곰취, 냉이, 숙주나물을 끓는 물에 데쳐 낸 후 소금과 참기름으로 대강 무쳐 놓는다.
③ 돌나물과 봄동, 달래는 깨끗이 씻어 찬물에 담근 후 물기를 털어놓는다. 분량의 강된장 소스를 냄비에 붓고 중간 불에서 은근하게 졸인다.
④ 돌솥밥이 다 되면 각 나물들을 소담하게 담아낸 후 분량의 강된장 소스를 올린다.
⑤ 밥을 다 먹은 후에는 돌솥에 뜨거운 보리차를 부어 누룽지죽처럼 만들어 먹어도 일품이다.
글 엄형준, 사진 황정아 기자 ting@segye.com
〈취재협조:대상 청정원〉
봄에 산야에서 나는 풀과 새싹들 가운데 나물은 60여종에 이른다. 이 중 사람들이 즐겨 먹는 봄나물로는 달래, 취나물, 쑥, 물쑥, 두릅, 냉이 등이 있다.
무침으로 인기가 있는 달콤쌉싸래한 달래는 비타민C가 풍부해 피부 노화와 동맥 경화를 억제해 준다. 날로 무쳐 먹거나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맛이 좋다. 취나물은 칼륨, 비타민C, 아미노산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입맛을 살리고 춘곤증을 예방해 준다.
쑥은 비타민 A가 풍부해 저항력을 높여줘 환절기 감기 예방에 좋다. 나물 이외에도 떡, 국, 튀김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어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민간에서 많이 쓰이는 약재 중 하나이기도 한 쑥은 냉한 속을 데우고 필요 이상 몸에 저장된 수분을 없애 준다. 생리를 원활히 하고 간도 보호한다. 두릅은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C 등이 풍부해 혈액순환과 피로 해소를 도우며, 냉이는 소화를 돕고 간의 해독 작용을 높인다.
봄나물은 아무래도 재배된 것보다는 절로 자란 것이 향이 강하고 맛이 좋다. 그래서 봄이면 나물하러 가는 이들이 많은데, 나물과 모양은 비슷해도 사람이 못 먹는 독초일 수 있으므로 꼭 전문가와 동행해야 한다.
나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리기보다는 양념장을 만들어 무치는 것이 맛을 내는 데 효과적이다. 또 먹기 전 바로 무쳐 내야 비타민 등 성분의 산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도움말: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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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2006-02-23 22:00]'♡피나얀™♡【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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