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자신의 몸을 부숴 더 나은 맛위해 희생‘마른빵’

피나얀 2006. 3. 8. 17:50

 

 


빵이 마를 날이 없다.

 

때로는 구워놓은 지 오래 된 마른 빵이 꼭 필요한 요리들이 있다. 다 굳어서 쓸모없을 것 같은 마른 빵을 절구에 빻으면 튀김이나 지짐요리의 훌륭한 옷이 된다. 마른 빵을 네모로 썰어서 마늘과 버터를 바르고 오븐에 구워 파삭파삭한 크루통(crouton)을 만들어 뿌려야만 진짜 맛있는 시저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오래된 빵을 물에 담갔다가 손으로 꼭 짜서 한입 크기로 잘라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한다. 때로는 토마토와 마른 빵을 넣어 걸쭉하고 포만감을 주는 따끈한 수프를 만들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음식에 요긴하게 사용되는 마른 빵이지만 우리 집에는 빵이 마를 새가 없다. 빵을 자주 굽는 편인데도 조금씩 잘라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나와 아내가 왔다갔다하면서 한 조각씩 집어 먹고 초등학생 덩치만 한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 멜로디와 하이디가 얻어 먹거나 훔쳐 먹으면 그 많던 빵이 어느새 바닥이 나버린다. 특히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아무리 길게 산책을 한 뒤라도 하이디가 더 놀고 들어가자고 버티는 버릇이 생겼다.

 

어찌나 말을 잘 알아듣는지 송아지만 한 덩치로 장승처럼 버티다가도 ‘하이디, 빵 줄께 들어가자’하는 말 한 마디에 꼬리치며 졸랑졸랑 따라 들어온다. 나는 빵이 아까워서 ‘개껌 줄게’ 하고 데려오는데 아내는 꼭 ‘빵 줄게’ 한다. 그리고 나서는 하이디랑 약속했으니 굳은 빵이라도 달란다. 하루 지난 빵, 이틀 지난 빵, 이런 식으로 곶감 빼먹듯이 없어지니 우리 집에는 항상 마른 빵이 귀할 수밖에.

 

며칠 전 음식촬영 때는 대구에 빵가루를 묻히고 노릇하게 튀겨서 피시버거를 만들어야 했는데, 굳은 빵이 하나도 없었다. 냉동실에 있던 바게트 반죽 꺼내 20분 동안 굽고 다시 오븐에 넣고 말려야 하는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그래서 그제 구운 빵은 좀 치사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몇 조각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토마토와 묵은 빵 수프 만들기(4인분)

 

▲재료

 

완숙 토마토 4개, 올리브 오일 3큰술, 양파 1개 다진 것, 마늘 2쪽 으깬 것, 네모로 썬 오래된 빵 2컵, 다진 바질 1큰술, 화이트 와인 2/3컵,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발사믹 식초 1작은술, 야채 스톡 2와 2/1컵(양파 1개, 당근 2개, 감자 1개, 샐러리 2줄기, 올리브오일 2큰술)

 

▲야채 스톡 만들기

 

소스팬에 올리브오일 2큰술을 넣고 듬성듬성 다진양파 1개를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당근 2개, 감자 1개, 샐러리 2줄기를 썰어 넣고 5분 정도 끓여 체에 걸러낸다.

 


▲수프 만들기

 

(1) 뜨거운 물에 십자로 살짝 칼집을 낸 토마토를 넣어 10초 정도 데친 뒤 얼음물에 담갔다 꺼낸 다음 껍질을 벗긴다. 토마토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내고 다져 그릇에 담아둔다.

 

(2) 커다란 소스 팬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오일을 달군 뒤 분량의 양파, 마늘, 파슬리와 마른 빵을 넣고 빵이 노릇해질 때까지 중불에서 5분 정도 나무주걱으로 섞으며 볶는다.

 

(3) 화이트 와인을 넣고 알코올이 날아갈 때까지 끓인다.

 

(4) 토마토 다진 것, 토마토 페이스트, 발사믹 식초, 야채 스톡, 바질을 넣고 잘 섞은 다음 불을 약하게 줄이고 뚜껑을 덮어 15분 정도 끓인다.

 

(5) 완성된 수프를 볼에 담아서 파마산 치즈를 조금 갈아 뿌려 낸다.

 

 

 

 

〈글·사진·요리|이성호(오즈의 키친 www.ozkitch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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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3-08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