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우성을 보고 있으면 신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남자가 봐도 멋진 외모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 어디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당당함을 선물 받았다. 연기생활 13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며 연기생활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장을 놀이터처럼 생각하는 정우성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눈빛에서는 슬픔이 느껴지며 저음의 음색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영혼마저 화약냄새로 시들어간 킬러 역할로 이만큼 훌륭한 재목이 또 어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이지>에서 그가 보여준 물오른 연기는 상당한 감정의 진폭을 자아낸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라고 말하는 이 영화에서 정우성은 거리 화가 혜영과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킬러 '박의' 역을 맡았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서툰 ‘박의’라는 캐릭터는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만나 생명력을 얻었다.
<데이지>의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접한 정우성은 자신과 호흡을 맞출 여배우가 ‘전지현’이라는 사실에 그 누구보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전지현과 한 번도 호흡을 맞추어 본 적이 없는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보고 혜영은 지현이가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
“저는 전지현이 한 캐릭터로 긴 시간 각인되는 건 배우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지현이 <데이지>의 혜영이라는 역할을 수락했을 때 누구보다도 좋아했죠.”
언제부턴가 그의 꿈은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가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것을 원치 않아했다. 그러나 꿈을 접지 않는 한 기회는 오게 마련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안에 감독 신고식을 치루겠다고 말한 정우성은 “메가폰을 잡았을 때 그 느낌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보다 더 기분을 들뜨게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는 정우성에게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미남 배우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얼굴로 승부하는 연기자’라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조각 같은 외모가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켜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연기가 얼굴에 묻혀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
정우성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의 연기에는 여유가 있다. 단지 긴 연기생활의 노하우뿐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그가 연기를 대하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박의' 라는 인물 속으로 푹 잠수한 탓일까? 그 어느 작품보다 캐릭터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촬영하는 동안 모니터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박의’라는 캐릭터가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곽재용 감독이 쓴 시나리오는 분위기가 지금보다 휠씬 무겁고 어두웠어요. 킬러라는 직업이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직업이잖아요.”
재능, 성실함, 집중력, 캐릭터에 대한 이해 등 정우성은 감독이 배우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췄다. 그는 아무리 어려운 촬영이라도 항상 최선을 다했고, 매번 자신의 정답을 발견했다.
시나리오상에 나온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를 하는 그는 영화마다 다른 정우성이 되어,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내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박의’라는 캐릭터에 다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영화에서 보여지는 정우성은 사랑을 잘 이해하는 연기자 같다. 그것도 슬픈 사랑을. 사랑의 여운을 느끼게 하는 그의 연기는 ‘멜로’가 가미된 장르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정우성은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자신만의 영역을 찾지 못해 소모되는 또래 남자 배우들과 달리, 한 발 한 발 성실하게 연기력과 열정을 쌓아가는 단단한 ‘배우’이다.
|
그는 좋은 배우의 척도를 ‘배우가 얼마나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느냐 없느냐’로 가늠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출연 배우의 전작을 연상한다면 이미 그 작품과 배우는 실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운명은 가꾸기 나름이라고 말한 그는 자신에게 각인된 이미지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했다.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정우성. 그런 의미에서 그가 올해 꼭 만들고 싶다는 장편 데뷔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연출과 주연을 겸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내 머릿속의 이미지가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저 역시도 궁금해요.(웃음)”
|
출처-[맥스무비 2006-03-10 19:50]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PINAYARN™♡ 【음악·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 8명의 여인들 - 봄 개봉작으로 보는 할리우드 여배우 열전 (0) | 2006.03.24 |
---|---|
<예프게니 키신이 온다> (0) | 2006.03.22 |
성악계 '슈퍼스타' 체칠리아 바르톨리 첫 내한 (0) | 2006.03.08 |
춘삼월 여배우 4인4색 스크린 매력대결 (0) | 2006.03.03 |
펑키 대통령 제임스 브라운, 무대를 녹이다 (0) | 2006.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