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역시 '엄마의 힘'은 강했다

피나얀 2006. 3. 30. 21:19

 

23일 서울 신문로 피어선 빌딩에 있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사무실. 직원들이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 아이에게 이물질을 먹였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중금속에 중독된 것은 아닌가요."

 

그동안 아기에게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M사의 분유 제품을 먹여온 부모들의 하소연이었다. 이 문제가 최근 세상에 알려지고 이슈화된 것은 거대 기업의 횡포에 끈질기게 맞선 한 주부의 집념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6세인 딸과 9개월짜리 아들을 둔 주부 윤지영(32.경기도 용인시)씨다. 올해 1월 중순 윤씨는 아들에게 분유를 타주려다 젖병 밑에 까만 물질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수입.판매 업체에 전화로 문의했지만 "몸속에 들어가면 녹으니 안심하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석연치 않은 답변에 안심할 수 없었던 윤씨는 혹시나 싶어 자석을 젖병 밑에 대봤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까만 물질이 자석을 따라 움직이는게 아닌가. 그는 "당시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고 했다.

 

윤씨는 이 업체를 소비자단체에 고발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젖병 밑에 가라앉은 게 '금속성 이물질'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농림부로부터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농림부 축산물위생과 이상진 서기관은 "인체에 직접적인 해는 없지만 '이물질이 있을 경우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이 제품을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그러면서도 "권위있는 미국 의료센터 두 곳의 조사 결과 문제의 이물질이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해명을 계속했다.

 

이에 성난 소비자들은 추가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달에 인터넷 카페에 소비자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카페운영자 이승준(30.치과의사)씨는 "3월 중순 현재 회원 수가 25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윤씨는 "업체 측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설명만 되풀이할 뿐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이 어떻게 들어갔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해서라도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시모 김정자 부장은 "윤씨 외에 소송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소비자들이 쇄도해 곧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윤씨는 "괜한 일로 호들갑 떤다는 지적에 신경이 무척 쓰였지만 내 아이의 건강과 직결된 일이라 용기를 냈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sungu@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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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일보 2006-03-29 0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