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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엑상프로방스]세잔의 도시에 가다

피나얀 2006. 4. 6. 01:20

 

 


랑스 마르세유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기차여행을 떠나면 도달하는 엑상프로방스. 14만명 가량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자그마한 도시다. 하지만 규모만으로 속단해선 안 된다. 엑상프로방스는 ‘작지만 큰’ 도시이기 때문이다. 엑상프로방스는 마치 도시 4개가 합쳐진 듯 사색(四色)빛깔을 발산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엑상프로방스는 4가지 별칭으로 불려진다. 물의 도시, 예술의 도시, 프로방스의 도시, 세잔의 도시 등 공약수를 찾기엔 너무 버거운 전혀 다른 수식어들이다. 엑상프로방스를 한번 방문하면 4개 도시를 찾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관광 대비 ‘최대 효율성’을 자랑하는 엑상프로방스. 지금부터 사시사색(四市四色)의 매력에 빠져보자.

■물의 도시, 사방에서 온천수가 샘솟다

엑상프로방스라는 이름은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이 ‘아쿠에 섹티아’라고 명명한 것에서 비롯됐다. 아쿠아는 라틴어로 물을 뜻한다. 엑상프로방스의 원이름이 ‘물의 도시’였던 것이다.

역사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물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역시 명불허전이다. 도시 곳곳에 온천수가 샘솟고 있다. 2000년 넘는 세월동안 프랑스 최고의 온천 관광지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보글보글 일어나는 작은 거품이 인상적인 미라보가의 ‘온천샘’, 뮤스카 포도송이를 들고 있는 동상으로 유명한 ‘르네왕의 샘’, 바로크 양식의 돌고래 조각으로 장식된 ‘4마리 돌고래의 샘’, 예전엔 사형장으로 사용됐지만 화려한 광장으로 거듭난 ‘프레쉬르의 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섹티우스 온천’ 등 도시에 있는 온천만 101개에 달한다.

■예술의 도시, 17세기의 고풍스런 건물들

엑상프로방스에 건축학적으로 아름다운 건물이 들어선 것은 17세기였다. 그때 자리잡은 건축물들이 지금도 변함없는 자태를 뽐내고 있다.

관광객 중 십중팔구가 첫 손가락으로 꼽는 곳이 시청이다. 특히 철 공예품으로 장식된 발코니와 시청문의 철책이 일품이다. 시청 앞 광장에서 매년 열리는 음악축제도 건물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미라보 거리 10번지에 있는 이조아드 드 보브나르그 저택은 프로방스 지역의 전형적인 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려함과는 정반대로 비극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다.

생 소뵈르 대성당은 유럽 건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둥근 지붕 모양의 받침 위로 8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세례반이 이곳의 백미다.

매년 여름 연주회가 열리는 알베르타 광장, 현재는 역사 박물관으로 이용되는 보예르 데귈 저택, 바로크 시대 예술이 집약된 모렐 드 퐁트베 저택 등도 꼭 들러봐야 한다.

■세잔의 도시, ‘세잔 패키지’로 가득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화가 폴 세잔의 고향이기도 하다. 세잔은 태양빛이 ‘조제’해낸 엑상프로방스의 풍광을 화폭에 옮겨 담았다. 특히 도시 근교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생 빅토와르 산’은 걸작으로 손꼽힌다.

세잔을 느끼기 위해선 올해가 엑상프로방스 방문의 최고 호기다. 세잔이 사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선 세잔을 기념하는 여러가지 행사가 계획돼 있다.

5월 중순에서 10월까지 매주 목요일에는 테마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생 빅토와르 산을 포함해 세잔의 작품에 등장했던 실제 장소들을 찾아갈 수 있다.

‘세잔의 흔적을 좇아서’라는 가이드 투어는 세잔의 생가인 오페라가 28번지부터 숨을 거뒀던 부르곤가 23번지까지 세잔의 전 생애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세잔의 학창시절 단골 카페인 두 가르송 카페 미라보거리 53번지와 세잔의 아틀리에(화실)였던 폴 세잔거리 9번지는 필수 방문 코스다.

■프로방스의 도시, 전통을 느끼다

엑상프로방스는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다. 리쉐름 광장에 벌어지는 시장에 들리면 “프로방스의 예전 잔치 분위기는 이랬었구나”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푸른빛 올리브와 허브, 양치즈, 꿀 등 프로방스 지방의 특산물을 두손 가득 들고 나타난 농민들 덕분이다. 흥정을 통해 값을 깎는―가끔 공짜로 주기도 한다―‘희열’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아몬드 반죽으로 구워낸 과자는 반드시 시식해 봐야 한다. 엑상프로방스가 자랑하는 ‘도시대표과자’다.

시장에서 미각의 즐거움을 느꼈다면 미라보 거리에선 시각의 기쁨이 대기 중이다. 여름에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만든 프로방스식 도자기와 장신구 등이 전시되고, 겨울에는 구유를 장식하는 데 쓰이는 인형들이 거리를 꽉 메우고 있다.

 

■사진설명=엑상프로방스에는 건축학적으로 아름다운 건물이 많다. 그 중에서도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건물.

 

 

 

 

/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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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뉴스 2006-04-05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