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봄꽃 잔치’보러 떠나는 맞춤여행

피나얀 2006. 4. 12. 00:33

 

 


올해 봄 날씨는 유난히 변덕이 심하다. 따뜻한 햇살을 시기라도 하듯 눈발을 날리면서 봄을 더디 오게 만들었다.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구례의 산수유, 광양의 매화꽃, 순천 선암사와 낙안읍성, 장흥의 장천재 동백꽃과 한재의 할미꽃 군락지를 돌아본 뒤 이웃하고 있는 강진을 찾았다.

 

강진의 영랑생가, 만덕산의 백련사와 다산초당에서 동백꽃을 바라보고 멀지 않은 해남의 보해매원에서 원없이 매화꽃을 감상했다. 광주로 나오는 길목에서 나주의 홍어거리를 찾고, 이내 불회사 동백군락지와 화순 운주사에서 점을 찍었다. 막바지인 꽃도 있지만 서두른다면 꽃향내를 맡을 수 있다. 이어서 벚꽃이 피기 시작하기에 어디를 가나 봄의 향취에 취할 수 있다.

 

구례 산수유 군락지

 

떠나는 날, 따사로운 봄 햇살이 여행객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개화시기를 가늠한다. 대전을 한참 비껴서야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을 찾아간다. 남원에는 현식당(063-626-5163, 추어탕), 우소보소(063-633-7484, 찌개백반)가 맛있는 집이지만 사진을 찍어야 하는 필자로서는 햇살에 쫓긴다.

 

곧추 구례로 내지르면서 진례마을의 산수유 시목(始木)지를 찾았다. 옛날 중국 산둥성(山東省)에서 시집온 색시가 처음 갖고 와서 산수유가 번졌다는 마을은 한갓지다. 노인 두 분을 만났는데, 연세에 비해 피부가 곱다. 공기 맑고, 신장에 좋다는 산수유 열매를 많이 드셔서 그런 것 같다. 이내 지리산 온천 주변으로 떠난다.

 

산수유 축제(3월 25일~4월 2일)를 앞두고 있는 평촌, 반곡, 월계, 상위마을은 온통 노란빛으로 변해 있다. 예년보다 꽃이 이른지, 활짝 만개했다.

 

이곳을 비껴 화엄사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지리산대통밥(061-783-0997-8), 지리산식당(061-782-4054), 그 옛날 산채집(061-782-4439)이 이름나 있는데 그 중에서 지리산 식당을 찾았다. 저녁 예불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화엄사, 그리고 모과나무로 만든 기둥이 독특한 구층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연기암이 눈앞에 아롱대지만 발길은 섬진강변을 향하고 있다.

 

간전교 청매실 농원이 있는 강변길에서 만난 매화꽃 마을

 

 


 

구례를 벗어나 이내 간전교를 건넌다. 산능선의 마을들이 차창 너머로 비껴간다. 이내 남도대교를 만나는데 강 건너면 화개마을이다. 벚꽃축제(3월 31일~4월 2일, 일기상 개화가 다소 늦춰질 듯)가 열린다는 현수막을 달고 있다.

 

내처 강변을 따라 달려가면 도로변 우측, 백운산을 등지고 사는 마을들은 매화가 만발해 꽃 속에 빠진 듯하다. 지는 햇살에도 아름답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하동에서 하루를 유하기로 한다. 여여식당(055-884-0080)에 들러 재첩회를 포장하고 강변 옆에 있는 알프스 모텔(055-884-6427)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날 악양면 토지세트장에 들렀다가 화개면에 있는 태봉식당(055-883-2466)에서 재첩국으로 조식을 해결한다. 직접 만든 죽순회가 맛있다. 다시 남도대교를 건너 아침햇살을 맞이하면서 강변 꽃길을 달린다. 청매실 농원은 주말이라 전날보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여행객과 사진가들이 몰려 어수선하고, 포장마차촌에서 울려대는 노랫소리도 신경이 쓰인다. 나오는 길목은 교통대란이다.

 

내년에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다져먹고 이내 망덕포구를 달려 옥룡사지 동백 군락지를 찾는다. 공사 중이라 복잡하고 텅 빈 절터지만 군락지는 제법 볼 만하다. 이내 근처의 백운산 자연휴양림(061-763-8615)을 찾는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하늘로 쑥쑥 뻗어 올라간 소나무 때문이다. 건강 산책로 사이로 진달래가 피어 있다. 멀지 않은 도선국사마을(양산마을)에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사또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직접 만든 두부를 먹고, 순천 선암사로 자리를 옮긴다.

 

선암사의 매화꽃과 봄꽃 향연

 

선암사 매표소부터 울창한 숲과 계곡을 벗 삼아 걸어 올라가면 눈길을 잡아끄는 홍교를 만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듯한 아취형 모양의 승선교가 있다. 필히 계곡 밑으로 내려가 봐야 한다. 강선대와 어우러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다. 조계산자락에 들어앉은 선암사는 여느 곳보다 날씨가 차가운지 매화꽃조차 피지 않았지만 대웅전 옆으로 피어난 산수유가 아름답다.

 

꽃나무가 많아서 유난히 봄이 아름다운 절집 선암사. 한 주가 지나면 제법 멋진 봄꽃 향연을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이곳은 차밭이 유명한데 5월 초부터 20일 정도 덖음차를 만든다. 절집을 나와 상사호 물줄기를 따라 낙안읍성 방면으로 달려간다. 읍성 못 미쳐 금둔사가 있고 온천도 만난다. 읍성 주변에는 벚꽃만큼이나 탐스런 홍매화 가로수가 눈길을 부여잡는다. 읍성 주변에 있는 고향집(061-754-3419)의 보리밥이 푸짐하다.

 

장흥 장천재 동백꽃과 한재 할미꽃 군락지

 

 


 

벌교를 기점으로 장흥-강진(2번, 77번 국도)으로 잇는 4차선 길이 새로 나 있어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1인분에 6000원 하는 쌈밥정식이 푸짐한 명동가든(061-863-8797)을 찾기 위해 읍내로 차를 돌렸다. 하지만 식당은 관광버스가 들어와 어수선하다.

 

읍내(장흥관광호텔:061-864-7777, 리버스 모텔:061-864-9200)에 숙소를 찾으면서 정보를 얻었다. 신녹원관(061-863-6622)이 외지에 소문나 있지만 관광호텔에 있는 명동회관의 점심 메뉴가 값싸고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곳 다 가볼 기회는 놓쳤다.

 

 

이른 아침 장천재(실학자 위백규 선생을 기리는 사당)로 오른다. 한 잔에 500원 하는 칡차를 파는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진한 차를 끓여내고 있다. 할머니를 만나면서 하루가 환하게 열리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 산책하는 사람 이 외에는 아무도 없어 한적하다. 장천재의 동백꽃은 여느 곳에서 보는 것보다 화려하다. 싱그러운 공기,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동박새 소리에 취해 한참을 놀다가 회진포구 근처에 있는 한재의 할미꽃 축제장을 찾는다. 멀리서 보면 민둥산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앙증맞은 할미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길을 비껴 내려오면서 회진포구 장터 옆에 있는 팥죽집을 찾았지만 비보를 접한다. 곽재구 시인이 쓴 ‘포구기행’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한다는 ‘순임씨’가 한 달 전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잠시 인생무상을 느끼면서 삭금마을을 찾아나선다. 이청준이 나고 자란 진목마을을 지나면서 텅 빈 바닷가 옆으로 임권택 감독이 만든 미개봉작 ‘천년학’의 세트장을 만난다. 어떤 장면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삭금마을에 도착해 삭금횟집(061-867-5461)에서 된장 물회를 먹는다. 활어를 잘게 썰어서 열무와 된장, 깨소금 등을 넣어 만든 물회인데, 맛은 괜찮다.

 

 

영랑생가, 백련사, 다산초당의 동백꽃

 

‘남도답사의 1번지’로 통하는 강진은 어느 순간 자꾸만 발길이 멀어지고 있다. 그래도 동백꽃 뚝뚝 떨어지는 봄철의 강진을 빼놓을 수는 없다. 영랑생가의 동백꽃이 아름답게 피어 꽃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화단에 심어진 모란도 따사로운 햇살에 한 치나 웃자라 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자란 시인이어서 주옥같이 아름다운 시구를 만들어낸 것일까?

 

이어 백련사 동백 군락지, 부도밭 주변을 둘러보고 서둘러 다산초당으로 오른다. 귤동마을에서 10여분 정도 오르면 만나는 초당. 웬일인지 꽃은 화려하지 않다. 그저 눈도장만 찍고 서둘러 해남 땅끝으로 향하면서 낙조를 염두에 둔다. 땅끝을 비껴서 송지호에서 낙조를 보면서 하루 일정을 접는다.

 

해남 보해매원에 만발한 매화꽃

 

석식과 숙박은 해남읍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대흥사 근처나 읍내의 모텔을 이용했는데 대선 찜질방(061-535-3700)이 생기고 나서는 이곳을 찾는다. 으레 카메라를 맡기기 때문에 여주인은 필자를 기억한다. 올 때가 됐는데 했다면서 반갑게 맞이해주는 여주인이 있어서 해남여행이 더 즐거워진다.

 

짐을 맡기고 길 건너에 있는 허름한 주막식당(061-533-5377)을 찾는다. 천변 옆에 있는 동네 주민이 찾는 식당. 메뉴에도 없는 1만원짜리 개불을 시켜 술 한잔을 마시는데 계속 반찬을 내어준다. 한결같이 맛이 좋아 과음을 하게 만드는 집이다. 숙취에는 천변식당(061-536-2649)의 추어탕이 좋다. 조식을 해결하고 보해매원(061-532-4959, 산이면 예정리)을 찾는다. 70% 정도 만개해 제법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밋밋한 밭에 심어 놓아, 구릉진 청매실 같은 자연스러움은 없어도 나름대로 볼 만하다. 구슬붕이 꽃과 동백, 화매까지 가세했다.

 

참고로 천일식당(061-536-4001)은 떡갈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설아다원(061-533-3083, 북일면 삼성리)은 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다양한 체험거리는 물론 숙박이 가능하다. 여주인의 끼와 음식 손맛이 돋보이는 집이다.

 

영산포 홍어거리와 나주 불회사와 화순 운주사

 

올라오는 길에 나주 불회사 동백 군락지를 떠올렸다. 보해매원에서 해남읍내로 다시 나오니 4차선 도로(13번 국도)가 번듯하게 나 있다. 계속 광주라는 팻말을 따라 위로 올라오면서 오랜만에 곰탕 한 그릇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도로변 팻말에서 ‘홍어거리’를 만났다.

 

 


 

영산포 홍어거리. 필자는 허영만의 ‘식객’이라는 만화를 통해 나주 홍어 정보를 얻었다. 수로가 발달되었던 시절 목포에서 시작된 뱃길은 영산포가 종착지였다. 그것을 알려주는 것은 대교 밑, 시멘트 담벼락 밑에 있는 선창가 등대였다. 이곳 저곳 홍어간판이 눈에 띄고, 고리탑탑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행여 옛 건물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선창 부근을 헤매면서 금성수산(061-333-6060)집을 찾아냈다.

 

머지않아 허물 수밖에 없다는 건물 앞. 안에서는 홍어를 써는 서너 명의 아낙을 만날 수 있었다. 40년 이상 홍어장사를 했다는 김지순 사장. 방송에 많이 나가서인지 조근조근 말을 많이 해준다. 1만원짜리 홍어와 직접 만들었다는 초장 5000원어치를 사들고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매캐한 냄새를 맡아야 했다.

 

불회사는 나주에서는 먼 거리다.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찾은 불회사는 일주문이 생겼지만 입구의 돌장승은 여전히 반갑게 맞이해준다. 아담했던 절집엔 커다란 건물들이 들어서 환하게 보이던 동백 군락지를 가려 버렸다. 그래도 건물이 거북스럽지는 않다. 대웅전 뒤편 언덕 뒤로 동백꽃이 피어오르고 이내 5월이면 차 수확을 할 것이다.

 

멀지 않은 거리(5㎞ 거리)의 운주사를 찾으면서 용강식당(061-374-0920)에서 못 먹은 곰탕 대신 추어탕 한 그릇으로 요기한다. 아직까지 봄향기를 느낄 수 없는 절집에서 어여쁜 대학생 커플을 만났다. 공사바위, 와불을 함께 걸으면서 그들과 젊고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공유했다. 돌아나오는 길, 인근의 도곡온천단지를 들러보고 광주에서 마침표를 찍은 봄 여행. 뿌듯함이 춘곤증처럼 밀려온다.

 

 

 

 

 

 

글·사진=이신화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저자(www.sinwh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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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주간조선 2006-04-11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