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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기 애호가의 생떼… 삼국시대부터 채식문화 발달한 건 비극이라네… 가축 사료로 세계
곡물 1/3 쏟아붓고 심장병·암 늘어가도 먹던 거 먹자고
자고로 음식 가려먹는 애들은 성격이 안 좋아. 나? 대한민국 평균이지. 평소 내가 먹는 고기? 일주일에 한 번은 삽겹살을 사먹으니까, 1인분을 200g이라고 하면 일년 52주 대략 17.4㎏을 먹는 거거든? 대한양돈협회에 따르면 한 해 우리나라 사람이 먹는 1인당 돼지고기 총량이 2005년은 17.4㎏, 2004년은 17.9㎏이라잖아(가공식품까지 합해서지만).
고백하자면 삽겹살 외에 소시지·베이컨·햄버거도 먹어. 등심·안심·앞다리살 같은 ‘우리 돼지 삼총사’도 텔레비전에 나온 날씬하고 예쁜 언니들이 하도 좋다니까 나처럼 성격 좋은 애들이 화답해줘야지.
틈틈이 치킨 뜯고, 설렁탕과 수육은 없어서 못 먹고, 자장면·탕수육도 즐기고, 누가 사주면 꽃등심도 얻어먹고, 스테이크도 가끔 사먹고…. 오직 먹히고자 갇혀 항생제니 화학 사료니 우겨넣으며 사육되는 고기들이 나 같은 사람이 안 먹어주면 얼마나 섭섭하겠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쇠고기랑 닭고기는 돼지고기의 3분의 1 수준인 연간 6㎏씩 먹으니까 나도 그 정도 먹는다고 치자.
계산이 뭉뚱그려졌다고? 따지지 마. 그러니까 채식인은 까다롭다는 소리 듣는 거야. 내 주변에 김창석이라고 있는데, 그는 상추를 먹기 위해 양념으로 삽겹살을 먹는다는 진정한 ‘돼지테리언’이야. 삼겹살 세 장에 돼지고기 세 점쯤 얹어먹지 않으면 먹은 거 같지 않다잖아. 먹는 것처럼 일도 두루뭉술하게 하는 게 한마디로 성격 원만해.
고구려는 고기를 먹었다는데…
나 요즘 몹시 불편해. 내가 ‘한 고기’ 좀 한다고 짐승 보듯 하는 애들 때문이야. 건강·환경·평화 얘기하면서 담배 끊듯 고기 끊는 애들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원래 채식 위주라고? 오우 노~. 고대사 논할 때 등장하는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봐. 부여의 관직명은 모두 동물 이름으로 돼 있어. 마가(馬加)·우가(牛加)·저가(猪加)·구가(狗加) 같은 최고 관직명이 그랬지. 얼마나 말고기·쇠고기·돼지고기·개고기를 즐겼으면 그랬겠어?
고구려 벽화를 봐. 짐승들과 같이 뛰놀잖아. 다 꼬드겨 잡아먹으려고 그런 거 아니겠어? 아전인수라고? 이것 봐. 우리 조상들이 원래 유목생활을 하면서 시베리아 같은 북방에서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들어왔다는 게 정설이야. 중국에서 맥족(貊族)이라 불렀대잖아. 원래 터프한 애들이 고기 잘 먹어. 성호르몬하고도 관련 있대지 아마.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고기를 먹었냐.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최준식 지음)란 책에서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자세히 일러주고 있어. 육당 최남선의 주장에 따르면 <수신기>라는 중국 고서에 우리 조상 맥족이 즐기던 음식이 나온대.
“중국 진나라 사람들이 ‘맥적’(貊炙)이라는 이민족(고구려)의 음식을 지나치게 즐겨서 문제”라고 서술해놓고 있는데, 맥적이 뭐냐면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불 위에서 굽는 거야. 불고기의 원조라고 보면 돼. 고기를 그냥 굽거나 삶은 뒤 양념하는 중국식과 달리, 양념한 고기를 쓴다는 게 특징이지.
삼국시대에 이르러 벼농사가 정착하면서 식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 우리 같은 육식인들에게는 정말 가슴 아픈 역사라 할 수 있지. 상류층 문화이긴 했지만 메주를 발효시켜 장 담그는 방법이 이때 개발돼. 채식의 역사가 태동됐다고 할 수 있어. 삼국시대부터 고려조까지 불교 국가였던 것도 한몫했지.
신라 법흥왕은 529년에, 백제 법왕은 599년에 살생 금지 법령을 선포했대. 중국 사람 뻥이 좀 세긴 하지만 서긍의 <고려도경>이란 책을 보면 “고려 사람들이 중국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양이나 돼지를 도살하는데 그 방법을 몰라서 쩔쩔맸다”고 나와 있어. 하도 고기를 먹지 않아 이런 작은 동물의 도살도 못하는 실정에 이른 거야.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채식 때문이잖아.
어쨌든 정혜경 교수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채식 대 육식 비율이 8 대 2 정도로, 이상적인 비율”이라면서 “요즘 그 균형이 깨져서 걱정”이라는데, 세상 걱정하시는 걸 보니 이분도 혹시 채식인이거나 까다로운 채식인들을 주변에 많이 두신 게 아닌가 싶어. 얼마 전 뉴스에도 나왔지만 우리나라 초등학생 비만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며? 어릴 때 고생해본 애들이 나중에 적응력도 좋아.
미국처럼 하면 다 좋은 거 아냐?
동물들이 불쌍하지 않냐고? 25년 사는 소를 2년 만에 도살하고 인공수정도 시켜서 개체 수를 늘리잖아. 부드러운 고기를 얻으려고 30년 사는 닭을 대충 35일 만에 도살하지. 좁은 축사에서 과밀하게 부대끼니 걔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어? 빨리 지옥 같은 이승을 뜨도록 도와줘야지.
오늘날 지구상의 소는 12억8천 마리로 추산된대. 소 사육 면적은 전세계 토지의 24%. 미국에서는 약 1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는데 미국인 2.5명당 1마리꼴이야.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가축들이 먹어치우고 있지. 일찍이 미국의 한 식량 경제학자는 미국에서 소·돼지·가금류 같은 가축 사료로 전환되는 곡물과 콩을 사람이 소비한다면 모든 지구인들이 1년 동안 날마다 곡물 1컵씩 먹을 수 있는 양이 된다고 했어.
채식인들이 자랑하는 책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 지음)을 보면 “수백만 명의 인간들이 기아에 시달리는 와중에 선진국에서는 사료로 사육된 육류, 특히 쇠고기 과잉 섭취로 인해 생긴 질병으로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나와 있어. “‘풍요의 질병’, 즉 심장 발작, 암, 당뇨병 등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거야. 쇠고기로 대표되는 적색 육류 소비와 미국 암 발생률 2위인 결장암의 관계를 볼까?
매일 붉은 고기를 섭취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결장암에 걸릴 확률이 2.5배가량 높다는 거야. 폐암에 걸릴 확률은 3배 이상이고. 이걸 연구한 이들은 ‘폭언’도 일삼지. “붉은 고기의 최적 소비량은 0이다.” 그나마 인간적인 연구자들은 붉은 고기 섭취량은 하루 85g 이내로 제한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어. 어쩜 이렇게 무시무시한 얘기를 할 수 있지? 뭐? 내가 더 무섭다고? 어쨌든 글로벌 스탠더드는 미국이잖아. 미국처럼 하면 다 좋은 거 아냐?
고기 많이 먹은 다음날 변비에 시달리거나 용을 써서 일을 봐도 똥이 새카맣고 연필처럼 얇아져서 기분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현대병 아니겠어? 현대인이라면 이 정도는 앓아줘야지. 우리나라의 결장암 발병률도 높아졌는데, 대체로 40대 이후에 발생하고 50대 이후가 되면 급격하게 증가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고. 대한민국 스탠더드임을 자부하는 나. 그래서 몸 걱정은 50대 이후부터 하려고 해.
그나저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애들 얘기 좀 제발 하지 마. 고기 맛 떨어지잖아. 세계은행(World Bank)은 전세계 7억∼10억 명이 절대빈곤 속에 살아간다고 하지.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은 13억 명 안팎이라고 하고. 인류 역사상 전체 인구의 20%가 영양실조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지만, 소 팔자가 인간보다 더 좋으면 안 돼?
진정한 동물 사랑의 출발은 여기서부터일 수도 있어. 물론 곡물 재배에 사용되는 토지는 육류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보다 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지. 콩을 심으면 10배, 잎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 시금치를 심으면 무려 26배나 많은 단백질을 얻을수 있지. 그럼 뭐해. 맛이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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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왜 사막화의 주범일까
원래 소는 초식 동물인데, 곡물 사료로 키워지면서 기기묘묘한 질병의 발원지인 것처럼 얘기되지만, 인생 뭐 있냐. 아버지도 즐기라 말하셨잖아. 이 정도의 스릴은 있어줘야지. 특히 쇠고기는 ‘단백질 사다리’의 정점에 있는 제일 럭셔리 고기야. 화학 비료나 도축장, 쇠고기 판매·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이런 ‘럭셔리 쇠고기’를 엄청 선전해대지.
개발도상국이 육류 공급 확대를 위해 미국식 생산 시스템을 따라 하게 되면 다국적 기업은 그 과정에서 짭짤하게 이득을 챙기는 거야. ‘아메리카 스탠더드’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일본은 일찍이 아시아권에서 가장 쇠고기 소비량이 팍팍 는 나라야. 그 뒤를 한국과 대만이 뒤쫓고 있대. 야구에서만 일본에 본때를 보일 게 아니라고. 여러 분야에서 이겨보자고.
세계사적 흐름을 좀 짚어볼까? 1960년대 이후 중미 삼림의 25%가 소 사육을 위한 목초지로 개간됐지. 1966∼83년에는 아마존 밀림의 38%가 소를 기르기 위해 필요한 목초지 개발로 집중적으로 훼손됐어. 소 사육은 사막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유엔에서는 전 대륙의 29%가 사막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봐. 왜 소가 주범이냐고? 얘들이 좀 무겁니? 강력한 발굽은 토착식물을 짓밟고 토양을 단단하게 다지지.
그러면 흙 사이 공간이 좁아지고 결국 흡수되는 수분 양도 줄어드는 거야. 쇠고기가 워낙 럭셔리하다 보니 ‘안티’도 적지 않아. 또 다른 안티 논리는 축산 단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 가스인 메탄,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를 배출하는 요인이라는 거야.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붉은 고기는 성공에 이어 힘과 특권의 상징이지. 남성성의 상징이라고나 할까? 그중 구워먹는 고기가 짱이야. 스페인 투우사들이 경기 끝나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황소 스테이크를 즐긴다잖아. 여자들은 수발 들고. 서구에서는 아내가 신선한 고기 요리를 안 해줬다는 이유로 두들겨팬 마초들도 적지 않았다고 여러 기록에 나와 있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삶은 요리가 구운 요리보다 경제적이고 낭비가 심하지 않다”고 주장했어. 삶은 음식이 생명이라면 구운 음식은 죽음이라는 거야. 웬 망발인지 모르겠어.
굽는 것보다 삶는 게 좋다지만…
정혜경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기 요리는 원래 삶거나 탕에 넣어먹는 것이었다고 말씀하시지. 영양 파괴도 적고 부작용도 줄이는 지혜로운 요리법이라잖아. 육류나 생선류는 고온에서 굽거나 지나치게 익히면 발암물질이 생겨. 특히 숯불로 구우면 불완전 연소된 고기 기름 연기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더 나오는데 이게 다시 고기에 달라붙어 입 속에 들어가는 거지. 소비자보호원에서 한 실험을 보면 이렇게 먹을 때 발암물질이 504배나 더 생긴대.
제목만 보고 속아서 산 책 <잘 먹고 잘 사는 법>(박정훈 지음)은 “동물을 학대하고 약 먹여 키운 다음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방식으로 조리해서 양껏 먹어대는 건 결코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래서 어쩌라고. 회식 주메뉴인 ‘지글지글 삼겹살’은 1980년대 이후 ‘풍요의 시대’에 이르러 대중화된 거잖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냥 관성대로 골고루 먹고 살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생각 없이 먹고 사는 게 웰~빙이야. 안 그래?
고기 먹으면 마초된다?
고기를 많이 먹는 사회에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이들도 많을까? 채식인들의 경험적 통칙을 빌리면, 채식인 사회에서 마초 성향의 남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문화적 이유일 수도 있지만, 이와 관련된 과학적 가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채식인 1세대인 이광조 한국채식인협회 대표는 “식물에 포함된 파이토에스트로겐이 성호르몬의 무질서한 이동을 가로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성호르몬은 보통 성호르몬결합글로블린(SHBG)이나 알부민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혈액을 통해 이동한다. 보통 인체 내의 성호르몬 중 99%가 SHBG와 결합돼 돌아다니며, 나머지 1% 정도가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다닌다.
그런데 SHBG와 결합되지 않은 성호르몬은 무작위로 세포핵 속으로 들어가 조절되지 않은 반응을 일으킨다. 충동적인 성범죄는 SHBG와 결합되지 않은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SHBG는 식물에 포함된 파이토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할수록 다량 생성된다는 사실이 칠레의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식물을 많이 먹을수록 충동적인 성 자극이나 공격 성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도 있다. 고기에는 지방이 많다. 몸속에서 지방이 분해될 때 황산, 요산, 인산, 젖산 등 유독성 산성 노폐물이 만들어지는데, 혈액 속의 산성 노폐물은 비정상적으로 성호르몬을 자극해 성적 충동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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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21 2006-04-11 09:03]'♡피나얀™♡【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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