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마늘·소금·후추 맛의 승패를 결정한다

피나얀 2006. 4. 13. 20:31

 


내가 요리하는 것을 보고 참 쉽게 만드는 것 같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생각해보니 요리라는 게 별건가.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고까이꺼 뭐 대~충’ 집어넣고 만들어 먹는 거다. 아무리 대충 집어넣더라도 간은 맞아야 하고 최소한 간만 잘 맞추어도 음식 못한다는 말은 안 듣는다.
 
나는 재료를 많이 쓰지 않고 기본 양념만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만들기 쉬울 뿐 아니라 양념이 적게 들어가야 주 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나의 조리대 위 가장 가까운 곳에는 양념 삼총사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 마늘, 소금, 후추가 바로 그들이다. 조금 자세히 말하면 통마늘, 바닷소금, 통후추다. 나는 이 세 가지만큼은 최상품을 골라서 쓰는데 워낙 기본 양념만 가지고 음식을 만들다 보니 이 세 가지 양념의 품질에 따라 음식 맛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미리 다져서 포장해놓은 마늘을 사서 쓰거나 통마늘을 한 번에 많이 다져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사용하곤 한다. 통통하고 하얗고 반질반질한 마늘 몇 쪽을 으깨서 올리브 오일에 볶는 소리와 신선하고 고소한 마늘 향기를 상상해보시라. 서양요리는 마늘 볶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것들이 많다. 신선한 마늘향을 음식 속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서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꼭 통마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누렇게 변한 다진 마늘이나 얼었다 녹은 마늘을 갖고 훌륭한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마늘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육쪽마늘이 최고다. 요즘은 중국산 육쪽마늘이 많이 들어오는데 토종 육쪽마늘보다 맛이 훨씬 덜하다. 토종 육쪽마늘은 색이 하얗고 얇은 껍질로 잘 둘러쌓여 줄기 쪽이 벌어져 있지 않고 중국산은 색이 진하고 마늘쪽이 벌어져 있는 것들이 많으니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후추 역시 동네 슈퍼엘 가도 살 수 있는 흔한 양념 중 하나지만 친절하게도 곱게 갈아서 포장해놓은 제품과 후추 열매를 말려 놓은 통후추의 비교는 금물이다. 통후추에도 등급이 있다. 알갱이가 작고 표면이 쪼글쪼글한 것이 있는가 하면 진짜 좋은 것은 표면이 매끈하고 색이 선명한 것이 한 알 입에 넣고 씹어보면 땀이 삐찍하고 나올 정도로 맵지만 말리지 않은 신선한 후추 열매와 거의 비슷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질 좋은 원두를 볶아서 내린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의 차이와 같다. 후추는 요리할 때 필요한 양만큼만 갈아서 사용해야 한다. 미리 갈아놓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향은 다 없어져버리고 목을 자극하는 매운맛만 남아 있어서 음식에 넣어도 큰 의미가 없다. 나는 요즘 후추갈이 대신 절구에 빻은 통후추를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조각난 색색의 후추 알갱이들이 완성된 음식을 더욱 자연스럽게 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음식의 간은 맨 마지막에 하는 것이 보통인데 소금과 후추를 함께 넣는다. 늘 하는 일이지만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출 때는 약간 긴장이 된다. 나도 전에는 보통 소금을 사용했었는데 바닷소금(Sea Salt)을 한 번 사용한 뒤로는 계속 그것만 쓰게 된다. 미세한 차이지만 바닷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이 조금 더 깊은 맛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닷소금이라고 하면 굵고 시커먼 소금을 말하는데 서양요리에 쓰이는 바닷소금은 눈처럼 하얗고 짜지 않은 데다 미네랄 함량도 풍부해서 요리용으로 많이 쓰는데 특히 지중해 바닷소금이 유명하다. 요즘은 각종 바닷소금을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한 번쯤 사용해보시길 바란다.
 
이처럼 같은 재료라도 어떤 것을 골라 쓰는가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신선하고 질 좋은 양념 몇 가지만 갖추고 있어도 음식 못 만든다는 말은 안 듣는다.
 
▲파마산 치즈 포테이토
 
■재료
 
감자 2개, 파마산 치즈 간 것 1/4컵,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뺀다. 감자깎기를 이용해서 얇게 슬라이스한 다음 오븐 용기에 펼쳐 담는다.
 
2. 섭씨 250도로 예열된 오븐에 10분 정도 바삭하게 구워낸다.
 
3. 커다란 볼에 옮기고 소금, 후추, 파마산 치즈를 뿌려 잘 버무려준다.
 
 
 
 
 
 
〈글·사진·요리|이성호(오즈의 키친 www.ozkitche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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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4-12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