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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게 다 진달래꽃이야? 이거 소방차라도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영취산 산릉은 벌겋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바다 풍광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황사 속에서도 진달래꽃만큼은 제 빛을 화려하게 뽐내고 있었다. 골명재를 올라설 즈음 오전 9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산을 내려서려 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런데 산아래 상암동에 산다는 중년 여인은 “올 진달래꽃이 너무 좋다”며 다시 산정을 향한다.
과천사진작가협의회 회원들은 밤새 달려와 어슴푸레한 새벽 5시부터 산을 올랐다. 각자 흩어져 서너 시간쯤 촬영에 몰두하던 이들은 하산 시각이
다가오자 뭔가 아쉬운 듯 꽃밭에 모여 진달래 기념사진을 찍는다. “김치~”, “찰칵”.
“아빠 힘들어요….”
강현(배강현·여수 도원초 2년)이는 4살때부터 매년 이맘때면 영취산을 오르곤 했다. 엄마 아빠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 하지만 큰누나와 강현이는 시큰둥하다. 둘째 누나 은지(도원초 6년)는 달랐다. 갑자기 꽃밭으로 뛰어들더니 아빠를 향해 날개짓 한다. 꽃에 취하더니 나비가 되고픈 마음이 들었는가 보다.
가마봉(450m) 기슭은 명암의 극치다. 한쪽은 누런 억새가 쓸쓸한 분위기이건만, 다른 한쪽은 붉디붉은 진달래꽃으로 화사하기 그지없다. 가마봉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좁은 산릉 양 옆으로도 진달래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그 사이 산릉을 따라 등산객과 탐승객이 뒤섞여 오르내리고 있었다. 꽃과 사람이 너무도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이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산릉은 이렇게 분홍빛 봄을 맞고 있는 사이 산기슭에는 연둣빛 신록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봉우재에서 진달래 꽃길 따라 시루봉(405m)을 단박에 올라서고, 439m봉 서릉을 뛰어내렸다. 흥국사에 내려서자 벚나무들은 하얀 꽃을 활짝 피우고, 배나무들도 시샘 나는지 꽃봉오리를 터뜨릴 기세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글=월간산 한필석 기자 [ pshan.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정정현기자 rockart@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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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4-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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