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양재천, 도심 속 흐르는 봄을 건너요

피나얀 2006. 4. 13. 20:29

 


양재천으로 가벼운 봄 나들이를 떠났다.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흐르기 시작한 물이 과천에서 만나 서초구와 강남구의 허리를 관통한다. 양재 시민의 숲에서 출발해 영동 1~6교를 지나 대치교까지 약 4㎞ 코스를 걸었다.

 

‘양재 시민의 숲’부터 출발한 이유는 주차 문제 때문. 공영주차장(02-572-0526, 10분에 500원)에 차를 대고 시민의 숲 나들이부터 시작했다.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숲은 맨발공원·놀이터·분수대·농구장 등 갖출 것은 다 갖춘 공원이다. 소나무, 단풍나무, 잣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청정 공기를 마신 다음 영동 1교로 향했다.

 

출발지점 일부 구간이 공사중. 눈을 돌리던 순간, 흰 새를 발견했다. 백로였다. S자 긴 목을 앞뒤로 흔들며 물 위를 걷더니 푸드득 날아올랐다. 부리 긴 물총새와 뭍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는 청둥오리 한 쌍까지 볼 수 있던 건 감동이었다. ‘이런 천연기념물이 어떻게 여길 찾아왔을까’ 싶었는데 역시 영동1교와 2교 사이 ‘여울’이 있었다. 개천이 위에서 아래로 수로의 높이를 바꾸는 곳, 빠르게 내려가는 물이 돌에 부딪히며 산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새가 서식하기 좋다고 한다.

 


양재천 길은 총 3개 층으로 뻗어있다. 맨 아래 1층 길이 자전거 도로(사람이 걸어도 상관없지만 씽씽 달리는 자전거가 좀 거슬린다)다. 하단·중단·상단 길에서 바라 본 양재천 풍경이 각각 다르다. 어떤 길로 갈까. 3층 길이 제일 끌렸다. 양 옆으로 무성한 개나리와 벚꽃이 터널처럼 길 위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폭신폭신한 우레탄이 깔린 바닥이라 밟는 느낌도 좋다. 까치 한 마리가 퐁퐁 뛰며 앞서 간다. 갑자기 목에 출입증을 건 회사원들이 산책로로 쏟아져 나온다. 점심시간이다.

 

양재천에서는 징검다리 건너는 재미가 있다. 졸졸 흐르는 물살을 들여다 보다 잉어떼를 만나는 순간, ‘여기가 서울인가’ 싶었다. 영동3~4교 사이를 걸을 때는 억새풀 사이로 우뚝 선 타워팰리스를 보는 재미가 있다.남쪽 길을 따라 영동 4교를 지나면 곧바로 밤나무 숲이 펼쳐진다(아직은 가지가 앙상하다).

 

왼쪽에 마련된 ‘미니’ 논은 5월이 되면 ‘벼농사 체험’을 하는 학생들로 활력이 넘친다. 겨울엔 얼음 썰매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동글동글한 바위가 솟아 있는 물놀이장(한여름에는 어린이들이 몰려 물장구를 친다)도 운치 있다. 영동 5교를 지나면 물소리가 졸졸에서 콸콸로 거세진다. 양재천 둑 위에서 낙하하는 인공 계곡 ‘현천’ 때문이다. 근처 정자에 잠시 앉아 눈을 감으면 산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천변에서 나물 캐는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3월에는 냉이를 캤고, 지금은 쑥과 미나리가 목표다. 개포동 주민 손옥희(54)씨는 쑥 한 봉지를 들어 자랑했다. “시장에서 사도 몇 천원밖에 안 되는 양이지만, 돈 때문에 하나요? 운동도 되고 또 국 해먹고 떡 해먹는 재미도 있으니까.” 영동6교와 대치교 사이에 있는 장애인용 리프트 이용, 영동 6교 등 다리 아래서 열리는 각종 공연 문의는 양재천 관리사무소(02-445-1416)나 강남구청 치수과(02-2104-2180).

 

 

>> 양재천 카페

 

도심을 흐르는 양재천의 “‘피크 타임’은 저녁 무렵”이라고 강남구청 하천관리팀장 우정수씨는 말한다. 하루 일과를 마친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다. 양재천 북쪽 왕복 2차로는 허공으로 곧게 뻗어 올라간 메타세콰이어 길로 유명하다. 아직은 키 큰 메타세콰이어 나무에 잎이 나지 않아 좀 썰렁하다. 영동 1~2교 사이 메타세콰이어 길에는 ‘양재천길 카페’로 불리며 주민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누리는 업소들이 있다.

 

낮에는 햄·치즈, 햄·야채, 클럽 샌드위치(6000~7000원) 딱 세 가지만 차려내는 폴 (02-529-5247)은 밤에 가면 더욱 근사하다. 대리석 바닥에 푸른 벨벳 의자가 놓인 와인바로 변신한다. 크로스비 (02-576-7754)도 250가지 와인리스트를 갖추고 있다. 미에뜨 (02-579-4477)는 칵테일(9000원)과 양주(위스키 11만~15만원)를 즐기기 좋은 모던한 바.

 

 

 

 

 

 

 

(글=류정기자 [ well.chosun.com], 방희경 인턴기자)

(사진=허재성기자 heophot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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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4-13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