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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미당 서정주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선운사를 들렸으면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아니, 어쩌면 미당은 산자락이 온통 동백꽃 물들었을 때 선운사를 찾아놓고도 절집을 불태운 그 모습이 너무도 처연해 시침을 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쨋든 고창 선운사의 동백꽃은 늦게 핀다. 남녘 동백이 뚝뚝 떨어지는 3월에도 아직 일러 피지 않는다. 4월 말에 절정을 이룬다. 이때 선운사 경내로 들어가면 유달리 색감이 진하고 꽃송이가 탐스러운 동백이 꽃병풍을 이룬다. 수령 500년의 동백 3000그루가 꽃을 머금고 있다. 산기슭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동백숲으로 들어서기 위해선 영산전을 거쳐야 한다.
영산전은 선운사 가람 안에 있다. 일주문을 지나 500m쯤 계류를 거슬러 오르면 사천왕문이 나온다. 곧장 들면 전각들이 반감게 맞는다. 맛배지붕이 전각들 특징이다. 내부는 검박함이 넘친다. 최근 갈아 끼운 대들보를 제외하면 종보와 서까래는 휘어있다. 모두 땔감으로나 쓸 법하다. 부드러움과 익살과 해학도 읽힌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길도 축복이 넘치는 시간이다. 도솔암 위 낙조대와 천마봉까지 욕심을 내도 4km 남짓으로 왕복 2시간 반이면 족하다. 천마봉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눈 아래 벼랑에 새긴 도솔암의 미륵부처가 환하게 웃는다. 그래도 엇갈리는 운명에게는 서글픔이 찾아든다.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서 동백꽃을 본 미당과 달리 꽃잎이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꽃에서 그리움이 더욱 사모치기 때문이다.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최영미의 ‘선운사에서’)
#여행수첩
열차를 이용하려면 정읍역에서 하루 4번 있는 선운사행 직행버스를 타면 되고(50분 소요), 버스를 이용하려면 고창에서 선운사행 직행버스를 타면 된다(30분 소요).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는 선운사 나들목으로 나오면 선운사 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선운사(063-561-1422) 3대 미각으로는 풍천장어, 복분자술, 녹차가 꼽힌다. 선운사 일대 모든 식당에서는 풍천장어와 복분자를 판다. 딱히 특정 식당을 소개하는 것이 오히려 허물이 될 것 같다. 일주문 앞 집단시설지구의 식당에서는 산채정식이나 두부 요리 같은 다양한 음식을 메뉴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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