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전남ㆍ보길도, 옛 선비의 자취가 그대로

피나얀 2006. 4. 16. 18:11

 

해남 또는 완도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로 유명한 보길도는 육지에서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고즈넉한 섬 마을이다. 예송리 해변의 독특한 풍광과 함께 봄마다 피는 동백이 유명해 봄 여행에 제격이다.

 

■청별항에 발을 딛다= 보길도 가는 배는 해남 땅끝과 완도 화흥포, 이 두 곳에서 출발한다. 땅의 남쪽 끝, 더 이상 뭍에 발 디딜 자리 없는 곳까지 가서야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가 보다. 선도 그어지지 않는 바다에 자기 눈에만 보이는 길이 있는지, 선장은 특별한 어려움 없이 배를 청별항에 붙인다. 청별항은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이름 하나는 기차게 청승맞다.

 

푸른 이별이라니, 꼭 뭍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다. 예부터 이곳에서는 이별이 잦았으리라. 배에서 내리는 차와 여행객들이 엉켜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 목적지인 예송리로 향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전망대가 하나 있는데 해변과 그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흔히 아름다운 해안선을 비유할 때 활처럼 휘었다고 하는데 예송리 해안의 곡선은 무척이나 예쁘게 휘었다. 여름철이 되면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기기도 한다고.

 

특이한 것은 해변을 채우고 있는 게 하얀 모래밭이 아니라 연한 검정색의 조약돌이다. 그래서 이곳에 있으면 파도가 들고 날 때 나는 철썩거리는 소리가 귀에 걸린다. 그 뒤로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이 자리잡고 있다.

 

■세연정 동백= 청별항에서 2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 세연정에 도착한다.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 선생이 은둔했던 곳으로 그 대표적인 유적이 바로 세연정이다. 송강 정철과 더불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고산은 어부사시사를 비롯해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으며 건축과 미술에도 능했다고 전해진다. 원래 식솔들을 거느리고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으나 중간에 풍랑을 만나 보길도에 거처를 정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그는 격자봉에서 흐르는 계류를 받아 세연지라는 큰 못을 만들었으며 다시 세연지의 물을 끌어들여 인공연못인 회수담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두 못 사이에 정자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세연정이다. 고산은 이곳에서 주로 연회와 유희를 즐겼다고 하는데 세연정에서 못을 바라보면 물이 맑아 못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여행객이라도 뜸할라치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선비의 풍류를 느껴볼 만하다.

 

세연정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그래도 역시 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는 동백이 유명해 해마다 봄이 되면 동백을 보기 위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동천석실은 고산이 산중에 기거하거나 서책을 두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으로 신기하게도 절벽 위에 건물을 세워놓았다. 그 시대에 이런 건축물을 지어 놓은 것을 보면 고산의 건축가로서 자질 또한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품정보=느낌여행(www.filltour.com)에서는 '남도 맛 여행ㆍ보길도(2박3일)' 상품을 준비했다. 고창 선운사, 해남 대흥사, 땅끝마을, 보길도, 다산초당, 보성차밭, 담양대나무박물관,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을 두루 둘러보는 여행이다.

 

풍천요리 1식, 남도한정식 3식, 담양떡갈비 1식 등 남도의 특식이 제공된다. 왕복교통비, 2박7식, 입장료, 선박료, 여행자보험 포함 요금이 25만~26만3000원. 5월 매주 금요일 출발. (02)777-9881

 

 

 

 

 

 

[여행작가 최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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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매일경제 2006-04-16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