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 가니 봄이 좋다. 세상이 기지개를 켜고 화사한 색깔로 깨어나는 봄날에는 메마른 내 마음밭에도 꽃이 핀다. 그리고 문득 웃음빛 흐르던 첫사랑의 추억이 내 가슴을 똑똑 두드린다.
나는 지난 16일 비슬산(1083.6m, 대구광역시 달성군) 진달래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를 따라나섰다. 마침 달성군이 주최하는 '비슬산 참꽃제'가 그날부터 열린다고 해서 나는 연분홍 첫사랑을 만나러 가듯 설레는 가슴으로 집을 나섰다.
우리 일행은 아침 7시 30분에 마산을 출발하여 9시 10분쯤 신라 시대의 절로 전해 오고 있는 유가사에서 비슬산 산행을 시작했다. 비슬산(琵瑟山)은 비파 비(琵), 큰 거문고 슬(瑟)로 산 정상의 바위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고 있는 것 같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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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견사지. 해발 1000m가 넘는 벼랑 끝에 세워진 대견사지 삼층석탑이 보인다. |
ⓒ2006 김연옥 |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참이나 걸어야 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쉬엄쉬엄 걸었다. 사실 내 마음은 온통 정상을 지나서 조성되어 있다는 참꽃 군락지에 가 있었다. 분명 비슬산 정상 언저리엔 아직 진달래가 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참꽃 군락지에는 가슴에 켜켜이 묻어 둔 첫사랑의 연붉은 입술 같은 진달래가 날 반기리라 여겼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그렇게 세차게 불어 대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마치 푸른 바다가 하얀 거품을 물고 밀려오는 소리가 연상될 만큼 거센 바람이 불었다. 이따금 오르막길 얼어붙은 응달에 얼음 조각들이 투명한 유리 조각처럼 알알이 박혀 있는 걸 보고 봄인지 겨울인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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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
ⓒ2006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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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 정상(대견봉). |
ⓒ2006 김연옥 |
비슬산 정상(대견봉)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경. 바람이 꽤 쌀쌀했다. 우리는 계속 참꽃 군락지를 향해서 걸었다. 가는 길에 봄볕이 따사로운 곳에 자리를 잡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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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꽃이 피지 않은 진달래 꽃길을 따라 걸어가다. |
ⓒ2006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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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꽃 군락지 진달래 꽃밭에 진달래꽃이 보이지 않아 슬펐다. |
ⓒ2006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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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림길에서 톱바위 쪽으로 가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 |
ⓒ2006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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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견사지. |
ⓒ2006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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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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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본 진달래. |
ⓒ2006 김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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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연옥 |
언제 다시 비슬산을 찾을 수 있을까. 비슬산 자연휴양림 매표소 쪽으로 하산하면서 나는 드문드문
서 있는 진달래꽃과 샛노란 개나리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이용시 1)대구↔현풍: 대구 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직행버스 30분 간격 2)대구 시내 일반버스 600번:토·일·공휴일만 운행
*승용차 이용시는 대구에서 현풍 방면 국도5호선 또는
구마고속도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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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4-17 18:00]![](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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