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학여행 3일째 되는 날(4월 14일). 오늘은 배를 타고 '우도'에 가야하기 때문에 다른 날보다 일기예보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일까? 눈을 뜨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날씨였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한편으로 왠지 불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만에 하나라도 비가 내릴 경우, '우도' 대신 다른 일정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사실 그랬다. 육지인 강릉에서 섬인 제주도로 비행기를 타고 수학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겐 좋은 경험이다. 하지만 이번 수학여행에서는 섬인 제주도에서 또 다른 섬인 우도로 가는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는 아이들을 하나 둘씩 차에 태웠다. 어제까지는 교복을 입혀 여행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배를 타고 우도에 들어가야 하고, 성산 일출봉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자유복장으로 하게 했다.
첫 날(4월 12일)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지금까지 제주도 날씨는 불규칙적이었다. 바람까지 불어 춥기까지 했다. 오전 첫 행선지인 자연사 박물관과 성읍 민속마을로 가는 내내 그 생각으로 골몰하였다. 함께 동승한 여행사 직원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제주도 날씨는 변덕이 심해 기상청 일기예보 또한 빗나갈 때가 많다며 위안의 말을 해주었다.
그 순간 차창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직원의 말은 오히려 우습게 되어 버렸다. 그러자 여행사 직원 또한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어딘가에 전화를 하였다. 잠시 뒤, 여행사 직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우도로 가는 배는 운항이 된다며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며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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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4일 우도로 가는 유람선 |
ⓒ2006 김환희 |
약 20여 분의 항해 끝에 마치 소가 드러누워 있는 모습을 한 우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구름사이로 갑자기 햇살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또한 신기한 듯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준비된 버스를 타고 우도팔경을 관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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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4일 산호사 해수욕장 |
ⓒ2006 김환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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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4일 우도봉으로 오르는 길 |
ⓒ2006 김환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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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4일 검멀래해수욕장과 경안동굴 |
ⓒ2006 김환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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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4일 검멀래해수욕장 위에 펼쳐진 해초들 |
ⓒ2006 김환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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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4일 우도의 하늘 |
ⓒ2006 김환희 |
성산 항구에 도착하여 아이들의 하선을 확인하고 난 뒤 버스로 갔다.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아쉬운 듯 우도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은 입안에 무언가를 넣고 씹고 있었다.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얘들아, 무엇을 그렇게 먹고 있니?"
"선생님, 교장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엿 먹였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했다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교장선생님이 너희에게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시는데. 버릇없이 굴면…"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교장선생님께서 엿을 사주셨다고요. 선생님 것도 여기 있어요."
그 말을 하고 난 뒤, 아이들은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수학여행 인솔 총책임자로 따라 오신 교장선생님도 아이들 농(弄)이 재미있어선지 멀어져 가는 우도를 차창으로 바라보시며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수학여행 마지막 일정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따라온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교장선생님이 직접 성산포 부두에서 엿을 사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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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14일 성산일출봉 |
ⓒ2006 김환희 |
덧붙이는
글
한교닷컴에도 싣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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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4-17 16:28]![](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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