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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밑에 널브러진 동백꽃들이 서글픈 모습입니다. |
ⓒ2006 이승철 |
이 섬에는 동백나무 삼천여 그루를 비롯하여 시누대(해장죽, 海藏竹) 숲과 함께 참식나무, 팽나무, 후박나무, 쥐똥나무 등 193종의 희귀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서 '동백섬' 또는 '꽃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마간산 식으로 여행을 해도 나이든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행동이 굼뜨다. 광양을 출발하여 여수에 도착하니 바람 부는 봄날 오후의 기울어진 석양이 여수시가지 뒷산에 걸려 있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동백열차도 운행이 끊겨 있었다.
방파제 안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항구에는 많은 어선들이 정박한 채 내일의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오동도와 연결된 방파제 도로를 걷는 기분은 더없이 상쾌하다. 몸으로 느끼는 바람은 상당히 거셌지만 누구의 조화일까, 파도는 거짓말처럼 잔잔하다. 그 파도 너머 작은 섬 오동도가 둥그런 모습으로 자리 잡고 멀리 바다 가운데에는 수많은 섬들이 그림 같은 풍경이다.
섬들이 많아서일까? 바다 어느 쪽을 바라보아도 바다 가운데 등대가 서 있는 모습이 아련한 추억속 그리움을 불러온다. 등대는 뱃길을 안내하고 안전을 지켜주는 바다의 이정표이고 삶의 현장인데 아직도 철이 덜 든 탓일까, 왜 볼 때마다 낭만적인 상념에 젖어들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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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항 전경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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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도와 연결도로 방파제 |
ⓒ2006 이승철 |
멀고 먼 옛날 오동 숲 우거진 오동도에
금빛 봉황이 날아와
오동열매 따서 먹으며 놀았드래
봉황이 깃든 곳에는
"새 임금 나신다"는 소문이 나자
왕명으로 오동 숲을 베었드래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른 후
오동도에는
아리따운 한 여인과 어부가 살았드래
어느 날 도적떼에 쫓기던 여인
낭 벼랑 창파에 몸을 던졌드래
바다에서 돌아온 지아비
소리소리 슬피 울며
오동도 기슭에 무덤을 지었드래
북풍한설 몰아치는 그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는
여인의 붉은 순정 동백꽃으로 피어나고
그 푸른 정절 시누대로 돋았드래
-오동도의 전설 '동백꽃으로 피어 난 여인의 순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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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의 벚꽃과 바다풍경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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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굴앞에서 포즈를 잡은 일행 중의 곽영준씨 부부 |
ⓒ2006 이승철 |
동백나무 숲길을 지나 멀리 또는 가까이 바라보이는 섬들과 섬의 아름다운 해안선의 경치에 감탄하며 용굴로 향했다. 용굴로 가는 길은 새로 만들어 놓은 듯한 나무 계단 길이었다. 바위투성이 해안선이 움푹 파고 들어간 용굴은 밀려온 파도가 소용돌이치는 바위절벽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커다랗게 뚫린 구멍이 검은 입을 쫙 벌리고 있는 모습이 정말 무시무시한 용이라도 한 마리 살고 있을 것 같은 형상이다.
용굴 입구의 넓은 바위는 사진 촬영장이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절벽과 해안선, 바다와 바다 건너 바라보이는 육지의 산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이어서 너도나도 한 컷의 사진에 추억을 담느라 바쁜 모습들이다. 우리 일행들도 차례차례 쌍쌍이 포즈를 취한다. 모처럼 드러내놓고 다정한 부부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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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에 남은 한송이 동백꽃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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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리는 바닷가, 멀리 바다 가운데 등대도 불을 밝히고 |
ⓒ2006 이승철 |
"어머! 놀래라!"
친구부부가 다정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짐짓 놀란 척하며 뒤로 물러서자 겁 많은 친구 부인이 펄쩍 뛰어 달아난다.
"거봐! 이 섬에는 동백꽃 슬픈 전설이 깃든 곳이라 부부나 연인들이 너무 다정하게 굴면 꽃들이 시샘한대."
"시샘은, 누가?"
내가 동백꽃 전설을 이야기해주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용굴을 떠나 등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길옆에는 조금 전 내가 이야기한 오동도의 애틋한 전설이 기록된 비석이 서 있었다.
등대주변을 둘러보고 뒤쪽 해안가로 나가는 길에는 시누대라고 하는 매끈하게 가늘고 곧게 자란 대나무 숲 터널이 이채롭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 섬에 수군 훈련장을 만들고 조련한 군사들이 이 시누대로 만든 화살로 왜군을 크게 무찌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는데 지금도 그 대나무 숲이 울창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 대나무 숲을 지나 해안가로 나가자 역시 기암괴석 바위절벽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는 해안선과 바다에는 어둠이 내리깔리는 중이다. 섬들은 아스라한 실루엣으로 멀어졌는데 바다가운데의 등대가 불을 밝히고 뱃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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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휘황찬란한 음악분수 |
ⓒ2006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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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분수의 또 다른 모습 |
ⓒ2006 이승철 |
음악분수대 앞에는 50~60여 명의 관광객들이 다양한 조명과 형태로 현란하게 변하는 분수와 음악을 들으며 쉬고 있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함께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좋은 경치나 멋있는 곳에서는 누구나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멋진 장면을 놓칠 리가 없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조명이 번쩍 번쩍 터지고 있었다.
"음악도 좋고 분수가 진짜 멋있네, 여기서 좀 쉬었다 갑시다."
우리일행 여성들도 주변에 앉아서 멋진 분수와 음악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쉬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주마간산 여행에 길들여진 남성들, 아니 남편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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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분수와 등대가 바라보이는 바다풍경 |
ⓒ2006 이승철 |
"거 참 멋지네. 자 이제 가자고!"
십여 분쯤 지났을까, 일행 중 성질 급한 남성
한 명이 벌떡 일어서며 재촉을 한다.
"조금 더 있다 가면 안돼요?"
아쉬운 듯 여성들 몇이 제지하려 하였으나 남성들
대부분이 '우루루' 따라 일어섰다. 멈칫거리던 여성들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따라 일어선다. 어느 듯 어둠이 짙게 깔린 방파제 도로 건너 여수항
뒷산공원에도 가로등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뉴스와 시골아이 고향에도 송부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시인 이승철을 검색하시면 홈페이지
"시가있는오두막집"에서 다른 글과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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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4-17 11:14]![](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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