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아이들과 떠나봐요 ‘수원화성 교육여행’

피나얀 2006. 4. 22. 19:20

 


‘화성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성곽 양식을 토대로 하여, 중국 일본이나 서양성의 장점을 도입해서 만든 과학적인 성입니다. 또, 대포를 주무기로 하는 근대적인 전쟁에 대비해서 만든 성으로, 안에 대포를 설치한 포대가 있고, 또 대포의 공격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6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

 

수원 화성은 사회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한다. 5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에도 과학문화재로 소개돼 있다. 그만큼 교육적 가치가 높은 곳이란 뜻. 성곽이 온건히 남아있는 데다가 정조의 효심을 엿볼 수 있는 행궁도 있다. 효와 과학 등 두가지를 모두 가르쳐줄 수 있다.

 

#화성은 크다. 최소 한나절을 잡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행궁에 먼저 들렀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아버지의 무덤인 현륭원에 참배하기 위해 머물던 임시 집무실이다. 정조대왕은 재임 중 13차례에 걸쳐 이곳까지 나들이를 했다. 지금이야 승용차로 1~2시간 길이지만 과거엔 엄청난 대행차였다. 정조의 아버지는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도세자. 할아버지 영조대왕의 노여움을 받아 쌀 뒤주에 갇혀 죽었다. 지금의 동대문구 휘경동에 묻혔다.

 

정조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평생 그리며 아버지의 무덤을 화성 현릉원으로 옮겼다. 이때 무덤 주변에 살던 244가구를 이주시켰다. 왕이라고 함부로 내쫓지 않고 원가보다 50냥씩 더 쳐줬다. 244가구 1,569칸의 보상비가 3,457냥인데 추가로 지급한 돈이 4,112냥이다. 그러니 백성들도 정조를 떠받들 수밖에 없다. 죽어서도 아버지 곁에 묻혔다. 나중에 아버지의 묘를 융릉, 그의 능은 건릉으로 바꿨다.

 

이런 중요한 문화재인데 아이들은 산만했다. 하기야 얘들이 건물만보고 무슨 의미가 있는 줄 알겠는가? 하여, 1,000원짜리 스탬프를 사줬다. 건물을 돌며 12개의 스탬프를 찍어준다는 것인데, 별 효과가 없다. 도장 찍는 재미만 붙이고, 건축물의 의미는 궁금해하지도 않으니…. (앞으론 수첩을 들고 내용을 적은 뒤 거기에 도장을 찍으라고 해야겠다).

 

#행궁에선 효에 대해서 딱 하나만 가르쳐주자.

 

사내 아이들이라 군영의 창과 화살촉에만 눈길을 줬지만 실은 봉수당(奉壽堂)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싶었다. 봉수당은 1795년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있던 곳이다. 받들 봉(奉), 목숨 수(壽)의 봉수당이란 당호 자체가 어머니를 오래 모시고 싶다는 뜻이 담겨있다. 왕후가 되지 못하고 사가에 물러나 살다가 아들에 의해 모셔진 그는 남편의 무덤과 가까운 행궁에서 회갑잔치를 치렀다.

 

 이 회갑잔치의 모습은 김홍도가 ‘봉수당 진찬도’로 남겼다. 잔치에서 신하들이 꽃을 들고 있는데 혜경궁이 내린 하사품이다. 이 해엔 수원에서 노인잔치, 과거시험 등이 치러졌다. 행궁에서는 조선 무예인 무예 24기가 3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월요일(휴관)을 제외하고는 매일 펼쳐진다. 창과 검을 쓰면서 겨루는 모습에 아이들이 얼이 다 빠진 표정이다.

 

#행궁엔 거중기도 남아있다.

 

거중기는 정약용이 고안한 기계로 요즘으로 치면 크레인. 1796년 수원성곽을 쌓는데 이용되었다.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하여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장치다. 이 때문에 공사기간이 5분의 1로 단축됐다.

 

#수원 성곽길은 잘 돼 있다.

 

마치 산책로를 걷듯이 이어져 있다. 화성길을 아이들을 데리고 다 돌기에는 벅차다. 화서문에서 창용문까지만 간다고 맘먹고 돌자. 눈여겨 볼 것은 공심돈과 옹성, 치성. 공심돈은 서북공심돈과 동북공심돈이 있는데 마치 소라처럼 빙빙 돌아가게끔 설계됐다. 그래서 별명이 소라각이다. 층마다 총구멍과 포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옹성과 치성은 전쟁대비용이다.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때 우리 성곽이 빨리 무너졌던 것은 바로 옹성과 치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징비록에서 옹성과 치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옹성은 성문 바로 옆에 타원형으로 문을 가린 성곽. 성문은 공격을 쉽게 받기 때문에 항아리를 반쯤 쪼갠 것 같은 옹성으로 성문을 가렸다. 치성은 성곽에서 불쑥 튀어나오게 한 부분. 적의 공격을 더 어렵게 하고 적들을 쉽게 공격하기 위해 만들었다. 6학년 교과서에 나온 전쟁에 대비한 성곽은 이런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무예시범 장면


화홍문은 개울 위를 가로지르는 누각. 7개의 수문에서 물이 쏟아진다. 다리도 이렇게 만들면 예쁘고 좋다. 그 위 언덕빼기에 방화수류정이 있다. 평상시에는 휴식공간, 전시에는 적을 감시하는 망루다. 방화수류정 아래엔 조그마한 암문이 있는데 적군 몰래 들락거리는 비밀문이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수원 화성이 얼마나 철저하게 공사됐는지를 나타내주는 자료가 바로 화성성역의궤. 어떻게 성을 쌓았는지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채제공이 중심이 돼 성곽을 지은 내용이 상세하다. 성곽사업 일정, 담당자 명단 등 연 70여만명의 동원인력과 공사비 80여만냥 등 모든 부분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한국전쟁때 많이 부서진 성곽을 쉽게 복원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의궤 때문이다.

 

》화성서 배울것

 

■능과 원:조선시대에는 왕과 왕비의 무덤을 능(陵), 왕세자와 세자비, 세손, 왕의 생모 생부의 무덤은 원(園), 대군·공주의 무덤을 묘(墓)로 나눴다.

 

■치성과 옹성:옹성은 성문 바로 옆에 타원형으로 문을 가린 성곽. 성문은 공격을 쉽게 받기 때문에 항아리를 반쯤 쪼갠 것 같은 옹성으로 성문을 가렸다. 치성은 성곽에서 불쑥 튀어나오게 한 부분. 적의 공격을 더 어렵게 하고 적들을 쉽게 공격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중록:혜경궁 홍씨가 남편과 자신의 한많은 인생을 탓하며 지은 책. 궁중문학의 백미라고 평가된다.

 

■무예24기:정조 때 완간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스물 네 가지 무예. 조선의 관군들이 익혔던 군사무예이다. 도(刀)·검(劍), 창(槍)·곤(棍), 권법(拳法) 등이 나와있다.

 

》길잡이

 

경인선 전철 수원역에서 행궁까지 택시 요금 2,000원.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영동고속도로 동수원 IC를 이용한다. 수원 화성 이정표가 잘 돼 있다. 성곽이 보이면 성곽 아래(육교처럼 돼 있음)로 직진. 여기가 창룡문 주차장이다. 주차료는 2,000원. 팔달문 근처는 성곽이 끊겨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이어져 있다. 전체는 5.7㎞. 다 돌기 힘들면 화서문 쪽으로 돌면 된다. 행궁에도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팔달문 쪽으로 가다보면 임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지나치기 쉬우니 조심할 것.

 

수원시 문화관광과(www.suwon.ne.kr) 031-228-3471~3, 화성 사업소(www.suwonhs.ne.kr·031-228-4405~7). 행궁(031-228-4411). 행궁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6세 이하 무료. 행궁 앞 주차장은 하루 2,000원. 주차장 옆 골목길에 있는 논두렁추어탕(031-258-9298)은 맛도 좋고 친절하다. 6,000원.

 

 

 

 

 

 

〈글·사진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경향신문 2006-04-18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