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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드리운 금빛 낙조… “셔터만 누르면 작품”
점점이 흩어진 작은 섬 사이로 뉘엿뉘엿 떨어지는 석양(夕陽). 강릉 정동진이 해돋이로 유명하다면, 강화도 ‘장화리 낙조마을(버드러지 마을)’은 서해를 물들이는 일몰로 이름 높다. 손 잡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설?던 첫 만남을 회상하는 연인·부부도 많다.
가족 나들이라면 갯벌에서 그물낚시를 하고 낙조를 구경한 뒤 싱싱한 회를 먹고 돌아오면
좋다.
한때 버드나무들이 빼곡했다 해서 버드러지 마을이라고도 하는 장화리 낙조마을. 온 마을을 잘 익은 홍시빛으로 물들이는 일몰이 자랑이다. 이장 주현웅(46)씨는 “저녁 해가 밀물 때면 바다를, 썰물 때면 갯벌 전체를 물들인다”며 “우리 마을 노을은 특히 색깔이 짙기로 유명하니 천천히 잘 구경하소”라고 했다.
오후 7시 10분. 수평선 위에 100원짜리 동전만 하던 해가 서서히 바다로 내려온다. 햇빛이 부서지면서 바다와 만나려는 경계선을 주황색 파스텔톤으로 물들인다. 바다와 해가 닿은 부분은 오렌지빛·금빛으로 물들어가며 가로로 긴 띠처럼 퍼져나간다. 넓은 갯벌, 바람에 한들거리는 갈대밭, 그리고 작은 마을 전체가 부드러운 금빛으로 물들어간다. 마침내 저녁 해가 빨려들 듯 수면 아래로 사라질 즈음 마을은 한 폭 그림이 된다.
부인과 함께 김포에서 온 권태환(68)씨는 “강화엔 여러 번 왔는데 찬찬히 일몰을 바라본 건 처음”이라며 “아름답지만 조금 슬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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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요”라고 했다. 인천에서 사진을 찍으러 온 정미화(52)씨는 “셔터만 눌러도 그대로
사진이 된다”고 했다.
천연기념물 419호인 장화리 갯벌은 깨끗하다. 깃들어 사는 생명도 100종이 넘는다. 관광객들은 호미·삽으로 조개·바지락을 캐며 꼼지락거리는 갯벌의 생명을 느낀다. 그물낚시 또한 장화리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 갯벌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어두면 바닷물이 빠져나간 후 참새우·숭어·밴댕이 등이 걸려있다. 마을로 예약(032-937-5518)하고 오면 망에 걸린 물고기를 독차지할 수도 있다. 매운탕을 끓일 기구도 빌려주고, 남은 생선은 포장해 준다. 15만~20만원. 인기가 좋아 2주 전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여기서 200m 떨어진 ‘강화갯벌센터’에 가면 다양한 갯벌 생물을 볼 수 있다. 칠게·갯가재·큰구슬우렁이 등이 박제 비슷한 형태로 벽에 걸렸다. 경북 청도에서 온 김봉생(여·46)씨는 “갯벌을 이렇게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만들 수 있다니 놀랍네요”라고 했다.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해안을 끼고 군데군데 횟집들도 많다. 숭어·밴댕이회는 물론, 이곳 명물인 꽃게탕과 왕새우 소금구이도 있다.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입으로 바다를 느끼면, 한 주일 피로가 사라진다.
(강화=오윤희기자 oyounh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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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4-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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