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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화 ‘취화선’ ‘ 태극기…’ 촬영 외암 민속마을 돌담길
완만한 능선을 그리는 설화산 남서쪽 아래 작은 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500여년 전부터 이 마을에는 참판도, 감찰도, 참봉도 살았다. 충청 지방 고유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곳곳에…. 아산의 외암민속마을에는 여전히 사람이 산다. 다만 시대가 변했으니 ‘나으리’들은 없다.
옛날 ‘나으리’들의 자취는 이제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지은 집이름으로만 남았다. 집 안에는 살림살이를 챙기는 주민들의 발놀림이 분주하고, 담 너머에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거니는 관광객의 발소리가 오간다. 때로는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외암마을의 특징은 돌담이다. 매끈하게 다듬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인공적인 울타리가 아니다. 외암마을 돌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의 자취란 오직 자연석을 쌓아올린 수고로움뿐이다. 현재 외암마을 집들을 감싸돌고 있는 돌담의 길이는 약 6000m. 지금도 집터를 고르면 담을 쌓을 만한 돌들이 나온다고 한다. 주민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돌담의 길이도 길어질 거다.
시인 김영랑이 말했듯 돌담에 햇발이 속삭인다. 뿐만 아니다. 돌담 위 쌓인 햇발의 속삭임 위 사람들의 웃음과 말이 포개진다. 문화재 등록 대상은 아니지만 정취로 따지자면 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도 만만치 않다. 문화재청은 최근 영ㆍ호남 지역 10개 마을의 돌담길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일상적인 ‘담’이 문화재가 되는 건 처음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다른 지역의 돌담과 차이가 있다. 대부분 돌담이 흙을 섞어 세운 데 비해 외암마을의 돌담은 흙을 전혀 쓰지 않았다. 오직 돌로만 만들어진 외암마을의 돌담에 더 많은 햇발이 더 오래 속삭이고 싶어하지 않을까.
돌담은 보통 성인 가슴팍까지 올 만한 높이다. 굳이 발돋움하지 않아도 집 내부가 얼추 보인다. 외암마을 많은 고택은 아름다운 정원을 거느리고 있다. 정원의 나무들은 키가 크다. 나지막한 돌담을 넘어 가지를 드리우고 그늘을 내린다. 때로는 꽃이 조롱조롱 매달린 가지가 삐죽 나와 바람이 불면 꽃잎이 흩날린다. 낮은 울타리에 어울리는 출입문은 역시 싸리문이다. 몇 겹의 잠금장치로 무장한 도시 주택의 현관문과 달리 돌담만큼 정겹다. 하지만 외암마을은 전시공간이 아닌 생활공간이다. 남의 집에 방문할 때처럼 외암마을 집들을 둘러볼 때는 그에 걸맞은 예의가 필요하다.
건재고택 기와 위에서 영화 ‘취화선’의 장승업이 걸터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이 촬영됐다. 유명세 덕분에 마을에서 손꼽힐 만큼 멋진 정원을 자랑하는 건재고택은 여러 번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주인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돌아다녀 정원이 망그러지기도 했다. 집에 들어가고 싶을 때는 대문이 열려 있더라도 입구에서 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면 조용히 눈으로만 관람해달라고 외암민속마을 측은 당부했다. 건재고택 가랍집은 역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과 원빈이 살던 집으로 등장했다니 위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멈춰서 눈여겨보자. 외암마을이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장소였기 때문에 돌담길도 배경으로 자주 고개를 들이밀곤 했다.
담이 마을을 휘감고 있다면 물은 마을 사이사이를 굽이친다. 외암마을을 거닐다 잠시 어느 집인가 앞에 멈춰서면 물이 조르륵 흐르는 도랑이 보인다. 단순한 배수구가 아니다. 마을 뒷편 설화산에서 내려온 시냇물을 끌어들인 흔적이다. 이 시냇물은 보통 연못의 정원수로 이용되고 남은 물들이 도랑을 따라간다. 돌과 물이 마을을 한 덩어리로 엮어간다.
이 마을의 명물 중 하나는 연엽주다. 말 그대로 연잎으로 만드는 술이다. 단 연잎이 모두 시들어 그 자취가 묘연한 겨울에는 연근을 사용한다. 150년 전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갔다는 연엽주는 알싸하고 씁쓰름하나 목 넘김이 부드럽다.
여행정보
외암민속마을을 찬찬히 둘러보고 다음으로 갈 만한 곳은 세계꽃식물원이다. 다음달 10일까지 튤립ㆍ수선화축제가 계속된다. 아담하고 조용한 공세리성당도 영화 ‘신부수업’에 나왔고, ‘태극기 휘날리며’의 야전병원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지대가 높아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현충사와 곡교천 둔치에서는 아산 성웅 이순신축제가 열린다.
대중교통으로 외암민속마을을 찾으려면 기차로는 온양온천역, 버스로는 아산역에 하차하면 된다. 34번 국도와 623번 지방도를 잇는 충남 아산 인주의 문방리 입구에서 약 2km 구간은 장어촌으로 민물장어를 맛볼 수 있다. 숙박시설은 아산 시내, 영인산 자연휴양림, 아산온천 부근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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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6-04-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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