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성격 좀 고쳐라. 왜 그렇게 변덕이 심하냐?"
우울증에 병적으로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더해진 조울증 환자들이 듣기 쉬운 말이다. 극단적인 우울증과 과하다 싶을 정도의 흥분과 기쁨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기분장애 중 하나인 조울증 환자는 감정 상태가 마치 활화산 같다.
특히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를 막론하고 신경질과 짜증이 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 조울병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조울병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을 병이라기보다는 성격 문제로 치부하는 조울병에 대한 일반인의 낮은 인식이라고 꼽는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인구 100명당 3~5명이 조울병 관련 장애로 고통받고 있지만 일부는 조울병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전혀 다른 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이 일반인 953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조울병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울증에 대해서는 익숙한 반면 조울병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람이 3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규섭 교수는 "조울병의 우울한 시기를 일반적인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하고 항우울제를 처방하면 재발이 잦아지는 등 오히려 병이 악화될 수 있어 우울증과 조울증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울병의 우울 상태는 우울증과 비슷해 전문가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양상에서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병의 우울 상태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울 상태에 빠지기는 하는데 많이 먹고, 많이 잘 때 조울증일 확률이 높다. 보통 우울증은 식욕 저하나 불면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또 우울증이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조울증의 우울 상태는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좋아진다는 차이가 있다.
또 무엇보다 우울증은 자주 재발하지 않지만 조울증은 우울한 상태가 몇 주, 몇 달씩 계속되며 이 같은 상태가 빈번하게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증을 앓는 것이 아닌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또 청소년이 심한 우울 상태를 보일 때 흔히 알고 있는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증이 아닌지 한번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하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30ㆍ40대 이후에 흔히 나타나지만 조울병은 10ㆍ20대에서 우울증으로 병이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며 "충동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청소년에게 우울증이 있으면 조울병에 의한 우울증이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갑상선기능항진증, 쿠싱증후군, 뇌졸중, 뇌암, 경련성 질환 등 신체질환에 의해 조울증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혈액검사, 간기능검사, 신장검사, 당뇨검사, 일반뇨검사, 심장기능검사, 갑상선기능검사를 비롯해 종합심리검사, 신경인지검사, 우울증 척도 등의 검사도 함께 받을 것을 권한다.
조울병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최근 개발된 기분조절제 등 새로운 조울병 치료제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조울병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기분을 조절하는 대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약물을 통해 기분을 조절하는 치료가 우선적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에피네프린 농도나 기능 문제로 인한 화학적인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마치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과 혈당조절제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기분조절제 외에도 규칙적인 수면, 규칙적인 식생활 또한 도움이 된다.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햇빛을 많이 쬐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술은 기분을 과민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직업이나 학업, 대인관계 등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환자에 따라서 호르몬 변화, 계절 변화 등에 따라 기분 변동이 심해질 수 있어 이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도움말=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기분장애클리닉 교수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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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매일경제 2006-05-1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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