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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여러 모로 참 괜찮은 곳이다. 경주 자체가 신라 천년의 고도이기도 하려니와 감포(甘浦)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을 쐬며 갈매기 울음소리도 듣고 회 한 접시라도 먹다보면 그야말로 즐겁게 놀고 먹는 여행이 된다.
감포는 경주와 인근 도시 사람들이 주말에 즐겨 찾는 바닷가다. 탁 트인 시야,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검푸른 바다 빛, 황홀한 일출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안가에서 잠시 해수욕을 즐기며 쉬어가는 맛도 하나의 재미다.
오래도록 머물고픈 감포
경주에도 바다가 있다. 경주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천년의 향기를 흠뻑 들이킨 다음 질펀한 포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감포로 떠나자.
경주에서 30분 정도 동해안으로 빠져 나가면 감포가 나오는데 가는 길도 꼬불꼬불 재미나고 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산세가 있어 드라이브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감포읍에서 한적하고 차분한 해안도로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감포항에 다다른다. 감포항은 규모가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진 등대가 우뚝 솟아 있는가 하면 항구 주변에는 횟집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감포항에서 보이는 것은 음식점 간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선이 닻을 내리는 공판장 옆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썰어 놓은 횟감을 싼 값에 팔기도 하는데, 이것저것 한 접시 산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일식집 일품메뉴가 부럽지 않다.
감포에는 끝자리가 3이나 8일인 날 가면 더 좋다. 장이 서는 감포항 뒤편의 장바닥은 온갖 수산물로 채워지고, 내륙에서 온 상인들과 시장 구경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구경만 해도 배가 부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잊고 옛날 5일장만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는 신명나는 장'이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약장수의 서커스나 뻥튀기 장사의 '뻥이요'라는 외침은 물론 장터 한 구석에서 보드라운 햇살을 받으며 옹기종기 서로 몸을 기댄 채 외지인들에게 고향의 정을 나누어 주던 시골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환장할 듯 가슴을 쥐어뜯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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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장날 풍경을 찾다가 끝내 못보고 방파제로 나간다. 방파제 바로 옆 포구에는
오징어 채낚기선과 근해 트롤어선들이 닻을 바다에 담그고 있었고 양지바른 포구 한쪽에서는 하얀 살을 드러낸 생선들이 말려지고 있었다.
방파제 아래서는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는다. 바다는 고요 그 자체였다. 이따금 배를 고치는 어부의 망치소리가 포구의 정적을 깨뜨린다.
파도가 쉼 없이 밀려드는 방파제 끝에 서서 동해 바다를 품어본다.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그 너른 품에서 오랫동안 머물자 파도는 이방인을 밀어낸다.
감포항 주변에는 봉길, 대봉, 나정, 감포, 오류 등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지천이다. 암초가 거의 없는 나정 해수욕장은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고, 봉길해수욕장은 문무대왕릉과 어우러진 바다와 일출의 장관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감포항에서 약 10㎞ 지점에 있는 대왕암. 죽어서도 왜구를 막겠다는 유언에 따라 신라 문무왕의 무덤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영화 '신라의 달밤' 촬영지인 봉길해수욕장도 운치가 있지만 짙은 해무에 휩싸인 대왕암 위로 이른 아침 붉은 해가 두둥실 솟아오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신비감과 경외심이 온몸을 적신다.
감포항과 감포바다는 갔다 왔어도 또 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글/이창호 기자(changho@yna.co.kr),사진/ 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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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2006-05-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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