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도시 기행③바람과 햇살의 밀월, 엑스

피나얀 2006. 5. 20. 03:13

 


'엑스는 파리다. 엑스는 파리가 아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프로방스 사람들에게 던져주면 밤 새는지 모르고 공방을 펼칠 화두다. 프로방스의 경제, 문화, 학문의 중심지로 영화를 누렸던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는 곧잘 '프로방스의 파리'로 비유되곤 한다.

 

엑스(Aix)는 엑상프로방스의 정겨운 애칭이다. 자연이 주는 선물만 날름 챙겨온 것 같은 프로방스 사람들이지만 엑상프로방스만큼은 그리고, 깎고, 다듬는 공을 들였다.

 

구 시가지에 늘어선 대저택들과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혼재된 광장의 조각상들은 이 도시의 위상과 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파리의 방돔 광장을 닮았다는 달베르타스 광장(Le Place d'Albertas)과 샹젤리제 거리와 비슷한 미라보 산책로(Cours Mirabeau) 등을 보면 파리를 흉내 냈다는 '미필적 고의'를 부정할 수도 없다.

 

흥미로운 미라보 산책로

 

엑스는 미라보에서 시작된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머리를 흔들어 사람들을 환영하는 미라보 산책로는 구 시가지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드골 광장에 서 있는 커다란 분수(La Rotonde)에서 시작되는 길은 원래 마차가 오고 갔던 넉넉한 도로였기에 중앙에 차도를 내고도 양쪽으로 여유 있는 보행로를 가지게 됐다.

 

마자랭(Mazarin) 대주교가 조성한 미라보 산책로의 왼쪽에는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화가 세잔이 단골로 다녔다는 카페 '레 드 갸르송'은 1792년부터 지금까지 이 거리의 손꼽히는 명소다. 카페 근처에 있는 이끼 분수(La fontaine d’eau Chaude)는 엑스에서 유일하게 온수를 뿜어내는 분수다.

 

 

산책로의 오른쪽에는 17-18세기에 세워진 화려한 귀족의 대저택들이 도열해 있다. 엑스에는 이 당시에 세워진 160여 개의 맨션들이 남아 있다. 400m쯤 되는 도로의 막바지에는 15세기의 영화로운 군주였던 킹 르네(King Rene)의 조각상과 분수가 있다. 그의 지원 아래 엑스에는 시인, 화가, 조각가들이 몰려들었고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겼다.

 

옛 프로방스의 주도였던 엑스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방스 것은 최초의 상급재판소와 의회, 세무청 등이 있었던 법원(La Palais de Justice)이다.

 

18세기 혁명으로 본래의 건물은 붕괴됐고, 1832년 새로운 법원이 탄생했으며 시청 광장에 있었던 미라보(프랑스 혁명기의 정치가·1749∼1791)의 조각상을 1층 로비에 옮겨 놓았다.

구 시가지를 벗어나면 한층 여유로운 전원의 저택 파빌롱 드 방돔(Le Pavillion De Vendome·1665)을 방문할 수 있다. 방돔의 공작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지었다는 저택은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17∼18세기의 고가구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원 양식을 보여주는 가든은 노출과 햇빛을 함께 즐기는 미국 여학생들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현관 양쪽에서 머리로 테라스를 바치고 있는 17세기의 건장한 아틀란티스 상도 거기에 정신이 팔려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프로방스 엑스의 숨은 그림 찾기

 

생 소뵈르 대성당(La Cathedrale St. Sauveur)은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의 흔적부터 5세기의 세례당,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의 중랑, 12세기의 수도원, 섬세한 부조가 있는 16세기의 목조 문까지 교회 건축 양식을 총망라한 건축도감 같은 곳이다.

 

모든 것이 시간이라는 접착제로 잘 고정되어 있다. 5세기부터 주교의 지배를 받았던 엑스는 17세기에 프로방스 전체를 다스리는 대주교의 보금자리가 됐다.

 

생 소뵈르 대성당에는 숨겨져 있고 가려져 있는 비밀들이 있다. 오른쪽 중랑의 중간 지점에는 부속 수도원의 안뜰로 연결되는 문이 하나 있다.

 

훼손을 막기 위해 가이드와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고, 허가된 가이드만이 수도원의 열쇠가 보관되어 있는 곳을 열 수 있는 또 다른 열쇠를 받을 수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열주들이 네모난 뜰을 중심으로 늘어서 있고 그 윗부분에는 성서의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다.

 

이 성당에 숨겨진 또 하나의 보물은 성당의 정문이다. 성상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나무문은 평소에는 덧문이 씌워져 있기 때문에 가이드가 설명을 위해 덮개를 걷어낸 동안에만 감상할 수 있다.

 

엑스의 또 다른 숨은 그림은 '트롱프 뢰유(trompe-l'oeil)'라는 입체화법으로 그려진 대저택의 벽화다. 계단을 올라가는 벽과 천장까지 조각상과 액자들이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정교한 그림이고 평평한 벽일 뿐이다.

 

한때 각광받았던 '속임그림'은 유행이 지나자 대부분 회반죽 밑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1654년에 건축된 주택(Hotel de Chateaurenard)에서 감상할 수 있다. 커튼 뒤에 숨어있는 꼬마 아이는 이 저택의 실제 하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엑스의 숨겨진 아름다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관찰한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리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물이 흐르듯 여유롭게 흘러가는 엑스의 삶을 볼 수 있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글/천소현(프리랜서)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출처-[연합르페르 2006-05-19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