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도시 기행②신이 사랑한 땅, 아비뇽

피나얀 2006. 5. 20. 03:14


예술가들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프로방스였지만 교황들에게는 이곳이 마냥 반가울 수 있는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아비뇽 유수', 혹은 '교황의 바빌론 포로 시대'라고도 불리는 시기에 이곳을 거쳐 간 교황들에게 프로방스는 유배지이자, 임시 거처에 가까웠다.

 

1309년부터 1403년 사이에 실제로 이곳에서 생활했던 7명의 교황과 2명의 대립교황(교회의 분열로 2명의 교황이 동시에 존재했던 시기가 있었다)들은 모두 로마로 돌아가서 생을 마쳤다. 온갖 음모와 위협 속에서도 그들이 감사 기도를 올릴 수 있었던 한 가지는 프로방스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었을 것이다.

 

신의 은총 속에서도 교황들은 고뇌하고 번민하다 떠나갔지만 아비뇽의 사람들은 아직도 그 시대의 영광 속에 살고 있다. 사실상 가톨릭 국가이면서도 세례, 결혼, 장례식을 제외하고는 교회를 찾지 않는다는 프랑스 사람들, 혹은 그 외의 수많은 '무늬만' 가톨릭 신자들에게 '관광'은 교회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뜻밖의 이유다. 그러니 아비뇽 사람들도 불평할 이유가 없다.

 

교황을 지키는 믿음의 방벽

 

교황 궁전은 10개의 탑으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모습이다. 로마만큼 성에 차지는 않았겠지만 프랑스의 교황들은 파리 궁전을 모방한 웅장한 고딕 양식의 성을 짓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높이 50m, 면적 1만5000㎡의 거대한 성은 두께 4m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베네딕토 12세가 세운 구 궁전(1334-1342)에 클레멘스 6세가 신 궁전(1342-1352년)을 덧붙여 교황청은 2개의 뜰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혁명을 거치는 동안 많은 것이 파괴됐지만 교황 궁전을 포함하는 아비뇽 역사지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전시실에는 역대 교황들에 대한 소개와 바닥 타일, 프레스코 등이 소규모로 전시되어 있다. 17∼19세기의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는 연회홀 '그랑 티넬'은 추기경들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던 '콘클라베'의 장소였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클레멘스 6세가 생활했던 사슴 홀이다. 14세기의 사냥풍경을 담은 프레스코가 인상적이다.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였을 교황의 침실에는 실제 유품은 아니지만 당시에 사용됐던 고가구를 비치해 구색을 맞췄다.

 

교황 궁전 옆의 노트르 담 데 돔(Notre-dame-des-Doms) 성당을 지나 오른편 경사로를 올라가면 로셰 데 돔 공원(Rocher des Doms)이 보인다. 아비뇽의 출생지라고도 불리는 로셰 데 돔은 아비뇽에서 가장 높은 바위 지대다.


바로 아래 아비뇽 다리와 유연하게 흐르는 론 강, 저 멀리 뤼베롱 언덕과 방투 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론 강 가운데의 섬(Barthelasse)은 프랑스 최대 면적의 하중도(河中島)로 넓이가 700ha나 된다. 가장 높아서인지 가장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는 언덕에는 15세기까지 풍차가 서 있었다.

 

공원에서 성벽을 따라 아비뇽 다리로 이어지는 축대 중간에는 유명한 민요 '아비뇽 다리'의 악보가 펼쳐져 있다. '아비뇽의 다리에서 춤을 추자, 춤을 추자…….' 아비뇽 다리의 아치는 론 강의 범람으로 3개만 남았지만 12세기 완공 당시에는 강 건너편의 빌뇌브 레자비뇽(Villeneuve-lez-Avignon)까지 이어지는 22개의 아치를 가진 총 900m 길이의 웅장한 다리였다.

그 다리가 지나가는 마을의 촌부들이 흥에 겨워 불렀던 노래가 바로 '아비뇽의 다리'였다. 아비뇽 성벽에서 연결되는 다리의 시작 부분에는 생 니콜라 예배당이 남아 있다.

 

교황 광장을 사이에 두고 교황 궁전을 마주보고 있는 17세기 건물(The Mint)은 아름답게 장식된 파사드가 인상적이다. 견고하게 쌓아올리는 데 치중한 교황 궁전과 대조적이다.

 

독수리의 호위를 받으며 날개를 펼치고 있는 두 마리의 흰바다매가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독수리와 흰바다매는 이 건물을 지은 이탈리아의 명가 보르게세가(家)의 문장이다. 지금은 아비뇽의 시립음악학교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유서 깊은 도시의 보물과 예술은 박물관에 고이 간직되어 있으니 이비뇽이 자랑하는 앙글라동 미술관, 프티 팔레 미술관, 칼베 미술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Tip 축제의 도시 아비뇽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에 시작된 '아비뇽 예술 주간'이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교황 궁전의 뜰이나 축제의 메인 무대로 사용되고 있다. 공연장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광장이나 시가지 등 전 지역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인 페스티벌(In festival)과 오프 페스티벌(Off Festival)로 나뉜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인 페스티벌에만 10만 명의 관객이 참가하고, 젊은 예술인들이 100여 곳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펼치는 350여 회의 오프 페스티벌에도 50만 명의 관객이 모여든다. www.festival-avignon.com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 글/천소현(프리랜서)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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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르페르 2006-05-19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