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휴대폰에 빠진 아이 구하기

피나얀 2006. 5. 20. 03:27

 

아이와 함께 ‘사용규칙’부터 정해야

수업 적응도 떨어져 … 반복 사용시 손상 증후군 우려

 

80세 노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휴대폰이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된 요즘, 휴대폰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사고도 적지 않다. ‘행여 우리 아이만 없어 왕따 당하지 않을까’ 싶어 사준 휴대폰 하나가 부모와 자녀간의 불화의 씨앗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복 사용 긴장성 손상 증후군’이라는 신종 질병까지 탄생시킨 휴대폰. 아이 손에 그냥 맡겨두어도 좋은 걸까.

서울시 중계동 사는 중학교 2학년 이아무개 양(14)의 하루는 휴대폰으로 시작해 휴대폰으로 끝난다.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휴대폰 알람소리에 눈을 뜬 이양.

 

일어나자마자 친구들과 문자로 아침 인사부터 나눈다. 오전 7시 30분, 학교에 가져가고 싶지만 걸리면 즉시 압수에 한 달 사용 금지니 학교에서 돌아오는 저녁 7시까지는 잠시 보류다.

 

귀가 후 핸드폰부터 챙겨들고 학원으로 향한다. 길을 걷는 중에도 휴대폰 문자 메시지는 계속~. 너무 집중하다 그만 교통사고까지 날 뻔했지만 그래도 문자를 포기할 수 없다. 학원에서는 진동모드로 돌려놓고 몰래 보내는 문자의 스릴도 맛본다. 새벽 1시, 핸드폰을 손에 쥐고 다시 잠든다.

 

단지 이양만의 얘기가 아니다. 휴대폰을 가진 대다수 중고생들의 일과라 해도 무리가 없다. 공부할 때, 밥 먹을 때, 길을 갈 때, 외출할 때 등등. 아이들은 휴대폰과 대화하고 세상을 알아간다. 세상이 이럴진대 과연 아이들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는 것이 옳은 것일까?

 

게다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발표한 <휴대전화 보고서>를 보면 아이들에게 휴대폰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박하게 느껴질 정도다. 휴대폰은 아이들에게 또래집단과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창구이자 부모의 통제와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또한 아이들은 휴대폰을 통해 자신만의 네트워크와 세계를 구축하고 가꾸기도 한다.

휴대폰의 순기능도 있다. 부모는 자녀의 휴대폰을 통해 안전을 확인할 수 있고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휴대폰의 다양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현대병’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다.

 

◆고지서 보고서야 부모가 알아 = 휴대폰을 사이에 둔 자녀와 부모 사이 갈등의 시작은 ‘휴대폰 요금’. 3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지서를 받고서야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문제. 부모들의 걱정은 자녀가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빼앗기는 시간과 정신적인 에너지다.

 

실제 휴대폰에 중독된 아이일 경우, 일상생활뿐 아니라 학교수업 시간에도 휴대폰에 빠져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교육대학원의 상담교육과 김은옥 씨는 휴대폰 중독 실태조사를 통한 학위논문에서 ‘휴대폰 중독 증세가 심한 학생일수록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수업 적응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휴대폰이 수업적응도에 미치는 영향이 속속 밝혀지면서 학교에서는 교내 휴대폰 사용 시 일정 기간 압수(용산고의 경우 1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휴대폰 과다 사용은 인터넷 중독처럼 우울증이나 불안, 수면장애 등의 금단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전자파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휴대폰으로 인한 증후군도 최근 새롭게 밝혀졌다.

 

영국 물리요법학회(CSP)에 따르면 통화 외에 문자 메시지나 게임 등으로 장시간 이용하는 ‘엄지족’의 경우, PC관련 직종이나 악기 연주자 등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직업군에게 발생하는 ‘반복 사용 긴장성 손상 증후군(RSI-Repetitive Strain Injury)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부모·자녀사이 대화 창구로 =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자녀를 휴대폰 중독에서 예방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녀와 부모 사이의 휴대폰 사용 규칙부터 정하라고 권고한다.

 

예를 들어 학교엔 안 가져가기, 공부할 때나 취침시간에는 꺼두기 등 휴대폰 사용에 앞서 실천 가능한 약속들을 만들어두라는 것이다.

 

통화 시간과 문자메시지 건수를 정해 그 범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요금 정액제 신청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는 충전하기 앞서 꼭 부모의 허락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최신형보다는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중고품을 사주는 방법도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부모들 사이에선 아예 자녀의 휴대폰을 없애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얼마 전 고3인 아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수업시간에 문자를 무려 56개나 보내 압수 후 돌려줬다’는 경고성 전화를 받았다는 최아무개 씨(41·성남시 분당). 이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불러놓고 “너 휴대폰 쓸 자격 없지?”하며 그 앞에서 휴대폰을 부숴버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휴대폰이 없어서 금단현상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초기엔 좀 힘들어하던 아이도 곧 휴대폰 없는 일상에 잘 적응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아들 김아무개 군(19)의 얘기도 마찬가지다. “첫날엔 휴대폰 소리가 나는 것 같아 계속 불안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참을 만했다. 덕분에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최씨처럼 아이와 한바탕 휴대폰 전쟁을 치른 바 있는 부모들은 자녀의 휴대폰으로 고심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아예 처음부터 휴대폰을 사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한다면 아이가 간절히 원할 때 휴대폰 사용에 대한 부모와의 충분한 대화를 끝낸 뒤에 구입하라고 얘기한다.

 

더불어 일단 사줬다면 휴대폰을 자녀의 사적인 네트워크로만 생각하지 말고 부모와 자녀 사이 대화 창구로 활용하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 그런 작은 관심이 결국 자녀를 휴대폰 중독으로부터 지켜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승휴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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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내일신문 2006-05-19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