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스크랩】 한국 인터넷 폐인=정보의 깊이나 활발한 공유에서 탁월

 

“일본과 미국의 인터넷에는 ‘오타쿠’와 ‘마니아’가 있다면 한국 인터넷에는 ‘폐인’들이 있습니다.”

 

인터넷 폐인은 인터넷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생활의 대부분을 해결하려는 골수 네티즌들을 일컫는 속어다. 이런 인터넷 폐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대표적 사이트가 ‘디시인사이드’이다.

 

이 사이트 운영자 김유식(36)씨가 최근 서울대생들을 상대로 한·미·일 3국의 네티즌 특성을 비교분석하면서 인터넷 전반에 대한 한국적 특성과 포털 독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폐인=오타쿠+마니아=김씨는 미국 등 외국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반면 한국 네티즌들은 주로 ‘재미’를 즐기며 이를 인터넷 폐인으로 규정했다

 

.골수 네티즌들에 대해 일본은 오타쿠,미국은 마니아라고 부르는데,한국의 폐인은 오타쿠와 마니아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김씨는 분석했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는 깊이는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회원간 정보공유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미국의 마니아는 깊이도 있고 정보도 공유되지만 ‘절대 근접할 수 없는 계층’이 존재하는 단점이 있다.

 

이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폐인들은 깊이가 있고 정보공유가 원활한데다 남을 뛰어 넘으려는 강한 욕구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기발전의 경향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가끔씩 좌충우돌하는 경향이 있어도 끊임없이 창조적이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폐인들은 남이 알아주지 않는 분야는 거들떠보지 않아 관심분야가 적은 단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악플 없는 세상,먼 나라 이야기?=“외국 인터넷과 우리 인터넷에 딸 사진을 함께 올렸더니 외국에서는 ‘건강하고 예쁘다’는 덕담이 올랐고 우리 인터넷에는 “왜 낳았냐”는 댓글이 달렸다”

 

김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악플(악성 댓글)의 폐해를 비판했다. 그는 “악플은 자정작용으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아직 인터넷 곳곳에서 여전하다”면서 “인터넷 붐 속도에 비해 예절 교육이 뒤따르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악플 가운데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남녀 회원 비율은 큰 차이가 없지만 워낙 마초적(남성 중심적 사고를 일컫는 인터넷 은어)인 글이 많아 고민”이라면서 “심지어 여성회원이 남자인 척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프로슈머,인터넷 트렌드의 성공 열쇠=인터넷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네티즌의 프로슈머(prosumer)적 특성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프로슈머란 제작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참여형 소비자를 가리킨다.

 

김씨는 “우리 네티즌들은 정보는 물론 놀이로서의 인터넷을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요즘 네티즌들은 ‘즐길 거리’가 없으면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고 유통까지 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미래 문화 트렌드의 길잡이로써 커뮤니티의 발전 방향에 대해 김씨는 “커뮤니티의 트렌드는 개인화를 존중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 형식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형 포털의 독점,위험 수위”=일부 거대 포털 사이트들의 정보 독점은 심각한 현상. 그는 “구글은 링크방식으로 다른 사이트와 윈윈할 수 있지만 한국형 포털은 거의 모든 정보를 내부에 갖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인터넷 서핑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 우리 네티즌들은 하루에 4개의 사이트만 방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군소 사이트들이 인터넷 발전을 이끌어 왔다”면서 “포털사이트의 정보 독점이 지속된다면 우리 인터넷에는 결국 온라인 게임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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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쿠키뉴스 2006-05-19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