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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페인 중인 베트남인과 한국시민단체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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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처녀랑 결혼하세요 초. 재혼. 장애인 무료상담"
"베트남 처녀랑 결혼하세요. 100% 후불제,
초혼, 재혼, 장애인, 자식 있으신 분'"
"베트남 처녀 절대로 도망가지 않습니다"
저 반인격적, 빈여성적인 문구는 거리
곳곳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국제결혼 광고 현수막이나 국제결혼 광고지 내용이다. 내용만으로 본다면 마치 베트남 처녀는 인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돈으로 언제든지 사고파는 시장의 물건, 게다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교환이나 폐기처분이 가능한 물건 이상 절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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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문을 영어로 낭독중인 카이스트 재학 베트남 유학생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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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광고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국내 최대 일간지라 자처하는
<조선일보>는 4월 21일자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기사를 통해 국제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인격적 모욕을
주었다.
이에 베트남 유학생, 노동자, 국제가족을 이룬 베트남 여성, 그리고 나와 우리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언니네트워크,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대표 등 베트남인과 한국인 60여명은 20일 대학로에서 '여성을 상품화하는 국제결혼광고 반대캠페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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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베트남인 엄마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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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들의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차려입고 새벽에 전북 익산에서 올라 왔다는 국제결혼 여성인 뤼엔,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 대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 대표 등은 한국어, 영어, 베트남어로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즉석에서 참여한 베트남인들의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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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 발언 중인 베트남 여성과 통역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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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유학중인 한 베트남 여학생은 한국어 발언문에서 "2006년 현재 1만 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살고 있다. 또 2005년 현재 국제결혼 이민자는 7만 5천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이미 국제 곃혼 비율은
13.6%를 넘어서서 100명 중 13명이 국제결혼을 했다. 그들은 이미 일반적 현실이 된 국제결혼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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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중인 베트남 통신원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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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만 불법 중계업체들이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하고 비하하는 광고를 통해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격적인
손상을 입히고 있고 국제결혼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베트남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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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역을 하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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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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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은 서로 평등한 관계로 서로의 권리와 인격이 보호되고 언어와 문화적 차이 극복을 위한 사전 준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광고에 현혹되어 준비 없이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격적인 무시를 당하고 있다.
이에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연대와 일부 시민단체는 한국정부와 시민들에게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의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 광고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민들의 자각을 호소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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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 발언 중인 외대 베트남어과 한국인 여학생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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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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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은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은 과거의 상처도 비슷하고 한국이 베트남에 진 빚 또한 적지 않다.
베트남 참전을 이유로 많은 이들이 그곳에 한국인의 씨를 뿌리고 무책임하게 돌아왔으며 한국의 참전자들이 만들어 놓은 라이 따이한들에 대해 그
누구도 한국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고 양심선언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6.25참전을 이유로 이곳에 수많은 국제 가족을 만들어 놓고
무책임하게 떠나가 버린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나 스코틀랜드 등 각국의 병사들과 같은 과오를 저지르고 그 과오마저 까맣게 잊고 사는 한국인은 또 한
번 베트남 여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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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발언문을 낭독중인 베트남 여학생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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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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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이야기에 분노하는 많은 이들조차 우리가 베트남에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고 넘어가야 함을 간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제 조금 나은 경제력을 무기삼아 베트남 처녀들을 물건 골라잡듯 돈만 있으면 사올 수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광고를
용납하는 것은 더욱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캠페인은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베트남인들이 어렵게 함께 모인 자리로
정부와 시민사회에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반인권적 광고 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을 호소하며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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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언문을 낭독하는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 ⓒ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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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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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계 업체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히 규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의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 현수막, 신문광고 기타 홍보 활동을 즉각 중단하도록 강력한 행정지도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은 업체 스스로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과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은 말한다.
"한국인 여러분! 만일
일본이나 미국 구석구석에 '한국 처녀랑 결혼하세요. 장애인, 재혼, 노총각...'같은 광고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사람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상품화하지 마세요.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은 베트남 여성들을 상품처럼 묘사하며 베트남의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아내가 집안일을 시키거나 성적 욕구만 충족시키는 도구인가요? 우리는 팔려온 노예가 아니랍니다. 더 이상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지
마세요. 아오자이는 섹시함을 과시하는 옷이 아닙니다. 우리의 자부심이고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옷입니다. 그 아오자이의 이미지를 왜곡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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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결혼한 유엔씨(전북 익산, 25세, 초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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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한국인과 결혼하게 되었나? "남편이 하노이에 일하러 왔었다.
하노이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정도 들고 사랑하게 되어 결혼했다. 우린 자연스러운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 한국에 온 지는? "1년 되었다."
- 한국에 와서 광고를 보고 어떤 느낌이었나? "한국에 와서 국제결혼 광고를 보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마치
내가 물건이 된 느낌이었다. 어떻게 우리 베트남 여성들을 그렇게 취급할 수 있나 싶어 소화도 안되더라."
- 베트남에 있을 때 상업결혼이 성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난 하노이 출신이고 남편도 하노이에서
만났다. 하노이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한국에 와서 남부 호치민에서 그런 상업 결혼이 성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나? "사실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문화적 차이다. 음식, 말, 풍습이 달라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나 개인적으로는 가족과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시집 식구들과 사이가
좋아 그런 대로 문제가 없지만 다른 베트남인 국제 가족을 만나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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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결혼이 성행하는데도 친구들이 국제결혼을 하겠다면 권하겠는가? "상업결혼이 판치고 있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결혼이라면 권장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나처럼 부당한 일에는 당당하게 나서라고 충고하겠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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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티링(51세. 강북구, 재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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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겷혼 가족에게
상처주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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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온 지는? "나는 딸을 데리고 재혼을 했다. 96년부터 동거를
하다 98년 결혼을 했는데 계속 베트남에 살다가 6개월 전에야 한국에 왔다."
- 베트남 여성
상업결혼 광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에 왔더니 골목마다 광고가 붙어 있더라. 내가 남편에게 가위 좀 달라 저
광고들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심기가 불편하다."
- 상업결혼
광고가 많아지면서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나? "나는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과는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비즈니스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내 도움을 받는 처지라 오히려 나를
존경한다.
다른 베트남 여성들 경우도 그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한 이상 이미 한국인이고 그들이 낳은 아이는 분명 한국인이다. 현재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 결혼률이 30%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한국의 미래인데 어머니와 어머니 나라를 무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 한국말을 모르는 것 같은데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가? "집에서는
가족이 모두 베트남어를 하기 때문에 베트남 말로 소통을 한다. 밖에서는 서툴지만 영어로 소통을 하고 있다."
- 문화적 차이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 "난 10년 이상 남편과 살았다. 그리고 베트남도 역시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라 그리 큰 차이나 어려움은 없다." / 이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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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오늘의 캠페인을 주도한 팀들은 광고물 관련 해당 지자체의 인권 침해적 광고물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행정자치부에 보내고 한국 시민단체의 공동 성명서를 내는 등
광고 자정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지켜 볼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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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2006-05-21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