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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미래 선보이는 '랑콤 디자인 어워드' 를 가다

피나얀 2006. 5. 23. 19:44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마다 무대를 울리는 휘파람과 환호성, 그리고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스포츠 경기장 아니냐고요? 아니랍니다. 11일 저녁 프랑스 파리 국립예술학교(Ecole Nationale Des Beaux Arts) 강당에서 열린 '랑콤 컬러 디자인 어워드' 본선 무대. 9개국에서 선발된 26명의 패션 유망주들이 국가와 학교와 개인의 명예를 걸고 벌인 한판 승부의 자리는 조용히 옷을 감상하는 일반적인 패션쇼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자국 출신을 응원하는 수백여 관중의 열기로 무대는 뜨거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스모드 출신 세 명의 신예 디자이너가 참가해 일 합을 겨뤘습니다. 세계 패션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찾아내는 현장 속으로-.

 

# 부드러운 섹시함이 대세

 

이번 대회의 주제는 랑콤의 봄.여름 메이크업 컨셉트인 '앙샹트레스(매혹적인 여성.The Enchantress)'. '앙샹트레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밤의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 화장품 라인의 컨셉트에 맞춰 패션 유행마저 이끌겠다는 것이 이 대회를 만든 랑콤의 기획의도다.

 

26명의 참가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앙샹트레스'를 재현한 옷들을 두 벌씩 선보였다. 동화 속 요정의 이미지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하늘거리는 쉬폰이나 레이스 소재가 자주 보였다.

 

한국 대표(최지영.채은영.이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에스모드 서울 장혜림 교장도 "로맨틱한 요정 스타일이 쇼의 주제인 만큼 여성적인 스타일이 많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상에 장식적인 디테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참가자들은 단순히 우아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젊은 학생들의 감각을 반영하듯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의상이 많았다. 뷔스티에와 브래지어를 응용한 상의에 미니 스커트나 무릎 길이의 경쾌한 하의가 주류였다. 금속성의 반짝이는 실버톤을 응용한 작품도 많았다.

 

쇼가 시작되고 둘째와 셋째로 연달아 무대를 장식한 한국 참가자들의 의상은 다른 나라에 전혀 뒤지지 않는 완성도를 자랑했다. "참가자들의 아이디어 싸움이 대단하다"는 최지영(25)씨는 "확실히 세계 무대에 나와 보니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수의 패션 스쿨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성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는 채은영(23)씨나 "세계적인 스태프와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이영화(21)씨도 새로운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바이어의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은 세계 패션계의 특성상 또 다른 희소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의상 컨셉트에 따라 무대 전체의 컬러가 계속 변하는 화려한 조명이 돋보였다. 무대 디자인은 프랑스 최고 유명업체인 La Mode en images가 맡았고, 무대 음악도 유명 DJ인 미셸 고베르(Michel Gaubert)가 진행했다.

 

# 요정은 꿈을 꾸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수상자'를 뽑는 전통에 따라 영광의 주인공은 네덜란드 아른험(Arnhem) 패션 스쿨에서 온 댄 고넨(Dan Gonen.27)이 차지했다.

 

심플한 실루엣의 작품에 고양이 발바닥 모양의 프린트가 찍혀 있는 코트와 아이보리 원단에 노란색 연필을 새겨 놓은 원피스는 퍼놀로지(Funology.즐거움을 주는 재미있는 경향)의 특징에 충실했다. "우아하고 단순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의상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소감.

 


하지만 원피스와 울 코트로 구성된 그의 의상은 겨울옷을 연상시켜 봄.여름 메이크업룩이라는 주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언뜻 보기에 맞춤복이 아닌 기성복에 더 가깝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원래 프랑스 파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나 미국 뉴욕과 달리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의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다. 그만큼 실용성(기성복)보다는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패션 풍토가 자리 잡은 곳이라는 말이다.

 

랑방의 아트 디렉터 알베르 엘바즈는 오히려 이런 면이 수상에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참가자들의 옷에 비해 현실성(Reality)이 살아있다. 판타지(Fantasy)와 현실성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랑콤의 메이크업 디렉터인 구치 웨스트만도 "모던함이 우승의 이유다. 아주 독창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아자로의 아트 디렉터인 바네사 스워드는 "나는 그를 뽑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행사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파리 패션계도 미래지향적인 창의성보다 지금 당장 시장에 내놓아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완성도 높게 잘 만들어진 기성복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전했다.

 

◆ '랑콤 컬러 디자인 어워드' =화장품 회사 랑콤이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매퀸 등 현재 패션계를 주름잡고 있는 디자이너를 배출한 세계적 패션 스쿨 영국의 세인트 마틴과 함께 2001년 처음 시작했다.

 

지난해까진 각 국별로 대회가 진행되다가 올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경합을 벌이는 국제 패션 대회로 발전했다. 올해의 경우 한국의 에스모드, 프랑스의 스튜디오 베르코, 일본의 분카를 비롯해 중국.말레이시아.호주.캐나다.네덜란드.이스라엘 등 9개 나라의 유명 패션 스쿨에서 선발된 학생 26명이 참가해 자신들의 잠재력을 선보였다.

 

이 대회에서 호명되는 이름은 단 한 명뿐. 그는 2만유로(약 2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파리 패션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심사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인 겐조의 디자이너인 겐조 다카다, 랑방의 아트 디렉터인 알베르 엘바즈, 럭셔리 패션 브랜드 아자로의 아트 디렉터인 바네사 스워드, 저명한 패션 사진작가인 장 폴 구드 등 지금 현재 패션계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 9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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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일보 2006-05-2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