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초음파에 잡힌 17.7㎜의 생명 … 아, 아가야

피나얀 2006. 6. 5. 18:29

출처-[중앙일보 2006-06-04 21:05]

 

33년 10개월의 남자와 32년 9개월의 여자가 결혼을 했다. 그리고 13개월 뒤,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 오늘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별다른 사연도, 남모르는 아픔도 없는 평범한 출산 경험담이다. 그러나, 아니 그래서, 이 평범한 이야기는 오늘 신문기사가 된다.

'내 아이를 갖는 기쁨을 생각해 보라'는 공익광고까지 등장한 오늘이고, 일상의 부담에 치여 가장 평범한 가치마저도 외면한 우리네이기 때문이다. 결혼 노령화와 저출산은 우리네 삶이 얼마나 급급한가를 보여주는 징표다.

 

여기에 한 부부의 임신과 출산까지의 나날을, 남편의 목소리로 옮겨적는다. 남편의 이름은 손민호. 중앙일보 기자다. 남편에 따르면 출산은, 기적의 시작이다.


 

 


# 보리, 17.7mm

임신 6주에 지은 태명…동영상 CD 보고 가슴 찡

지난해 추석 직전. 아내는 며칠째 몸이 안 좋았다. 처음엔, 결혼하고 맞는 첫 명절 탓인가 싶었다. 감기 기운을 의심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의 손엔 임신 테스트기가 들려있었다. 보라색 두 줄이 선명했다. 임신이다. 그래도 일단 병원에서 확인하자며 호들갑을 경계했다.

명절을 쇠고난 직후. 인터뷰를 빙자해 시인 한 명과 낮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아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임신 6주래요." 그때 뭐라고 말했던가, 정확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별문제 없지?"였을 게다. 무언가 어색했고 영 서툴렀다.

통화 내용이 들렸는지 시인은 "좋은 소식 있나 보네"라며 말을 걸었다. 마침 잘됐다 싶어, 태명을 부탁했다. 태아에게도 이름을 부르는 게 좋다는 걸 어디서 주워들은 터였다. 그러자 "보리 어때요, 보리. 부르기 쉽지, 성별 모르니 중성적인 게 좋지, 지혜란 뜻도 있어요"라고 권했다. 보리? 보리! 부를수록 입에 달라붙었다. 그날 이후 아기는 보리가 됐다.

두 주일쯤 뒤 아내는 인터넷 검색과 주위 추천 등을 종합해 몸을 풀 병원을 골랐고, 그 병원에서 첫 검사를 받았다. 뜻밖의 선물이 있었다. 초음파 검사 동영상을 CD에 저장해 준 것이다. 거기엔 17.7mm의 보리가 옹크리고 있었다. 쿠궁쿠궁쿠궁…, 힘찬 박동소리와 함께. 조금씩 꼬무락거리는 것도 같았다.

 

부모님께도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한동안 말을 잃었고, 어머니는 "아이고, 세상에…"만 되풀이했다. 2분 갓 넘는 분량이었지만 그만큼 가슴 벅찬 영상은 여태 본 적이 없다. '보리의 모험'. 내가 지은 동영상 이름이다.


 

 



# 어느 날 되어버린 가장


하혈하던 아내 결국 사표…우울증 지켜보며 짠한 마음

10월 중순의 어느 토요일 저녁. 밥을 먹던 아내는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갔다. 한참 뒤에 나온 아내는 하혈이 있었다고 했다. 깜짝 놀라 당장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아내에겐 걱정 말라고 했지만, 핸들을 잡은 손엔 땀이 찼다. 병원에선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엄마가 많이 피곤한가 보네요." 덧붙였다. 그럴 만도 했다. 기성복 업체 디자이너인 아내는 연일 야근이었다. 날마다 밤 10시가 넘어야 들어오곤 했다. 연말에 있을 대형 패션쇼 준비 때문이었다.

아내는 우리 나이로 서른넷이었다. 은근히 노산(老産)이 걱정되고, 주변에선 종종 유산 소식이 들려오던 차였다.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내는 대답을 피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단호한 눈으로 말했다. "회사 그만둬야겠어요." 그저 묵묵히 등만 토닥여줬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게다. 출근길에 배 나온 여성을 만나면 뒤돌아보곤 했던 일이. 살다 보면, 나와 무관했던 세상이 어느 날 눈앞에 닥치는 경우가 있다. 임신부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로 많지 않다.

며칠째 아내는 잠만 잤다. 집 밖으론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피곤하다"는 말만 연방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아내는 눈물이 많아졌다. TV를 보다가도, 밥상머리 수다 중에도 뚝뚝, 눈물을 흘리곤 했다. 임신 우울증인가? 여하튼 예민해진 것만은 분명했다. 외식을 계획했고 휴가를 얻어 짧은 여행도 다녔다. 아내를 바라보면 늘 미안했고,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가장(家長)이란 걸, 알 것도 같았다.

*** 보리 엄마가 전하는 임신.출산.육아 정보

■ 임산부 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 카페 '임산부 모여라': 회원 수 16여만 명. 출산용품.육아교실 정보 총망라. 초보 예비엄마들의 시시콜콜한 고민까지 들어있음

-이외에 대형 포털사이트마다 임산부 카페가 운영 중임

■ 육아교실


-분유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가 회원으로 등록하면 무료 샘플 주기도 함. 각 사이트에서 육아교실 정보 제공


-육아교실에 가면 분유.기저귀.사진촬영권.책.CD 등 각종 선물 받을 수 있어 참가자 넘쳐. 선착순이나 추첨으로 육아교실 참가 인원 제한


-이럴 때 임산부 카페가 유용함. 회원들이 서로 육아교실 정보를 공유함


-육아교실은 분유업체.병원.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개최. 아토피.제대혈.모유 수유 등 전문 정보 제공하는 육아교실도 있음


-주요 육아교실: 매일 우리아이 (www.urii.com) 남양분유(www.namyangi.com) 파스퇴르(www.pasteur.co.kr) 일동후디스(www.ildongfoodis.co.kr) 셀트리(www.celltree.co.kr) 등


■ 출산.육아용품 DIY 사이트

-기본 재단을 마친 상태의 재료 판매. 인터넷에서 제품 고른 뒤 재료 구매하면 집에서 설명서에 따라 만들 수 있음

-기저귀 보관함.슬링.아기 신발.모빌 등 100여 종. 품목별 재료 가격 1만~2만원대

-주요 사이트: 옹아리닷컴(www. ongari.com) 맘스그린힐(www.momsgreenhill.com) 등

■ 공짜 만삭 사진촬영권 받는 과정

-각종 육아교실.병원 등에서 사진촬영권을 경품으로 제공


-사진촬영권에 기재된 업체에 연락하면 집에서 가까운 사진관과 연결해 줌


-사진관에선 만삭 사진과 50일 사진을 찍어주고 신생아 사진 가져다주면, 사진관에서 사진 3장으로 책상용 앨범 만들어 줌


-사진관의 100일 사진이나 돌 사진용 마케팅


■ 특별 추천


-동네 보건소를 적극 활용할 것


-기초검사 받을 수 있고 철분제 등 선물도 줌. 모유수유.산전체조 교실 등을 운영하기도 함. 보건소마다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