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동아일보 2006-06-0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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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출산이야말로 더 미친 짓이다.”
7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양성 평등과 가족 친화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그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여성개발원 가족정책센터 장혜경 소장은 “가정, 직장, 사회 등 전 영역에서 여성이 육아와 가사 부담을 혼자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의식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19조 원을 투입하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저출산의 해법은 결국 의식 개혁에 있다는 말이다.》
7일 오전 8시 3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KT 본사 앞.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린다. 이 건물 1층에 마련된 ‘KT 꿈나무 어린이집’으로 가는 아이들이다.
이 회사 글로벌사업실에서 근무하는 백승택(35) 씨는 진영이(5·여)와 정민이(3)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들어섰다. 백 씨가 “아빠는 항상 너희들 곁에 있어”라며 씩 웃자 아이들도 활짝 웃으며 놀이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백 씨처럼 아빠와 함께 오는 경우가 70%를 넘는다.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 잡은 것.
자매를 맡기고 있는 성원재(36) 씨는 “총보육료가 50만 원이 안 되며 회사에서 1인당 10만 원씩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오후 7시 반에 문을 닫는다. 그러나 직원이 야근 또는 회식이 있다면 오후 10시까지 아이들을 보살펴 준다. 주5일 근무를 하지만 토요일에도 오후 2시 반까지 운영한다.
이처럼 여성이 육아의 부담을 덜 지게 되면 출산율은 높아진다. 이는 이미 프랑스와 스웨덴 등 고출산 국가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KT는 어린이집을 만든 이후 육아 문제로 퇴사나 휴직을 하는 일이 사라졌다. 여직원의 출산 후 복귀율도 99%를 기록했다. 회사는 이들의 업무 복귀를 돕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업무 현황과 사내 동향을 제공한다.
여직원 비율이 비교적 높은 아시아나에서도 출산과 보육에 대한 지원이 적극 이뤄지고 있다. 여승무원은 임신 직후부터 출산할 때까지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육아 휴직도 법정기간(1년)을 초과해 1년 연장할 수 있다. 출산 및 육아 휴직 기간에 상여금도 나온다.
임신 4개월 이전에 유산하면 10일간 휴가를 주고, 4개월 이후에 유산할 경우 1개월 휴가를 준다.
유한킴벌리는 유산 휴가 외에 태아검진 휴가도 있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시 법정 급여에 20만 원을 추가 지급하고, 휴직 기간도 상여금 산정 기간에 포함시킨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 비용과 축하금 20만 원, 기저귀 등 자사 제품을 지원한다. 자녀가 취학하기 전 1년 동안 100만 원의 보육지원금도 준다.
유한킴벌리의 합계출산율은 1.89명. 가족친화 경영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대교와 하나은행, 한국IBM, NHN이 공동 운영하는 푸르니어린이집도 직장 보육시설의 모범 사례다.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등 3곳에서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아이들을 돌봐 준다.
■‘가사는 아내 일… 남편은 나몰라라’
가정에서부터 잘못된 문화 바꿔야
결혼 1년차 주부인 이정미(가명·31) 씨는 아이를 가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남편은 결혼 전에 “가사의 절반을 담당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모든 가사는 이 씨의 몫이었다.
이 씨의 남편은 “아이를 낳으면 육아를 분담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씨는 그 약속을 믿지 않는다. 분명 남편은 아이에게 젖병조차 물리지 않으려 할 것이고 결국 자신이 직장을 관둬야 할 것이다. 아이를 낳아야 할지를 놓고 이 씨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국가에서 저출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가정에서부터 여성을 배려하는 양성 평등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 초 300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가사와 육아 분담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평균적으로 “분담 비율이 여성 59.1%, 남성 40.9%가 적당하다”는 결과다.
“골키퍼를 무시하지 마라.” 한 누리꾼이 본보 취재팀에 보낸 e메일의 내용이다.
이 누리꾼은 “축구에 골키퍼가 있다면 가정에도 주부라는 골키퍼가 있다”며 “주부에 대한 배려는커녕 오히려 무시하는 풍토를 개선하지 않으면 저출산 극복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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