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하와이② 눈 덮인 마우나 케아에서 별빛에 젖다

피나얀 2006. 6. 16. 22:30

출처-[연합르페르 2006-06-15 10:31]

 

눈 덮인 마우나 케어는 빅아일랜드 관광의 백미로 손꼽힌다.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신나는 모험 중 하나는 하와이 최고봉인 마우나 케아에 오르는 것이다. 정상에는 미국의 케크 천문 관측소를 비롯한 캐나다, 프랑스 등 각국의 천체관측소가 있다. 눈의 여신 폴리아후가 살고 있다는 전설처럼 눈을 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에서 스키 탔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기도 한다. 특히 하늘을 온통 수놓은 별을 세다보면 어느새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고요' 속에서 만끽하는 '짜릿함'

 

마우나 케아 또한 빅아일랜드 관광의 백미로 손꼽힌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새들 로드는 마우나 케아와 마우나 로아산(4169m)의 중턱 지점에 있다. 드넓은 초원 위에 봉긋 봉긋 줄 서있는 분화구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이 마치 제주의 도로를 여행하는 느낌과 흡사하다. 그러나 굴곡이 심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드넓은 목초지, 얇게 깔린 안개는 이국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코나 공항에서 190번 도로와 새들 로드를 경유해 약 2시간을 달려 7부 능선에 위치한 기상자료 분석 천문대 오니즈카 방문자 센터에 도착하니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 이곳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 폭발 때 희생된 코나 출신의 우주 비행사 이름을 딴 곳으로, 안내판에는 '이곳에서 반드시 30분 이상 쉬었다 갈 것'과 고산지대에서 유의할 행동들이 친절하게 적혀 있다.

헬기에서 내려다본 힐로 전경.

마우나 케아 꼭대기까지는 비포장도로인데다 워낙 심한 비탈길이기 때문 4륜 구동차가 아니면 걸어갈 수밖에 없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가 현기증이 일지만 사방에 보이는 크고 작은 분화구들이 확실히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정상 부근에, 하얀 눈이 보였다. 제법 커다란 분화구에 쌓인 눈 위에는 스키 자국이 어지럽게 그어져 있다.

 

마우나 케아는 '흰 산'이라는 뜻으로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정상에 눈이 쌓여 붙은 이름이다. 발 아래로 보이는 옥빛의 바다, 검푸른 하늘 그리고 새하얀 눈이 절묘한 색깔의 대조를 이루어 눈이 부시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마지막 정상을 오르는 길은 더욱 가팔랐다. 이윽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세운 천문대와 붉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에 오르자 하얀 눈 위에 우뚝 속은 천문 관측소와 마우이 섬 방향으로 일몰이 펼쳐졌다. 그 아름다움, 황홀함은 추위와 차디찬 바람마저 잠시 삼켜버릴 정도였다. 일몰의 장엄한 연출이 끝나자 사방에 묵화를 그리며 세상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 곳에 최첨단 천문대들이 들어선 이유는 단순하다.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섬이라 주변에 불빛이 없으며, 각종 구름과 먼지층이 발 아래 깔리는 터라 대기까지 깨끗하니 천문 관측지로는 가히 명당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의 향연을 육안으로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95%의 별을 여기서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지름 10m짜리 천체 망원경을 갖춘 케크 천문대가 이 곳에 있다. 그러나 첨단장비로 별자리를 볼 수 있다는 기대는 버리는 편이 좋다. 오후 6시부터 출입이 통제되는 까닭이다.

 

헤드라이트 불빛을 따라 방문자 센터에 이르자 천체관측 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와우'를 외친다. 지름 30㎝짜리 망원경을 비롯, 10여 대의 망원경이 수성, 금성 등 주요 행성과 별에 초점을 맞춰 놓고 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 남과 북의 성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육안으로 보는 밤하늘의 별은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실 망원경이란 이 곳에서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다. 하늘을 온통 수놓은 별자리의 화려한 향연이 육안으로도 쉽게 보이기 때문이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 무한공간을 넘어 혹성과 혜성과 위성 사이를 건너 햇살과 그늘의 숲을 지나 수억 광년 저쪽에서 지구의 살아있는 점 하나를 향해, 내 눈동자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미친 듯 빠른 광속으로……. 어렸을 때 마을 언덕에서 처음으로 바라본 작은 별은 하와이에서도 나에게 한 줄기 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별을 보며 깊고 깊어 어두운 밤하늘에 편지를 써본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푸른 별빛으로 소리 없이 적는다. 아마 평생을 합쳐도 이보다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하늘을 가득 메운 별을 세다 보니 어느새 날이 샌다.

 

빅아일랜드 여행의 시작과 끝은 살아 있는 불구덩이와 인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성이었다. 아직도 그 곳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