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06-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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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경(八景)'이 난무하는 시대다. 관광객을 유인하고픈 수단이겠지만 아무 곳에나 팔경이란 단어를 내주고 싶진 않다. 하나하나가 보석같이 아름답고 웅장하지만 한데 모았을 때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하는 존재에만 부여함이 합당하다. 단양팔경은 단양읍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흩어져 있는 진정한 비경이다.
강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뱃사공이 도착했다. 활짝 갠 날을 기대했건만…. 원망스럽게 하늘을 쳐다봤지만, 잠자코 도담삼봉(島潭三峰)을 응시하니 운치가 느껴지는 것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물은 옥같이 맑은데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도담삼봉을 살포시 훑고 지나간 배는 먼저 석문(石門) 쪽으로 향했다. 바위산 중간에 아치처럼 걸쳐 있는 것이 경탄을 내뱉게 한다. 녹음이 우거진 활엽수로 아랫부분을 치장했지만 위쪽은 맨몸을 드러내서 매끈한 곡선이 더욱 선연해 보인다.
물의 흐름에 따라 다시 도담삼봉에 닿았다. 명산을 축소해놓은 미니어처 같기도 하고, 산이 물에 잠겨 봉우리만 남은 듯도 하다. 장군봉을 중심으로 처봉과 첩봉이 나란히 서 있다. 첩과 놀아나는 남편을 시샘하는 처봉이 멀찍이 떨어져 반대편으로 돌아앉아 있고, 첩봉은 아양을 떨며 주인에게 찰싹 붙어있다.
명종 초 단양군수를 지냈던 퇴계 이황은 도담삼봉의 정취에 반한 인물이다. 권세 싸움에서 벗어나 한직을 맡고자 내려와 있던 그는 단양의 매력에 빠져 시흥을 즐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의 행복이었을 뿐, 둘째아들의 죽음으로 홀가분했던 마음이 다시 심란해졌고 인근의 풍기군수로 관직을 옮기게 된다.
가까이 다가가 삼도정을 자세히 관찰하니 호방하게 풍류를 일삼기에 딱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느릿느릿 흐르는 강물과 바위틈에 피어난 노란 꽃을 벗 삼아 술잔을 기울인다면 극락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충주호 유람선을 타러 이동했다. 장회 나루에서 제천을 왕복 운행하는 유람선은 운송과 관광을 겸한다. 굽이도는 남한강 위에 하얗고 거친 포말을 흩뿌리며 나아가는 배에는 길손이 많지 않다.
대개의 스토리는 말미로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고조돼 클라이맥스를 맞게 마련인데, 수상 여행은 정반대였다. 볼거리는 모두 단양 쪽에 몰려 있어서 시작하자마자 정신없이 감탄하다 나중에는 밋밋한 정경에 김이 빠지는 '용두사미'의 전형이다.
병풍을 강 주위로 늘어놓은 듯 우뚝하게 솟은 봉우리들을 묘사하기 위해 '나는 듯 뛰는 듯 솟아오르는 듯하니 참으로 수려하다'는 관동별곡의 구절을 빌려야겠다.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남한강을 박차고 일어나는 듯' 기기묘묘한 변화는 눈과 마음을 도취시켰다.
옥순대교를 지나면 유람은 사실상 막을 내린다. 좋은 자극에 익숙해져 둔감해질 때쯤 끝나는 것이다. 물과 바위가 빚어내는 자연의 조화는 어딜 가나 매혹적인 듯하다. 구이린(桂林), 하롱베이도 알고 보면 단양과 비슷한 부류인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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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들이 노니는 고산유수
월악산에서 내려오는 벽계수는 신선들의 물놀이에 쓰일 만큼 청담한가 보다. 계곡 중간마다 '신선들의 바위'라는 선암(仙岩)이 3곳이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에 달하는 모든 계곡이 '속세를 떠나 신선이 노닐' 만큼 곱고 훌륭하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거슬러 올라 가장 상류에 위치한 상선암(上仙岩)에 도착했다. 차문을 여고 나서려는 순간 우레 같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장마 덕분에 물이 불어난 계곡은 빠르게 낙하하는 유수로 더욱 '웅장'했다.
계곡에 웅장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상선암의 계수는 무서울 정도로 거세게 움직였다. 그래서 상선암에는 '수영금지'라고 적혀 있는 경고 게시판이 붙어있다. 탁족은 고사하고 손만 씻는 게 고작이다.
멀리서 쳐다봐도 바닥이 보일 만큼 수질은 깨끗하지만, 빛깔은 투명하지 않고 초록색을 띤다. 거대한 바위가 토해내는 물을 보니 가슴이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백석(白石)과 청수(靑水)뿐인 이 계곡의 널찍한 곳에 자리를 펴고 책을 읽으면 그야말로 낙원일 듯하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애용했던 방법이다.
중선암(中仙岩)은 상선암에서 멀지 않다. 물살이 한결 부드럽고 깊이도 얕다. 그래도 계곡물이 돌과 부딪쳐 튀어 오르면 물고기가 솟구치는 듯한 생명력이 감지된다. 비가 온 다음날에는 돌의 위치가 모두 바뀌어 있을 정도로 신기한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꼭대기의 노송이 인상적인 사인암(舍人岩)을 둘러보니 이제 단양팔경의 마지막인 하선암(下仙岩)만이 남았다. 흰 바위가 마당을 이루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앉아 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는 곳이다.
물의 흐름은 더욱 온순하고 자갈이나 돌멩이도 많다. 위에서 멋진 계곡을 많이 봤기 때문일까, 하선암에선 별다른 감흥이 전달되지 않는다. 하지만 물은 여전히 담담하고, 계곡은 웅대하다. 선암계곡은 모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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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 = 단양팔경은 단양읍에서 5∼30분 떨어져 있다.
가장 가까운 도담삼봉이 5분, 상선암이 30분 소요된다. 도담삼봉 유람선은 도담삼봉과 석문을 돌아보는 것으로 30분이 걸리며 성인 6천 원,
소인 4천 원이다. 장회유람선은 1시간 동안 구담봉과 옥순봉을 거쳐 제천의 청풍나루까지 왕복하며 성인 8천 원, 소인 4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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