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2006-07-05 11:12]
달은 져서 보이지도 않는 대낮, 여전히 달은 서해안을 지배한다. 정확하게 6시간마다
달이 조정하는 서해의 ‘자동 수문(水門)’은 열리고 또 닫히기를 반복한다. 계절별로 순서를 달리하며 바지락, 대합, 백합 같은 조개류를 비롯해
낙지, 굴, 고동 같은 온갖 어패류들이 이 서해의 갯벌 밭에서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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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해안가엔 별달리 먹을 것이 없다고 하지만 ‘모르시는 말씀’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조개류인 바지락이 바로 지금 제철이다. 초여름부터 이곳 서해바다 안면도 황도갯벌에서 하루 4t씩 바지락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다. 질과 양에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를 자랑하는 곳이자 일본에 수출하는 바지락이 유일하게 생산되는 곳이라고 어민들은 자랑한다. 시원한 조개탕, 구수한 된장국에 바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시원하고 깊은 그 맛은 어떻게 낼 것인가. 또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바지락 회,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황도리 해안가엔 고무장갑과 장화로 중무장한 어민 100여명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노란 손수레를 집집마다 하나씩 밀고 나온 어민들 중에는 경운기와 트랙터, 1t 트럭을 타고 온 이들도 있었다.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이 바닷속에서 속살을 드러내자 어민들은 모세를 따라 애굽을 탈출하는 이스라엘 민족처럼 경건하게 조동호 황도 어촌계장(56)의 뒤를 따라 걸어서, 혹은 트랙터나 경운기를 타고 열을 지어 바닷물이 아직도 찰랑거리는 갯벌로 들어갔다. 하늘이 내리는 ‘만나’를 매일의 일용할 양식으로 받아먹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이들도 4월부터 11월까지 매일매일 갯벌 속에 뿌려진 바지락을 채취하러 들어간다.
아직 다 빠지지 않은 바닷물이 찰랑찰랑한 갯벌을 고무장화로 밟고 들어가는 일은 매일매일의 일과이겠지만, 어민들은 때론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바다가 베푸는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만 여길 순 없을 것이다.
“절대 작은 것은 캐지 마세요. 다른 가구 것 맡아 오신 분들 시간에 쫓겨서 작은 것들을 자꾸 캐시는데, 그러면 제 값 받기 힘들어요. 한 가구당 30㎏씩 정해진 양을 하고 나면, 지체없이 나오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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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쯤 걸어들어온 갯벌 한가운데 ‘갯벌 주차장’에서 계장의 간단한 훈시가 있고 나서, 계원들은 트랙터와 경운기를 세워두고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바쁘다. 네 가닥의 갈퀴로 갯벌을 긁자 화들짝 놀란 게와 갯지렁이가 황급히 몸을 감추고, 꼬물거리는 고둥이 갈 길을 몰라 허둥댄다. 바지락 껍질에는 나이테가 새겨져 있다. 다섯줄의 나이테가 있는 5년짜리가 가장 좋은 것이다.
낮 12시34분까지 해안선에서 바다쪽으로 4㎞쯤까지 물이 빠지다가 다시 밀물이 되는데, 매일 30분씩 이 시간은 뒤로 늦춰진다. ㎏당 2,820원씩 하는 바지락을 하루 30㎏씩 캐면 한 가구당 8만원이 넘는 일당이 떨어진다. 두시간 노동에 이 정도의 소득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 어촌계원은 116가구로 정해져 있어서 새로 회원이 되려면 기존의 계원에게서 어장권을 사야 한다. 몸이 불편한 계원은 이웃에게 자신의 몫을 하청주고, 반씩 나누면 된다.
황도 어촌계 간사 전용리씨(55)는 “일본에 수출하는 바지락은 전국에서 이곳에서만 생산된다”고 자랑하면서 “다른 어촌과는 달리 우리 어촌에는 벌이가 좋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제법 많다”고 했다.
열을 지어 들어올 때와는 달리, 나갈 때는 제각각이다. 1시간30분쯤 지나자 먼저 한 사람 순서대로 트랙터와 경운기를 몰고 나왔다. 펜션이 늘어선 해안가 어촌계 사무실 앞에서 각자 해온 바지락의 무게를 달고 망태자루에 포장을 했다. 국내용은 17㎏짜리 포대, 수출용은 20㎏짜리 포대에 담는다.
엄지손가락만한 조그만 게들이 수천, 수만, 수억마리가 꼬물거리는 황도갯벌에서 사람들도 그들처럼 꼬물거리며 바지락을 이고 갯벌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황도 사람들도 게, 바지락, 갯지렁이처럼 갯벌에 목숨을 대고 살아온 갯벌의 주민들이다.
》안면도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이용시 : 서울-경부고속도로-판교I.C(입구)-서울외곽순환도로(일산)-서서울I.C(입구)-서해대교-서해안고속도로-홍성I.C-약 500m 앞 좌회전, 직진, 300m 앞 다시 좌회전-서산 AB지구 방조제-안면도 안면대교-77번 국도 직진(3시간 소요)
*서울 성산대교 이용시 : 성산대교서 직진하면 서해안 고속도로-홍성I.C-이후는 위와 같음(2시간 소요)
*대중교통: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안면도행 버스가 1일 총 12회 운행(첫차 오전 6시40분, 막차 저녁 6시40분까지). 3시간 소요되며 요금은 1만1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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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황도포구 어민들이 한목소리로 추천하는 곳은 인근 창리포구에 있는 현대식당(041-662-7145)의 ‘바지락 해물 칼국수’다.
▶구수한 말말말
-오전 11시10분쯤
“○○ 아부지, 있따가 읍사무소 갈꺼여? 왜 거기 파란대문집에서 오늘 한턱 낸다고 했잖아유.”
“글씨, 있다가 봐야 겄는데. 근디 거기 (바지락) 많이 나와여? ○○ 엄니는 오늘 좋은 자리 잡은 모양인디, 여긴 별로여. 난 저짝으로 가야겄네.”
“그럼 이짝으로 와유. 여기서 오늘 겁나게 많이 나와.”
“난 저 짝으로 갈라네. 근데, 왜 자꾸 그리 오랴? 나헌테 맘 있어?(웃음)”
-오전 11시50분쯤
(휴대전화가 울리자)
“편찮으시다며 요즘 좀 워떠셔?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 난 지금 공동작업허구 있어유. 한창 바지락 철이잖어. 애들은 다 서울서 잘 살지 뭐. 잘 키우긴…. 내달에 내려오겄지 뭐. 손주들이나 보구 싶지, 애들은 뭐 별로여. 손주들한테 눈깔사탕이라도 사줄려면 요즘 한철 빠지지 말구 작업나와야 하니께 맨날 나오지 뭐.”
-낮 12시20분쯤
“아저씨, 벌써 다 하셨나봐유?”
“힘은 젊은 니들이 좋을지 몰라도, 바지락 캐는건 30년 넘은 우리만 못할걸. 어여 빨리 하고 나와. 그렇게 작은 놈은 캐면 못써, 야. 천천히 캐고 나와, 난 먼저 갈라니께.”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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