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길 위에 천국인 터키로 떠나보자!

피나얀 2006. 7. 11. 23:13

 

출처-[데일리안 2006-07-11 09:01]

 

이지상의 <길 위의 천국>

 

 

터키가 ‘길 위의 천국’인 까닭
흔히 동서양의 다리라고 부르는 터키. 이지상은 그 터키를 감히 ‘길 위의 천국’ 혹은 ‘여행자의 천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지상은 터키를 나그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보물 창고 같은 곳이라 표현하고 있다. 나라마다 여행을 마치고 오면 느낌이 달랐다. 동남아는 잘 놀다 온 느낌, 중국은 잘 먹고 온 느낌, 유럽은 잘 구경하고 온 느낌, 인도는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 그런데 터키는 무언가 한 보따리씩 갖고 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터키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나는 그곳을 드나들 때마다 소중한 추억들을 한 보따리씩 안고 나왔다

터키는 인류 최초의 문명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문명과 종교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곳이어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이 땅에는 수많은 문명과 종교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져 있었다. 한 꺼풀을 벗기면 약오백 년간에 걸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흔적들이 나왔고, 또 한 꺼풀을 벗기면 기독교 초기 유적지와 천 년에 걸친 동로마 제국의 기독교 문화가 드러났다.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알렉산더 대왕, 페르시아, 트로이 전쟁의 흔적이 보였으며, 기원전 20세기경의 철기 문명을 일으켰던 히타이트 족의 유적이 나타났고 맨 밑바닥에는 인류 초기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있었다.

터키에는 서양의 편리한 시스템이 있으나 그 속에는 동양의 정과 융통성들이 배어 있어서 언제나 마음이 편했다. 깔끔하고 빈틈없는 유럽에서 은근히 쌀쌀맞음을 느꼈거나,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근방의 중동 지역에서 지쳐 있던 대개의 ‘여행자들’은 터키에 오는 순간 터키인의 환대와 편리함과 느긋함 속에서 흥겨워한다.

돈 많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여행자들도 세계 3대 요리 중의 하나인 터키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치안 또한 안전한 편이니 세상에서 이만큼 여행하기 좋은 나라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이 터키 땅에 겹겹이 깃들여져 있는 수많은 인종, 문명, 종교의 흔적들은 물론 그들의 정, 음식 등 여행자들을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 가득 찬 터키는 ‘여행자의 천국’이요, ‘길 위의 천국’이다.

<길 위의 천국>을 쓴 이지상은 터키 여행을 세 차례에 걸쳐서 약 세 달 동안 했었다. 1991년도 초 고독했던 겨울 여행, 2002년 8월에 아내와 함께 했던 즐거웠던 여름 여행, 그리고 2003년 8월에 불쑥 충동적으로 떠났던 저자 자신만의 여행이었다. 그는 이렇게 색깔 다른 세 보따리의 추억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터키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관광안내서나 현실을 알려주는 르포가 아니라 ‘터키 여행의 맛’을 보여주기 위한 ‘여행기’를 썼다.

<길 위의 천국>에는 여태까지 터키를 소개하는 입문서와는 달리, 배낭을 메고 직접 구석구석을 돌며 얻은 ‘여행자의 감동적인 체험과 따스한 시선’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렇다고 사소한 일정을 나열하는 흔한 배낭 여행기와는 전혀 다르다.

서늘한 바닷바람 때문이었을까? 검푸른 빛 속에서 흐릿해져가는 사물의 경계선 때문이었을까? 나는 조국도 잊고, 가족도 잊고, 생도 죽음도 모두 뒤로 한 채, 알 수 없는 세계로 떠나가는 나그네가 되었다. 아, 그 검푸른 빛과 바람 속에서 느끼던 불안함, 쓸쓸함 그리고 달콤한 자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하는 길...... 그 수많은 길속에서 때때로 혼란스러웠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니 믿었다. 그 믿음과 열정이 나를 고향을 떠나게 했고 이곳까지 끌고 왔다. 이렇게 여행 중 느끼는 낭만과 고독 그리고 삶과 여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등이 여행기의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스탄불, 트로이, 에페스, 앙카라 문명 박물관, 노아의 방주가 있다는 동부의 아라라트 산 등의 유적지에서는 길고 긴 역사, 종교 얘기를 매우 알기 쉽게 정리해서 지적인 흥미를 돋구고 있다.

크게 네 개의 내용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는 이스탄불, 두번째는 아나톨리아 평원에 있는 도시들, 세번째는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의 도시들, 네번째는 흑해 연안과 동부의 도시들이다.

10여년 전의 겨울 풍경, 그리고 현재의 여름 풍경 등 세 번에 걸쳐 방문했던 이스탄불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풍경 속에는 아야 소피아 사원,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톱카프 궁전 등의 유적지도 있고, 이스탄불 시내를 달리는 전차,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유람선 등의 낭만적인 풍경도 있다.

그 외에도 황홀한 그랜드 바자르, 음악회, 오리엔트 특급 열차와 그에 관한 소설을 쓴 애거서 크리스티에 관한 얘기, 음악회, 터키탕과 맛사지, 터키 음식, 물담배 나르길레 등 터키 문화의 이모저모를 맛볼수 있는 얘기들이 담겨져 있다.

이곳부터는 길을 달리는 느낌이다. 그 길을 가며 만났던 유적지들, 사람들, 사건들 얘기가 이어져 흥미진진한 여행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앙카라로 가는 길에 처음 탔던 버스에서 향수를 뿌려주고, 차와 음료를 준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즐겁고 편안한 버스 여행’이라고 감탄했다.

앙카라의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에서는 히타이트족이 만든 卍자 형태의 유물과 황소 조각의 유물들 앞에서 인도 문명을 떠올렸으며, 인도 문명을 일으켰던 아리안족과 히타이트족이 같은 인도유러피언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역사적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코니아란 곳에서는 이슬람 신비주의 수행자인 수피들의 회전 춤을 보며 종교적 희열을 맛보기도 하고, 샛길에서 만나 사람들의 인연에 감동받기도 한다.

허름한 찻집의 주인은 먼 나라에서 온 손님이라고 찻값을 안 받았고, 체육시간에 운동하던 아이들이 모두 자신에게 뛰어오는 바람에 당황했던 사건도 있다. 터키 최고의 관광지로 온갖 바위들이 솟아나 마치 외계의 다른 행성 같은 카파도키아의 중심지 괴레메에서 동굴 숙소, 동굴 도시 데린쿠유 그리고 이상한 바위들이 솟구쳐 마치 영화 스타워즈 촬영 장소 같다는 근교의 풍경에 감탄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수많은 기독교 초기 유적지가 나온다. 바울의 고향이었던 타르수스(닷소), 기독교 초대교회가 있던 안타키아(안디옥),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토해졌다는 전설이 있는 이스켄데룬, 창세기의 무대로 아브라함의 탄생지가 있다는 우르파 등의 탐사가 이어진다.

단순히 풍경뿐만 아니라, 그곳에 서린 역사, 신화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났던 이혼녀를 만나 들렸던 A시라는 곳에서, 그 가족들의 환대와 그녀와 그녀 친구들이 벌이는 벨리 댄스 파티에서 이지상은 비몽사몽을 헤맨다. 떠나던 날 아침 ‘사랑한다. 이곳에서 살라’는 그녀의 속삭임과 ‘머물라’는 그녀 어머니의 눈길을 느끼며 가슴 저리는 이별을 한다.

그렇게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난 어느날 새벽, 그녀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얼마 전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성수대교 몰락 사건 때 내가 죽지 않았나 걱정되어서 건 전화였다. 터키 사람의 인정을 알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고, 달콤한 여행의 로맨스여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광경이다.

그후 터키의 경주라고 할 수 있는 최대 유적지 에페스로 가는 길에, 무일푼의 알렉스라는 터키 청년을 만나 도움을 받는가 싶었지만 그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은 웃음도 터져나오고 여행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에페스에서 수많은 기독교 유적지를 보고, 근처의 남극의 빙산 같은 파묵칼레에서 감탄을 한다. 또한 이즈미르에서 이발을 하다 중간에 차 대접을 받아 그 인정과 여유 속에서 느긋한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에게해 연안에 있는 트로이에서 호머가 쓴 일리아드를 떠올리며 폐허를 거닐고, 한때 셀주크 터키의 수도였던 부르사에서 한국전에 참전했던 노인의 글썽거리는 눈물에 감동하고, 익명의 여행자로서 누리는 호젓한 순간을 즐기기도 한다.

사프란 볼루란 곳이 있다. 아직 많은 여행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오토만 전통가옥들이 가득 들어선 아름다운 곳이다. 이지상은 이곳에서 따스한 인심과 낭만적인 풍경에 흠뻑 빠지며 독자들에게 관광객에 의해 오염되기 전에 ‘빨리, 가보시라’고 외친다. 터키 중부에 있는 시바스 근처의 ‘물고기 온천’에서는 피부병을 고쳐주는 물고기들이 사람의 피부염 부스러기를 먹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효과를 보았다는 한국 사람의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계속 동부로 가 서구화 되기 전의 진짜 터키의 모습이 남아 있는 에르저름을 구경하고 드디어 이란과의 국경도시 도베야짓으로 향한다.

도베야짓에는 노아의 방주가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아라라트 산이 있었다. 그곳에서 노아의 방주가 있다는 흔적이 남겨진 곳을 직접 목격하고 쿠르드족 마을에 들려 그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처지에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들린 흑해 연안의 트라브존. 한국의 축구 선수 이을용 때문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트라브존에서 절벽에 세워진 수멜라 수도원의 경치에 감탄하고 후한 인심에 감동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이스탄불. 그는 이스탄불과 세 번 작별했다.

1992년 초, 이스탄불에서 루마니아로 향하던 그는 버스 안에서 캄캄한 차창 밖을 내다보며 공산주의 국가로 향하는 불안한 심경을 밝히고, 2002년 초, 아내와 함께 불가리아의 소피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흥분한다. 그리고 2003년 세번째 작별 때에는 우연히 만난 쿠르드 족 구두닦이 소년에게 햄버거를 사주며 그들의 가난과 암울함에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헤어지며 이지상은 소년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열심히 살아라, 아이야.

우리처럼 약한 사람들은 꿋꿋하게 버텨내는 것이 곧 승리하는 길이란다.

그리고 아직까지 꿋꿋하게 배낭을 메고 세계를 다닐 용기와 체력이 있다는 것을 큰 축복으로 여기며 힘차게 발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