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레이디경향 2006-07-20 12:06]
출산과 관련해 제대혈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희망자가 많다 보니 제대혈 보관 상품도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 만약의 경우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선 필요성이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비용이 고가인데다 일각에선 제대혈의 과장된 측면도 지적하고 있어 소비자로선 갈등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혈 보관은 일종의 건강보험. 보험을 들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은 철저히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선택에 앞서 보험 내용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겨졌던 제대혈 바로 알기.
제대혈 보관, 제대로 알고 하자!
“소아, 특히 혈액암 치료에 유용”
요즘 신생아를 출산한 부부들 사이에서 아기의 탯줄 속 혈액인 제대혈 보관하기가 유행이다. 태어날 아기가 백혈병 등의 난치병에 걸렸을 때 제대혈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제대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그닥 많지 않은 게 현실. 그저 ‘아이의 건강한 미래가 보장된다니까’ 혹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그래서는 절대 제대로 된 선택을 하기 어렵다.
제대혈이란 출산시 산모와 아이를 이어주는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을 말한다. 제대혈에는 인체의 면역체계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 조직 및 장기로 분화되는 성체줄기세포의 일종인 간엽줄기세포가 다량 포함돼 있다. 제대혈이 혈액 암을 비롯해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제2의 생명 자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줄기세포 중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백혈병, 폐암, 유방암 및 소아암, 재생불량성 빈혈, 선천성 면역결핍증, 류머티스 등을 치료할 수 있다. 관절, 뼈, 각종 장기, 신경, 근육을 만들어내는 간엽줄기세포로는 당뇨병,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 심근경색증, 간 질환 등의 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제대혈은 조직 적합성 항원 6개 가운데 최소 3~4개만 맞아도 이식이 가능하다. 조직 적합성 항원이 하나만 맞지 않아도 이식이 불가능한 골수와 비교되는 측면이다. 추출하기 힘들고 기증자를 찾기 힘든 골수에 비해 제대혈은 얻기도 편하다. 다만 골수는 보름이면 생착되는 데 반해 제대혈은 대개 3~4주일로 늦다. 하지만 일단 생착하면 제대혈이 골수보다 이식 거부 반응 등 부작용은 적다.
제대혈의 쓰임새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08년 말.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1백20개가 넘는 제대혈은행이 설립되었고 8천 회 이상 이식이 진행되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첫 제대혈 이식이 시작된 후 2005년에는 2백21례의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이 시행된 바 있다.
가족제대혈은행 VS 공여제대혈은행
“내 아기를 위한 건강보험 VS 더불어 건강한 삶”
제대혈은행은 운영 형태에 따라 가족제대혈은행과 공여제대혈은행 두 가지로 나뉜다. 가족제대혈은행은 기증자가 1백만원이 넘는 보관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대신 약 15년간 배타적 사용권을 가지게 되며 개인보험적 성격을 가진다. 개인이 일정기간 보관 비용을 내고 제대혈의 소유권과 이용권을 갖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공여제대혈은행은 순수 기증 제대혈만을 보관하는데, 헌혈처럼 필요한 환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치료나 연구 목적으로 제대혈을 무료 기증하는 형태인 것. 따라서 공여제대혈은 기증한 산모나 아이에게 제대혈 소유권이나 사용권이 없다. 하지만 가입자나 가입자 가족이 병에 걸려 제대혈이 필요한 경우 8백만원의 사용 금액만 내면 유전적으로 가장 근접한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대혈 보관 상품이 부담스럽다면 제대혈 기증이라도 해라”라고 말한다. 공여제대혈이 많이 확보될 경우 골수 조혈모세포에 비해 이식에 필요한 혈액을 찾을 확률이 높을 뿐더러 성체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에 윤리적인 문제가 없어 배아줄기세포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재대혈 활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공여제대혈의 활성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중론.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영 중인 제대혈 업체는 메디포스트와 라이프코드, 차병원아이코드, 보령아이맘셀, 녹십자, 이노셀, 셀론텍, KT바이오시스 등 모두 16개소다. 이 중 9개소에선 가족제대혈은행과 함께 공여제대혈은행을 병행 운영 중이다.
가족제대혈 보관 비용은 보관 기간과 연계 보험 상품에 따라 15년 보관을 기준으로 90만~1백30만원 선. 난치병에 걸렸을 때 수술 비용을 대주는 연계 보험 상품의 가격은 20만원 안팎이다.
제대혈의 허와 실
“소중한 생명 자원, 하지만 과장된 측면도 적지 않아”
제대혈 보관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을 수도 있는 난치병 치료에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생리적 보험 서비스다. 일반 보험을 들 때 회사의 신뢰성, 약관 및 보장 내용 등을 확인하고 가입하듯 제대혈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제대혈이 여느 보험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가입시기가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것. 제대혈 보관 여부 결정의 기회는 출산 전 단 한 차례뿐이다. 때문에 더없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우선 제대혈을 보관하고자 할 땐 보관 업체의 신뢰성을 반드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업체가 영세한 경우에는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제대혈 업체 KT바이오시스의 부도로 1천5백25명의 제대혈이 폐기처분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이 사건은 소중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혈을 맡긴 수많은 부모들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이런 일을 충분히 예상했었다는 듯 ‘터질 게 터졌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제대혈 업체 중 30%가 제대로 된 보관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보니 제대혈 관리가 올바르게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는 게 그 이유다.
게다가 제대혈이 제대로 보관되고 있는지의 여부는 제대혈을 사용할 때가 되어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제대혈 이식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그간 제대혈 관리에 대한 허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제대혈 보관 붐이 일면서 제대혈 업체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그에 비해 제대혈 보관 업체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사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말 제대혈 관리 업무에 대한 제반사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 발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협조사항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좀더 확실한 관리가 필요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람들이 제대혈 보관을 일종의 ‘만병통치약’쯤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 국내에는 16개의 제대혈 보관 업체가 있다. 업체에 전화를 걸면 하나같이 “그 사이 백혈병에라도 걸리면 언제든 맡긴 제대혈을 꺼내 쓰면 될 뿐더러 제대혈 속 간엽줄기세포로 뼈, 연골까지 만드는 등 치료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제대혈은 충분히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실제로 적용되는 질병이 많지 않아 효과가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꼬집는다. 제대혈에 줄기세포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대혈에 조혈모세포는 많으나 성체줄기세포의 일종인 간엽줄기세포는 골수에 비해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 제대혈의 한계이기도 하다. 한 의학 전문가는 “뼈나 장기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적용하려면 어렵거나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채취 가능한 제대혈의 양이 적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어린이나 성인 환자를 상대로 한 이식에는 곤란을 겪어온 게 사실. 하지만 최근 미량의 조혈모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 대량 증폭시키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어 성인 혈액암 환자들에게도 이식이 시도되고 있으며, 치료 성공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결과를 좀더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학계에선 제대혈을 개인 보관하는 가족제대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점차 불거지고 있다. 이영호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제대혈위원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제대혈을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환자 자신이 출생 당시에 보관해두었던 제대혈 속에는 백혈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이 포함됐을 수 있기 때문에 재발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 1996년 이후 제대혈을 이식받은 사람은 2백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여제대혈은행에 기증된 제대혈이 이용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사안이다.
국내 첫 공공제대혈은행 탄생 주목할 만
“어차피 버려질 거면 ‘기증’이라도 하자!”
지난 5월 11일에는 국내 첫 공공제대혈은행이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6층에 문을 열었다. 현재 국내에 민간 제대혈은행이 16곳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설립한 공여제대혈은행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대혈은행명은 ‘올코드(ALLCORD)’. ‘올’은 누구나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코드’는 제대혈을 뜻하는 말로 “올코드는 모든 사람이 제대혈 기증에 참여하고, 누구나 차별없이 제대혈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병원 측은 설명한다.
이곳은 기존의 가족제대혈만을 다루는 상업적인 제대혈은행과 달리 보관료가 전혀 없다. 대신 일단 기증을 하고 나면 가족제대혈과 달리 본인과 가족에게 독점적인 소유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초의 기증자가 병에 걸렸을 때 기증한 제대혈이 남아 있다면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병원 측은 기증자에게는 제대혈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있던 공여제대혈은행들에선 이 경우 8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기증자 외의 이용자는 국가가 정한 수가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78평 규모의 제대혈은행인 ‘올코드’는 유전자 검사실, 세포 배양실, 저장실 등을 갖추었고 일반 병원의 가족제대혈은행이 수행하기 힘든 제대혈 검색, 공급 기능을 맡게 된다. 또한 난치병 치료를 위한 제대혈줄기세포 실용화 연구에 필요한 제대혈도 공급하게 된다. 서울시로부터 설립 및 운영비 전액을 지원받아 개설된 ‘올코드’는 2010년까지 2만 단위(unit)의 제대혈 보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대혈 보관과 기증은 개개인의 선택 문제로 남이 왈가왈부할 일이 못된다. 하지만 비용이 부담돼 제대혈 보관을 포기할 요량이라면 기증이라도 하자는 것이 제대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제대혈이나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
암 -백혈병, 소아암, 성인암(유방암, 폐암, 난소암 등)
난치성 혈액 질환 - 재생불량성 빈혈, 경상적혈구 빈혈
선천성 질병 - 고셔시병(대사진환), 선천성면역결핍증
자가 면역 질환 - 류머티스, 루푸스
줄기세포를 이용한 손상 부위 이식 치료법이 연구중인 질병
당뇨병 (췌장세포)
심근경색증 (심장근육세포)
신경계 질환 (신경세포) 척수 손상,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치매, 뇌졸중
관절염 (연골세포) 류머티스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간질환 (간세포)
근이양증 (근육세포)
제대혈, 이렇게 보관하세요!
제대혈 기증을 원할 경우 산모는 출산 전 담당 의사와 제대혈은행에 통보한 뒤 산부인과에 비치된 제대혈 재취와 보관에 관한 동의서에 서명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채취된 제대혈은 24시간 내에 제대혈은행으로 운반돼 냉동 보관된다.
타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여제대혈’일 경우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기증자 본인과 그 가족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가족제대혈’의 경우 10년에서 15년 동안 보관하는데 1백만~1백50만원가량의 보관비를 따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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