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영월① 계림도 울고 가는 무릉도원

피나얀 2006. 7. 26. 20:03

 

출처-[연합르페르 2006-07-26 10:10]

 

 

동강 최고의 비경인 어라연의 상선암

'동강'과 '서강'이란 이름이 더 귀에 익은 땅. 영월에 가보지 않고 한국의 산하를 볼 것 없다 폄하하지 말지어다. 강물이 손재간을 부린 어라연의 비경과 초록색 강물 위를 노랑 빨강 파랑 등 색색으로 만개한 꽃잎처럼 떠내려가는 고무보트들, 그리고 조선왕조 어린 임금의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곳. 영월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빠지면 탄성을 자아낸다는 중국의 계림이 부럽지 않다.

 

초록 강물의 짜릿한 설렘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는 이상향 '무릉도원'과 히말라야 비경 속 불로장생의 나라 '샹그리라'. 그러나 무릉도원과 샹그리라는 멀리 있지 않았다. 강원도 영월은 산 좋고 물 맑고 인심마저 좋아서 마음 속의 이상향을 떠올리게 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떠나는 여정은 조금 불안하다. 지금 당장 푸른 하늘에 태양이 떠 있어도 변덕쟁이 날씨는 언제 여정의 변경을 요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착실하게 계획을 세운 여름 휴가철에 만나는 불청객같은 비라면, 초등학교 시절 소풍날 갑작스레 내린 비로 교실에서 시간을 죽이다 터벅터벅 집으로 가야하는 것처럼 허망할 지도 모른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을 이루는 고장 영월에 가던 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천만다행인 것은 동강 절경의 백미인 어라연이 첫날 일정이란 것이었다.

 

급류를 타고 넘어 비경 속으로

 

여름이면 어라연에는 굽이 도는 계곡의 비경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왕래로 북적거린다. 동강과 산이 어우러진 정(靜)적인 경치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래프팅과 트레킹은 동강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킨다.

 

상류의 래프팅 출발지인 문산나루터에는 도시에서 온 젊은 남녀들과 초등학생 어린이를 동반한 일가족들이 짧은 반바지에 구명재킷과 헬멧을 쓰고는 출발 준비에 분주하다. 해병대의 유격 조교를 연상시키는 래프팅 강사의 구령에 맞춰 준비체조를 하고 노 젓는 방법을 연습한 후 물가에 놓인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의 고무보트에 한 명씩 오른다.

 

8~10명이 올라탄 보트는 일사불란하게 수중과 수면을 오르내리는 노의 움직임에 맞춰 하류로 향한다.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위험스런 소리를 내는 첫번째 급류를 지나자 보트는 이내 멈춘 듯 잔잔하게 수면을 떠간다.

 

래프팅은 급류타기의 스릴과 풍광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전해준다


동강에서의 래프팅은 위험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가끔 만나는 급류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고무보트는 그다지 요동치지 않았다. 내린천, 한탄강과 함께 국내 3대 래프팅 코스라고 하지만 위험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듯도 했다. 함께 보트에 탄 강사는 초여름이라 수량이 많지 않은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비온 뒤 3~4일 후가 스릴 넘치는 래프팅에는 가장 좋은 때라고 귀띔했다. 오른쪽으로는 짙은 푸르름을 간직한 나무들이 깎아지른 벼랑에 뿌리를 내리고 떨어져 내릴 듯 위태위태하게 강을 굽어보고 있다. 강물은 산빛을 받아 오렌지빛에서 연두빛으로 그리고 진한 초록빛으로 변하며 운치를 더한다. 몇 번씩 강물에 뛰어들며 초여름의 시원스런 래프팅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바위에 올라 기도를 드리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로 여인네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두꺼비 바위를 지나자 강물이 돌연 급하게 휘돈다. 강쪽으로 기운 듯한 절벽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자 선계이련듯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어라연의 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인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어라연의 암반과 기암괴석들은 기묘한 형태의 수석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하다. 강물의 중간을 가로막고 선 삼선암(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에 가까이 다가서자 주먹만 하고 머리통만 한 자갈들이 한데 엉켜 커다란 바위를 이루고 있다. 어라연을 동강 제1의 비경으로 꼽는 이유를 알 듯했다. 신선들이 머물렀을 듯한 삼선암에 오르면 한시라도 한 수 절로 읊어지지 않을까 싶다.

 

서강을 배경으로 서있는 선돌

바위에 걸터앉으면 '우화등선'

 

래프팅 코스는 1시간도 더 남았지만 가장 물살이 급하다는 '된꼬까리'를 바로 지나 강물 여행을 마치고 보트를 내렸다. 높은 곳에서 어라연의 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 트레킹 코스는 하류의 섭새 매표소에서 어라연 전망을 볼 수 있는 잣봉까지 3㎞를 걸어 들어가는 왕복 3시간의 여정이다.

 

강가로는 자갈과 모랫길이 반복되며 나타난다. 발바닥을 자극하는 둥글고 뾰족한 자갈길과 푹신하게 감싸주는 모랫길이 반복되며 트레킹의 무료함을 달래준다. 어라연 방향으로 한참을 걷자 소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잣봉을 향한 사람들의 흔적이 나타났다. 등산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좁고 가파른 경사가 위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나뭇가지와 뿌리에 체중을 지탱해가며 20여 분 오르자 드디어 시원한 강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산행에 지치고 더위에 목이 타들어가는 여행객의 혼몽한 정신을 상쾌한 강바람은 깨우고 있었다.

 

폭 1m도 안돼 보이는 바위를 따라 가자 어라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180도를 휘돌아가는 강물과 어라연에 점점이 뜬 삼선암이 초록 강물 위에 선연하다. 색색의 래프팅 보트들은 물 위에 띄워놓은 꽃잎 같다. 바위에 걸터앉아 어라연의 비경을 보고 있으니 신선이 된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든다. 겨드랑이에서 하얀 날개가 돋아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