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뗏목 타고 고기 잡고... 아이들은 신난다

피나얀 2006. 8. 6. 21:23

 

출처-[오마이뉴스 2006-08-05 19:21]

 

올해도 어김없이 이글거리는 뙤약볕과 함께 여름이 찾아왔다.

긴 태풍과 장마로 울지 않던 매미가 이제야 귀를 따갑게 하고, 삼산골을 가로지르는 냇가로 백로 예닐곱 마리가 여유롭게 날개짓하면서 먹이를 찾는다. 수건으로 땀닦으며 지나가는 농부의 어깨 너머로 벼가 무럭무럭 자라서 각종 작물들과 열매를 만들어 가면 논두렁, 밭이랑 사이에서 작은 생명들이 각자의 삶에 열중하며 생태를 지탱해 나간다.

지난 7월 24일부터 8월3일까지 합천자연학교에서 전국 2학년 이상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 숲속 교실이 열렸다.

이번 여름 숲속 교실은 5박6일씩 두 번의 마당으로 운영되었다. 7월 24일부터 7월 29일까지 아이들 36명이 함께 하는 첫째마당이 펼쳐지고, 곧바로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아이들 52명이 둘째마당에 참가해 신나게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았다.

[첫째날]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입맛, 음식 다 먹느라 울상이다

 

▲ 자연학교에 막 도착한 아이들. 쑥스러워하던 것도 이때 뿐.
ⓒ2006 시연우
첫째날 아이들은 각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스스로 합천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온다. 합천읍에서 선생님과 만나서 깊은 산골 삼산골로 들어오면 각자의 모둠을 확인하고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며 각종 수목과 화초, 그리고 거기에 기대어 사는 뭍 생명들과 인사한다.

학교의 생태 똥간을 둘러보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연못과 수로를 둘러보면서 진지한 표정의 아이들,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꽃들을 보며 좋아하는 아이들에 익숙하지 않은 생활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

 

▲ 신나는 대나무 물총싸움. 더위와 함께 스트레스도 확!
ⓒ2006 시연우
자연학교의 식사는 될 수 있는 한 유기농 식단으로 짜여져 있다. 인스턴트식품에 찌들어있던 아이들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쌀 한 톨, 깨소금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라고 하니 모두들 울상이다.

저녁을 먹고 어둑어둑한 시골길을 따라 밤마실을 다녀오면, 운동장 축구골대에 마련된 간이 상영관 앞 대지에 몸을 기대고 KBS 생태 다큐 '숲'을 시청한다. 숲속의 생태를 잘 그려놓은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은 한발 더 자연에 가까워진다.

[둘째날] 도시에선 없던 별들이 눈동자에 박히는 밤

 

▲ 모둠비빔밥! 처음엔 밥 안 먹겠다고 투정 부리던 아이들도 이때쯤 되면 싹싹 비벼서 서로 먹겠다며 다툰다.
ⓒ2006 강진아
아직 팔팔한 아이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둘째날을 힘차게 시작한다. 아침산책을 마치고 먹는 아침은 꿀맛이다.

곧 학교에 심어져있는 목화·옥수수·감자·콩·가지·토마토·수박·오이·고추·들깨·호박·조롱박 등 다양한 작물을 배우고 손수 그려봄으로써 밥상에 올라오는 먹거리들을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세밀화를 그리는 시간은 우리 밥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가르쳐 준다.

지금껏 자세히 관심갖지 못했던 잎사귀, 꽃잎 등을 그리는 시간이 끝나면, 대나무로 물총을 만들어 운동장에서 한판 물총 싸움이 벌어진다. 물총 싸움으로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린 아이들, 축 젖은 몸으로 뙤약볕을 피해 그늘로 몸을 피하고 모둠별로 비빔밥을 맛있게 비벼서 맛난 점심 식사를 한다.

잠깐의 휴식 뒤, 황토와 쑥을 가지고 가져온 옷가지들을 염색한다. 황토염색을 하면 장난기를 참지 못한 아이들은 서로의 몸과 얼굴에 황토를 바르고 자연스럽게 몸을 부대낀다.

황토로 온몸에 팩을 하고, 바로 그물 뜰채와 뗏목을 가지고 냇가로 향한다. 도시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뗏목타기와 고기잡이를 하는 아이들은 따가운 햇살 아래서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논다.

이렇게 신나게 놀면서 자연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면 또 하루해가 넘어간다. 학교에 돌아와서 처음엔 안 먹겠다고 투정부리던 밥을 산더미처럼 받아가 먹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이어 생태 영화 <아름다운 비행>을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고, 그대로 운동장에 누워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가슴에 담는다. 눈동자 속으로 빨려들어 오는 깨알의 홍수에 넓은 우주가 느껴지고, 평소 확인하지 못했던 별자리를 눈으로 본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셋째날] 서로 모여서 하는 놀이는 진정한 해방구

 

▲ 황토염색. 염색도 염색이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아이들이 서로에게 황토를 바르느라 바빴다
ⓒ2006 시연우

 

▲ 고기잡으러 산으로 갈까나? 뜰채와 뗏목을 가지고 냇가로!
ⓒ2006 장원주
셋째날은 아침산책을 다녀와서 아침을 먹은 뒤 학교 뒤쪽 벽면에 모둠 벽화를 그리고, 운동장에 모여 떡메로 찰떡을 만들어 먹는 시간이다.

마당쇠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찹쌀을 떡치기 좋게 뭉쳐놓으면,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떡 방망이를 들고 힘차게 친다. 아직 힘이 붙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쳐서 만들어진 떡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떡이다.

 

▲ 떡 만들어 먹기.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겨우 칠 수 있다.
ⓒ2006 강진아

 

▲ 내가 친 떡이라 그런가? 아이들은 세상 어느 떡보다도 맛있다는 듯이 먹었다.
ⓒ2006 강진아
오후에 팥빙수를 만들어 먹으며 더위를 식히면, 각종 전래놀이와 함께 자전거 타기 시간이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에 시달리면서 서로 모여서 하는 놀기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TV를 보면서 노는 시간이 잦다. 게다가 도시에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고 자전거 타기 자체가 위험하기까지 하다.

전래놀이와 자전거 타기는 아이들을 해방시켜주는 진정한 해방구다. 자전거를 타고 서로 팀을 만들어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얼굴엔 이제야 천진난만한 웃음이 맴돌고, 비로소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다 태워 버린다.

저녁은 직접 수제비를 만들어 먹고, 유기농 밀을 볶아 먹는다. 과자에 찌든 아이들이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유기농 밀볶기를 맛있게 먹으면서 진짜 자연식 과자를 즐긴다.

그 뒤엔 숲 속 교실의 하이라이트인 야영을 준비하면서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일찍 잠든다.

 

▲ 도시와 달리 시골 들판에서는 안심하고 즐기며 자전거를 탈 수 있다.
ⓒ2006 장원주
[넷째날] 생명을 찾아 숲으로 모험을

넷째날, 인근 청정지역 깊은 계곡으로 생명 찾기 탐사를 나선다.

아침부터 야영준비를 마치고, 서로서로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아이들은 숲 속 야영을 통해 자연과 하나 되고 그 속에서 서로 하나가 된다.

야영장에 도착하여 신나는 물놀이를 마치고, 함께 채취한 나물들을 위주로 밥을 해먹는다.

들녘에서 호박잎도 따고 고추·상추·깻잎 등을 손수 채취하여 꽁보리밥에 된장과 온갖 쌈을 준비하여 맛깔스런 밥상을 차렸다. 난생 처음 온갖 풀들로 만든 밥상을 우리 아이들은 누룽지까지 박박 밀어 서로 먹고자 아우성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손수 만든 밥상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어떤 투정도 없는 밥상, 매운 고추도 낑낑거리며 잘도 먹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기특하다.

골짜기는 순식간에 땅거미가 깔리고 밤하늘에 역시 은하수가 쏟아지는데 반딧불이 몇 마리가 불빛을 비추며 날아다닌다. 요즘 반딧불이 개체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몇년 전만 해도 많은 반딧불이 친구들이 보였는데 해가 갈수록 보기가 힘드니 안타까울 뿐이다.

 

▲ 계곡에서의 야영과 물놀이, 야영을 통해 협동과 인내, 자연을 배운다
ⓒ2006 시연우
[다섯째날] 서툰 몸짓, 서툰 대사가 있는 그대로 예뻐

다섯째날, 아이들은 직접 지은 아침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무거운 짐과 험한 길 덕에 계곡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미쳐 보지 못했던 생명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거진 숲 속에는 수백 종의 나무들이 서식한다. 산천에 피고 지는 아름다운 야생 들꽃은 우리에게 정겨운 친구다. 화분에서 갇혀있는 화초가 아닌 온갖 수풀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있는 자연의 친구들을 만나면 새삼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학교에 도착해 점심으로 콩국수를 먹고 저녁에 할 생태연극을 준비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믿고 한 발짝 물러서서 흐뭇하게 바라보면, 아이들은 모둠별로 머리를 맞대고 한참 열을 올린다.

마지막 날 저녁, 숲 속 교실에는 딱 한번 고기가 나온다. 오랜만에 보는 고기에 아이들 모두가 허겁지겁 정신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운동장에 모여서 장대 놀이·강강술래·문지기놀이·멍석말이·남생이놀이·꼬리잡기· 인간 줄다리기를 하면서 신명나는 판을 벌인다.

 

▲ 모두 힘을 모아서 장대를 쓰러뜨려라! 대동놀이 중 장대놀이.
ⓒ2006 시연우
모닥불과 모깃불이 토닥토닥 타는 가운데 벌이는 대동 놀이는 나밖에 몰랐던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일체의 마당이 된다.

대동놀이가 끝나면 생태극 놀이가 시작한다. 극 놀이는 어려운 전문 분야가 아니다. 서툰 대사, 서툰 몸짓, 손바닥 대본을 보고 하는 것이지만 여름 교실에서의 생활과 그 느낌을 극 요소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극이 끝나면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에서 감자를 구워 먹고, 생활했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슬라이드 쇼로 보면서 추억을 만들어간다.

[마지막날] "친구들아! 내년에 꼭 다시 보자"

결국,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이별을 아쉬워한다. 아이들은 집도 그립고 부모님도 그립지만 돌아가기가 싫다 한다. 아이들은 다음 숲 속 교실을 기약하고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 보내는 선생님들은 눈시울이 붉어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합천자연학교 숲 속 교실에서 첫째·둘째 마당 자원봉사를 하였습니다. 이보다 많은 사진은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hcjh.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