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긴 추석이 주부들에겐 부담스럽기만
하다. 음식 장만이야 그렇다 치고 시댁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행동이며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럽기 때문. 편하고 즐거운 추석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안 1 일 못해도 괜찮다! 점수 따는 말 한
마디
“아무리 해도 어머님 손맛이 안 나요”
명절 기간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음식 장만. 추석이나 설에 차리는 차례상 음식은 1년에 한두 번 만들기 때문에 만들 때마다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일일이 시어머님께 물어볼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매번 일러주었는데도 매번 물어보니 짜증날 수도 있고, 그런
며느리가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이럴 때 눈치 볼 것 없이 애교 섞인 말 한 마디로 재치 있게 분위기를 바꿔보자. “자주 안
만들어봐서 그런지 자꾸 헷갈려요. 이번에 확실하게 익힐게요”라든지 “아무리 해봐도 어머님 손맛이 안 나요” 또는 “차례상 음식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어머님은 이렇게 어려운 음식을 척척 만들어내시는 걸 보면 참 대단하세요”라는 말이면 OK! 곰 같은 며느리보다는 여우 같은 며느리가
좋다.
“그이가 아버님 닮아 참
가정적이에요”
음식 장만은 여자들이 한다고 해도 설거지 정도는 남자들이 거들어줘도 될 만한데,
집에서 잘 하던 설거지도 시댁에만 가면 뒷짐 지고 구경만 하는 남편들이 아직도 다반사다. 시어른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에는 사전
각본대로(!) 남편에게 설거지를 맡기고 슬쩍 한 마디 던진다.
“제가 결혼은 잘 한 것 같아요”라든지 “그이가 요즘 많이 가정적이 된 것
같아요. 아버님 닮아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아버님 따라가려면 멀었죠 뭐…” 은근히 시아버지까지 치켜세우면서 말하면, 일하는 아들이 못마땅해도
대놓고 타박은 못 하는 게 사람 심리.
“허리 아프신 건 좀
어떠세요?”
평소 시어머니나 시댁 식구의 건강이 안 좋았거나 지병이 있다면 건강이
어떠신지 반드시 챙겨서 안부를 묻는다. “어머니, 허리 아프신 건 좀 어떠세요?” 혹은 “다리 아프시다더니 요즘엔 좀 어떠세요?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이 더 아프잖아요” 하는 식으로 따뜻한 걱정의 말 한 마디 건네보자. “요즘 별 일 없으시죠?”라는 안부보다 한결 성의 있게 느껴진다.
“형님이 계시니까 음식 장만이 한결 쉬워요”
요즘엔 고부갈등보다도 동서지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주부들이 의외로 많다. 조금만 양보하여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먼저 던져보자. 음식 장만이 끝난 뒤 “형님 힘드시죠? 설거지는 저 혼자 할게요.
좀 쉬세요”라고 말해보자. 어차피 집안일은 같이 하게 되어 있으니 생색내는 효과도 있다. “형님 덕분에 음식 장만이 수월했어요.” 점수 따기
좋은 말은 외워두자.
“동서, 여자들끼리 노래방 가는 거
어때”
노래방을 가도 좋고 찜질방을 가도 좋다. 차례상도 물리고 설거지도 다 끝마친 다음
고생한 여자들끼리 모여 재밌게 놀다 오자고 제안하는 것. 결국 남자들도 아이들도 다 따라나설지 모르지만 여자들만의 공감대를 갖고자 하는 분위기
자체가 중요한 것. 여자들끼리 친해야 집안 평화에 도움이 된다.
제안 2 여우짓이라도 좋다! 센스 만점 행동
요령
공통의 화젯거리는 드라마가 최고!
대화 중에 가족이
알 만한 공통의 화젯거리를 주제로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 가장 부담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드라마나 연예인 이야기. 드라마 줄거리를 물어본다거나 드라마 속 주인공의 성격이나 연예인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것. 서로 견해를 달리할 수 있는
정치적인 문제나 잘 알지 못하는 정책 문제, 친정 이야기는 노!
뒤치다꺼리를 찾아서
일한다
명절 때 일할
사람은 많지만 모두 음식 만드는 데만 열중하고 의외로 사소한 뒤치다꺼리는 하는 사람이 없다. 음식 쓰레기를 그때그때 버린다거나 잔뜩 어질러진
주방을 치운다거나 바닥에 튄 기름을 닦고 걸레질을 하는 등 찾아보면 할 일은 많다. 또 시키지 않아도 “나물 데칠까요?”라든지 “탕
준비할까요?”라는 식으로 자신의 할 일을 찾아서 하는 며느리를 예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때 시어머니만 찾지 말고 손위 동서에게도 물어보는
게 센스 있다.
너무 비싼 옷이나 화장품
등은 가져가지 않는다
‘시댁에 갈 땐 소박하게 친정에 갈 땐 화려하게
차려입고 가라’는 말이 있다. 혹시 당신 아들이 힘들게 벌어다 준 돈을 며느리가 치장하느라 펑펑 쓰는 건 아닌지 하여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는
것. 그렇다고 너무 궁색하게 하고 갈 필요는 없다. 유명 브랜드 카피 아이템을 하나 준비해 가는 건 어떨까?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라고
묻는 동서에게 “진짜 같지? 어디서 파는지 가르쳐줄까?”라며 여우짓(!)을 해보자.
동서 아이에게 줄 작은 선물을
챙긴다
부드러운 말 한
마디, 정감 어린 칭찬 한 마디도 상대방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작은 선물의 위력 또한 그에 못지않다. 특히
동서에게 줄 화장품이나 아이에게 줄 옷이나 책 등의 작은 선물을 꼭 챙긴다. 자신의 아이를 자상하게 챙기는 사람에게 야박하게 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운한 메뉴를 준비해서
내놓자
명절 기간에는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고, 음식도 기름에 볶고 지지거나
고기로 만든 것을 먹게 되어 속이 느끼하고 거북한 경우가 많다. 산뜻한 맛의 음식 생각이 간절할 즈음, 개운한 맛의 소스나 상큼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 등을 내놓으면 단연 인기 만점. 집에서 미리 소스나 샐러드 재료를 챙겨서 간 뒤 타이밍을 잘 맞춰 내놓으면 가족들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시댁 가족을
챙기자
명절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매 끼니를 먹는 게 힘들다. 특히 시댁이
시골일 경우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시동생이나 시누이는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식사시간이 지난 뒤 귀가하는 일도 있다. 또 추석 전날
밤이나 당일 아침에 도착하는 가족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상을 여러 번 차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귀찮은 내색 하지 말고 “식사 못
하셨죠? 얼른 차릴게요”라고 말하며 주방으로 들어가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마음 씀씀이에 시댁 식구들이 감동받을 것이다.
시댁에서 미움받고 싶다면…
“큰애가 또 1등을
했어요”
“그렇게 말렸는데 회장 선거에 나가더니 덜컥 됐지 뭐예요.” 동서지간에 이런 식의
자식 자랑은 금물. 처음에는 사소하게 시작했는데 시어머니가 “걔가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잖니”라고 받으면 1등 못 하는 동서 아이는 뭐가
되는지. 요즘같이 아이 성적이 곧 엄마 성적표인 시대에서 공부 잘하는 자식 자랑은 조심 또 조심.
“동서네도 그때 이사했으면 돈 좀 벌었을
텐데”
“우리 집은 한 달 만에 5000만원이 올랐더라고. 동서네는 어때?”, “지난번에
이사했으면 좋았을 텐데. 요즘은 오르는 동네만 오르잖아.” 요즘 집값은 어딜 가도 화젯거리. 이사 한 번 잘해서 앉은 자리에서 몇 억원씩 버는
사람도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돈 자랑, 특히 집 자랑이 꼭 하고 싶으면 남들 앞에서 하자.
“월급이 생전 오르지 않아 정말
속상해요”
동서지간에 혹은 시어머니와 함께한 자리에서 적당히 남편 흉을 보는 것은 친밀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도를 넘으면 곤란하다. 시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아들 편일 수밖에 없다. 아들 월급 안 오르는 걸 며느리가 내조를 못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구나 신세 한탄하듯 늘어놓는 건 자살행위. 남편 흉은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선에서 적당히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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